브런치를 벗어나 "기사"를 써보며 느낀 점

생각을 드러내는 건 용기와 준비가 필요하다

by 어른이 된 피터팬

내가 기사를 써봐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브런치라는 플랫폼에만 얽매여 있으면 안 되겠다는 답답함이 들어서다. 올해 1월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 그동안 차곡차곡 모은 글들로 브런치 프로젝트에 응모도 했지만 아무 성과도 없었다. 단지 글을 쓰고 싶어서 시작한 브런치지만 기록 소장용이 될 뿐, 브런치 내에서의 성과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다(그럼에도 계속 글을 쓰는 것은 하트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교감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위안 덕분이다).


나는 일기를 넘어서는 무언가를 원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브런치라는 포맷을 벗어나야 했다. 그래서 온라인 뉴스에 도전했다. 처음 기사 송고에서 버금이라는 등급을 받고 원고료 15,000원을 받았다. 글을 써서 돈을 번 것은 처음이었다. 신기했고 재미있었다. 글 쓰기가 더 좋아졌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넷플릭스가 아닌 글을 쓰게 되었다. 글쓰기가 돈벌이가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면서 동시에 그것을 희망하는 사람으로서 첫 기사에 대한 원고료는 엄청난 아드레날린이 발산되는 경험이었다.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 커지는 계기였다. 한 번도 글쓰기를 배워본 적이 없기에 글쓰기 서적을 읽어봐야겠다는 계획도 생겼다.


[나도 남도 상처 받지 않는 글]

타인이 연루된 구체적인 에피소드는 빼거나 각색을 해야 한다. 특정 인물에게 피해가 갈 수 있고, 나의 이야기가 당사자 귀에 들어갈 경우 내가 불이익을 보거나 2차 피해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구체적인 대화나 에피소드를 제외해야 한다. 글을 등록한 후 여러 번 수정할 수 있는 브런치와 달리 신문사에서 기사를 게재하면 수정하거나 삭제하기가 어렵다. 필자가 스스로 수정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 편집부에 수정 요청을 거쳐야 하며, 이미 공유된 기사는 삭제가 불가하다.


예를 들면 성희롱 에피소드를 기사화할 때 구체적인 대화나 상황 묘사를 기술하면, 가해 당사자가 본인을 특정할 수 있어 2차 피해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실제 대화를 전부 실으면 추후에 후회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기사를 쓰게 된 계기인 구체적인 상황이나 대화를 생략, 제외함으로써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흐려지거나 주제와의 연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 소통 불가인 이들을 마주하다]

트렌드와 같은 정보성 기사보다는 찬반 입장이 첨예하고 갈등을 내포하는 정치적인 이슈에 대한 기사를 쓸 때 반대 의견에 많이 부딪히게 된다. 특히 갈등 구조가 첨예한 이슈는 악플성 댓글을 보고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인신공격도 당할 수 있으나 그 댓글들이 다 옳은 것은 아니기에 수긍할 가치가 있는 피드백만 참고하자. 글을 쓰려면 강심장이 되어야 한다. 세상엔 다양한 의견이 있고 내 생각과 의견이 다 옳은 것은 아니기에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간혹 주장이 너무 강한 사람들, 생각의 교류가 불가능한 사람이 있음을 깨닫기도 한다. 본인의 기준이나 가치관이 너무 확고해 대화가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과 싸울 필요는 없다. 나는 글을 쓰고 메시지를 띄우는 역할로 끝. 그걸 받아들이냐 안 받아들이냐는 그들의 몫이다. 나의 역할은 거기까지다.


브런치는 본인과 결이 비슷하거나 좋아하는 성향의 작가를 구독해 글을 읽다 보니 반대되는 의견보다는 공감하는 표현을 많이 받는다. 그리고 어느 정도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보니 구독자 역시 작가인 경우가 많아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뉴스 쪽 세계는 다르다. 정제되지 않은 댓글과 맞붙을 수도 있고 악플 트라우마에 의해 글 쓰기가 두려워질 수도 있다. 단련되어야 본인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떤 말을 하기까지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고 공격받을 것에 대비해 허술하지 않은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생긴다.생각을 드러내는 건 용기와 준비가 필요하다.


[돈도 벌고 피드백도 받고]

글에 대한 피드백을 처음 받아보았다. 내가 글을 송고하는 사이트에서는 두 개의 피드백을 준다. 하나는 등급(잉걸, 오름/으뜸 딸림, 버금, 으뜸, 오름)인데, 기사의 퀄리티에 따라 등급이 매겨진다. 원고료에 차등이 있을 뿐 아니라 웹 페이지에 게시되는 위치도 달라진다. 내 글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해본 첫 경험이었다. 이제까지 일기처럼 에세이를 써 왔기에 등급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자기만족의 글이었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등급을 매겨보니 나 스스로도 어떤 글이 잘 쓰는 건지 생각해보고 공부하게 된다. 이제는 글의 질도 고려해야 한다.


또 하나는 편집자의 피드백이다. 모든 기사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편집자의 관심을 사는 기사는 피드백을 받는다. 어떤 글은 '어떤 부분의 연결이 어색하다'던지 '어떤 에피소드는 삭제하는 게 나을 것 같다'와 같은 편집 방향성을 권고받기도 한다. 처음이었다. 내 글에 대한 피드백을 받은 것이. 무료로 학원을 다니는 느낌이랄까. 어떻게 글을 써야 더 나은 글, 효용성 있는 글, 많은 사람들에게 가치가 있는 글이 될지 가이드를 받았다. 정말 감사하다. 그리고 편집자께서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이라는 책을 추천해주셔서 바로 주문해 읽었다. 이렇게 글에 대한 열정과 의욕이 살아나고 있다.


[편집자가 원하는 제목이 따로 있다]

내가 쓴 원고를 송고한 후 편집자의 편집을 거치는데, 이때 내용은 변하지 않으나 제목, 부제목은 대개 수정되었다. 헤드라인으로 사람들을 낚기 위해 스킬을 가진 전문가의 손길을 거치는 것이다. 좀 더 클릭하고 싶은 제목, 좀 더 자극적이거나 내용을 궁금하게 만드는 제목으로 말이다. 그리고 온라인 뉴스 제목들을 유심히 보면 이유, 문제라는 단어와...(말줄임표)을 남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스킬로 보인다. 그 이후 나도 그에 맞는 단어를 뽑아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그러나 아직은 어렵다).


[떠먹여 주는 글을 써야 한다]

온라인 기사는 문단을 짧게 구성한다. 세네 문장 정도로 짤막짤막하게 구성해야 가독성이 커진다. 에세이에서는 연결된 하나의 문단인데 온라인 기사에서는 그걸 두 세 문단으로 나누는 게 일반적이다. 또한, 나눔선 대신 소제목을 삽입해 중간중간 내용들을 구분, 요약해준다. 집중해서 읽지 않아도 한눈에 들어올 수 있게 말이다. 좋아하는 작가의 에세이를 읽을 때는 문단이 길든 이해가 안 가든 노력을 하여 읽게 되지만, 누가 쓴지도 모르는 넘쳐나는 뉴스를 그런 정성으로 읽게 되진 않기에, 떠 먹여주는 글을 써야 한다.


[특정 브랜드 언급을 피하고 일반 명사화한다]

기사 소재는 대개 나의 경험과 생활에서 나온다. 그러다 보니 경험했던 장소나 상품 등을 에피소드로 넣게 된다. 그러나 특정 브랜드를 언급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협찬을 받았다는 의혹을 품게 한다. 예로 들면, 내가 보트르메종이라는 프렌치 다이닝을 다녀오며 느낀 점을 쓴 기사가 네이버 메인에 걸렸었다. 메인에 걸린지도 나중에 친구를 통해 듣게 되었는데 그 기사에 대한 댓글에는 화난 댓글들이 많았다. 관종들이 가는 곳이다, 물 한 병에 15,000원이나 하는 곳에 가는 허세 있는 사람이라는 등 내 기사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세상엔 다양한 의견이 있고 내 생각이 정답이 아니기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업체에 협찬받고 간 쓰레기 기사'라는 댓글을 보고 아차 싶었다(엄마 생신 기념으로 내가 대접했던 내 돈 내산 경험이었는데). 특정 업체를 언급하면 당연히 할 수 있는 의심이다. 내가 독자였어도 협찬으로 의심할 것 같다. '보트르메종이 아니라 청담동의 한 프렌치 다이닝 레스토랑이라고 썼어야 했는데' 라며 후회했다. 아직 기사를 쓴 지 일주일도 안 된 때였으니 이런 스킬이 부족한 게 당연하다. 이렇게 경험을 통해 하나씩 배워간다. 기사를 많이 읽고 기사의 특징을 파악해야겠다.


[근기를 찾아라]

그동안은 에세이로 내 감정, 내 생각을 썼기에 논리성에 결점이 많았다. 나의 머릿속 사고 회로에서 연결을 짓고 매듭을 지었기에 근기가 부족하고 논리가 탄탄하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나의 상상이자 주장일 뿐이었다(송길영 작가 said "데이터에 기반해서 상상해야지 그냥 상상하면 망상일뿐이다"). 그러나 에세이와 달리 정보 전달이 목적인 기사는 근거가 필요하다. 많은 기사들이 그래프와 통계자료를 첨부하며 그 논리성과 완결성을 높인다. 이제는 글을 쓸 때 통계자료나 분석 데이터를 찾게 된다. 아직은 서칭 스킬도 부족해 원하는 데이터를 찾는 것도 어렵다. 공부를 해야겠다고 느낀 포인트도 이런 미숙했던 부분들을 알게 되면 서다. 앞으로는 정보 전달을 위한 글은 물론이거니와 주장하는 글을 쓸 때도 이를 뒷받침하는 근기 자료들을 제시하며 설득력 있는 글을 쓸 것이다.



상처도 받고 도움도 받으며 새로운 도전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는 요즘이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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