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주 인터뷰
앞선 글에서 언급했다싶이, 나는 LinkedIn이나 Indeed와 같은 채용사이트를 통해 직업을 찾지 않았다. J1 인턴을 전문으로 하는 에이전시를 통해 전 과정을 진행했다. 이미 미국 인턴 생활이 끝난지 6개월이 넘어간 지금, 많은게 가물가물하지만 이전 블로그에 정리해둔 고용주 인터뷰 관련 내용을 정리해서 올려보려고 한다.
해당 인터뷰를 통해 취업이 된 회사에서 1년을 근무한 후 쓰는 후기이다보니 오히려 더 도움이 되는 내용이 될 것 같다. 내가 에이전시를 통해 일자리를 구한 과정을 순차적으로 작성했다.
이건 단순히 미국 인턴쉽 뿐 아니라 취업 준비에도 적용되는 이야기 같다. 자소서 쓰고 지원하는거 그냥 내 시간 좀 쓰면 되는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시간도 자원이다. 내 기준과 맞지 않는 회사에 자소서 쓸 시간에 노는게 낫다. 무제한 자소서 공장 돌리기와 들을필요도 없었던 탈락 소식은 번이웃을 앞당긴다.(사실 이 글을 쓰고있는 지금도 한국에서 실시간 '서탈*무한'을 경험중이다.)
그렇기에 나만의 기준을 정하는걸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기준과 맞지 않는 회사는 쿨하게 아웃시키자. 디자인 인턴 한정이지만, 디자인쪽은 공고도 많고 기회도 많기 때문에 회사 하나를 포기하지 않는것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
나는 같은 이유로 한국에서의 취업준비 초반에 모든 디자인과 PD 직무에 지원을 했던걸 후회하고있다. 덕분에 자소서를 계속 다시 쓰느라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각각의 자소서 퀄리티도 떨어졌던 것 같다. 회사별로 다른 자소서를 쓰는건 당연하지만, 적어도 분야가 같아야 수정을 하기도 용이하고 내 생각을 다듬기도 편하다.
그래서 내가 미국 회사를 정했던 기준은 이 세가지였다.
업무 : UIUX, GUI, IT, GAME
위치 : 다운타운에서 차로 30분 이내
외국인 비율 : 30% 이상
물론 이 기준도 회사를 알아보던 초반에 구한거라 시간이 지나면서 직무 부분은 현실과 타협하는 방향으로 수정하였다. J1 비자의 미국 인턴으로 갈 수 있는 IT 관련 회사가 거의 없기에 직무는 시각디자인에 해당하기만 하면 괜찮다는 기준으로 바꿨다.
업무야 내가 잘 하고 기회를 찾으면 웹디자인이나 앱디자인을 할 수도 있을거라고 합리화했고, 어차피 정말 경력만을 바라본다면 갈 필요 없는 인턴이기 때문에 면접을 보고 블로그를 찾아보다 보니 회사의 분위기가 더 중요하다고 기준을 바꾸게 되었다.
업무를 경험하고 지인들의 회사 이야기를 들으며 지금 내린 결론으로는, J1 인턴 비자로는 원하는 직업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가령 IT관련 직종이라던가, 얼핏 들으면 세련되고 있어보이는 직업들이 그렇다. 미국에 있는 한인 회사들은 대부분 2차산업 회사들이기에 이 부분은 미리 인지하고 준비하는게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위 문단에서 언급한대로 시각디자인 잡을 구해도 충분히 다양한 업종을 경험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인력을 적게 뽑기 때문에, 그래픽 디자이너로 뽑아놓고 영상을 시키기도 하고 웹을 시키기도 한다.
-California / 패션 / 합격
업무 : 불일치
위치 : 일치
외국인 비율 : 불일치
나는 가고싶은 지역이 캘리포니아로 확고한 편이었다. 따뜻한 나라에 살아보고 싶었고, 꼭 차를 사서 운전해 다니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이후로 면접을 본 회사들은 모두 캘리포니아에 있는 회사들이다.
21년 11월 중순에 면접을 본 첫번째 회사는 얼바인 근처에 있는 패션회사였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영어로 인터뷰가 진행되었는데, 다들 영어로 대화하는게 힘들어보였다.(물론 나도...)
업무는 패션 디자인 보조가 주가 될 것 같았고 면접에서도 그렇게 전달을 받았었다. 위치는 좋았고 면접 분위기도 좋았으나 업무와 외국인 비율이 내가 정한 기준과 일치하지 않았다.
면접을 본 이후 금방 합격 소식을 들었고, 첫 면접이자 첫 합격이라 너무너무 설레고 싱숭생숭했으나 결국 거절을 했다. 내가 정한 기준과 2가지나 일치하지 않는건 좀 아니라고 생각했고 당시 에이전시에서 회사 리스팅을 많이 보내줬어서 또 기회가 올거라는 확신이 들었던 것 같다. 그래고 첫번째 합격한 회사를 선택하는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곧 다른 회사와 면접을 보게 될거라는 확신과 달리 나는 꽤 오래... 기다렸다. 12월달은 연휴가 많아서 공고가 많이 뜨지 않는다. 실제로 일을 해보니 미국 회사들은 12월에 2주정도 쉬는게 보편적이었다. 당시에 술과 유흥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며 그 회사에 갔어야 했나? 하고 여러번 후회했었다. 이후 면접 당시에는 더 마음에 들었던 회사에 취업했기에 블로그에는 스스로를 칭찬한다고 써두었으나, 막상 회사를 다녀본 결과 첫번째 합격했던 이 회사가 다니기에 더 좋았을 것 같기도 하다.
인터뷰 내용
Q. 회사에서 제품디자인을 해야하는데 괜찮은지(본인은 시각디자인 전공)
A.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해봐서 제품디자인도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
Q. 언제 미국에 올 수 있는지
A. 12월에 출시 예정인 서비스가 있는데 그 이후로 갈 수 있다
Q. 미국에 친인척이 있는지
A. 아무도 없다
면접때는 별 질문을 받지 않았다. 내 포트폴리오를 보고 이미 너무 마음에 들었다고 했고 그래서 직무적인 질문은 하지 않으신 것 같다. 근데 사실 난 그런점에서 오히려 '아 나 저 회사에 가도 정말 보조만 하다 오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California / Orange County / 식품 / 탈
업무 : 일치
위치 : 일치(출국 전에는 몰랐는데 지금 다시보니 불일치)
외국인 비율 : 일치
두번째로 면접봤던 회사는 첫번째 회사보다 이전에 지원을 했던 회사였다. 내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이미 합격했던 지원자가 있었는데 무언가가 틀어져서 다른 지원자들에게 연락을 했던 것 같다. 이 회사는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한국 대기업의 해외지사였다.
면접은 인사담당자랑 디자이너랑 각각 진행했다. 인사담당자와는 분위기가 좋았으나 디자이너와 진행한 면접은 압박면접에 가까웠다. 압박면접에 별로 쫄거나 당황하지 않는 나지만, 기분이 별로였다. 즐거운 분위기에서 지원자에 대해 더 알아가는게 낫지 않나? 왜 피차 기분이 더러워져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회사에 붙더라도 가는건 고려해봐야 겠다고 생각했는데(압박면접한 사람이 내 상사라니) 결과적으로 고민할 필요도 없이 탈락했다.
사실 나는 미국 인턴을 준비하는 평균보다 좋은 스펙이라고 자부했기에, 원하기만 한다면 다 붙을줄 알았는데 첫 인터뷰 탈락을 하고나니 현타가 밀려왔다. 나는 돈을 내고 면세 해택까지 줄 수 있는 인력인데 그래도 나는 안뽑는구나, 이런 생각. 하지만 애초에 직무 자체가 패키지 디자이너였기에, 내 포트폴리오와 결이 맞지 않았을거라는 생각을 하며 이겨내려고 노력했다.
인터뷰 내용
인사담당자
Q. 외국 경험이 있나요?
A. 외국에서 살아본적은 없고 평소 여행다니는것을 좋아해서 여행가서 외국인 친구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곤 했습니다. 그래서 어느정도의 스몰톡은 할 수 있습니다.
Q. 그 여행지가 미국인가요?
A. 아니요. 정말 미대륙만 한번도 가본적이 없어서 처음 인턴을 준비할때 미국에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Q. 5년뒤 어떤 디자이너가 되어있을 것 같나요?
A. 저는 평소에 제 이야기를 하는걸 좋아하고 그래서 디자이너가 되고자 했었기 때문에, 비록 지금은 주니어 디자이너로 오더에 맞게 시각적인 이미지를 제작하는 작업을 많이 하고있지만 5년 뒤에는 제 이야기를 더 담을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그렇기에 User Experience쪽 업무를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이 때 패키지 디자인 얘기를 했었어야 했는데...)
Q. 인턴을 통해 얻고싶은 것은?
A. 한국에서 디자인을 오래해서 리프레시를 하고싶고 미국에의 회사 업무 체계같은 것을 경험하고 싶습니다.
디자이너
Q. 클라이언트들이 내 작업에 대한 수정을 요청했을때 어떻게 할 것인가요
A. 디자인을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전공자이기때문에, 클라이언트들의 요청을 존중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작업은 제 포트폴리오에 실리고 제 이름이 남는 것이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너무 이상하다면 제가 생각하는 대안을 제시하는 편입니다.
Q. 요즘 많은 비전문가가 디자인을 하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차별화된 강점은?
A. 저는 디자인 하기 전에 글을 씁니다.예쁘게 만드는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보여드린 포스터같은 경우 낱장의 이미지라 논리가 많이 필요하지 않지만, 브랜딩 제품으로 들어가면 논리가 굉장히 중요해집니다. 브랜드의 가치관을 잘 담고있는지, 다른 제품과 잘 어울리는지, 와 같은. 그러기 위해 글을 쓰고 논문을 찾고 트렌드리포트를 읽으며 유행을 캐치하고 논리를 강화시킵니다. 탄탄한 논리가 제 디자인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가 워낙 길었어서 일부만 첨부한다. 이 인터뷰 이후에 진짜 진하게 현타가 왔다. 사실 나는 패키지 실무 경험이 꽤 있는편인데, 내 포트폴리오에서는 하나도 보여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스타트업에서 디자인 총괄로서 지원자들을 보다보니 실무 경험과 개인 프로젝트의 무게가 다르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꼈다. 아무리 개인 프로젝트를 잘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과 타협하고 실제화 하는 실무 경험이 훨씬 값지다. 그래서 나도 이 인터뷰 이후로 포트폴리오에 실사화가 된 외주 작업을 추가했고 웹 포트폴리오도 제작했다.
더 이상 탈락의 좌절을 맛보고 싶지 않다는 발악이었다. 그리고 미국에 워낙 가고싶다보니, 한국 기업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만들때와 의욕부터가 달랐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 회사에 떨어진건 포트폴리오의 퀄리티 문제가 아니었던 것 같다. 내가 지원한 직무와 내 커리어가 일치하지 않았고, 미국에서 오래 살 인재라기보다 잠깐 경험하고 돌아오고싶다는 인상을 강하게 주었던게 문제였던 것 같기도 하다.
미국 J1 인턴같은 경우에는 요구하는 작업의 퀄리티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이 낮은편이다. 실제로 디자인 일을 하는 비전공자들도 매우 많았다. 포트폴리오의 퀄리티가 높으면 당연히 좋지만, 퀄리티가 낮다고 너무 걱정하지 말자.
-California / Vernon / 패션(가방) / ?
업무: 일치
위치 : 일치
외국인 비율: 일치
두번째 면접을 보고도 꽤 오랜 공백이 있었다. 한달쯤 지나서 새해가 되고 저번주에 드디어 회사 리스팅을 추가로 받았다. 총 세곳과 내 포트폴리오를 보고 연락했다는 패션 회사 한곳. 에이전시에서 어떻게 회사를 구하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담당자들만 볼 수 있는 사이트에 구인자 정보를 올려두기도, 하고 주기적으로 해당 에이전시를 통해 인턴을 구하는 회사에 연락을 돌리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이 회사는 정보도 잘 안나오고 홈페이지가 너무 묘해서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너무 오래 인터뷰를 안보기도 했고, 시급이 괜찮았고 무엇보다 중식을 제공해준다기에 지원을 했다. 금방 연락이 왔고 몇일 뒤 면접을 봤다. 놀랍게도 업무는 내가 초기에 원하던 범위에 있었다. 웹사이트 디자인. 이건 UI/UX 쪽으로 취업을 하고싶은 내가 미국에 가서 스펙도 쌓고 경험도 쌓을 최적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 분위기도 좋았고.
하지만 총 직원이 20명이라는게 많이 걸렸다. 나는 작은 회사에서 같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일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체 직원이 20명이라면 대표와 이야기를 나눌 일도 많다는거고, 하여간 한국의 X소같은 느낌일 것 같다는 촉이 왔다. 확실한건 없었지만 안그래도 낯선 환경에서 살아야 하는데 위험요소는 최대한 줄이고 싶었다.
그리고 가방 도매를 전문으로 회사인데 디자이너가 한명도 없다는게 여러모로 충격이었다. 웹사이트를 개설하는데 디자인 인턴 2명이 그걸 담당하게 될거라고 했다. 나는 스타트업에서 혼자 앱 4개를 만들었던 경험이 있기에, 인원이 적은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래도 규모가 꽤 있는 회사에서 디자이너를 아직까지 채용하지 않았다는게 걸렸다. 디자이너를 대우하지 않는 회사일 것 같았다.
하지만 직무가 너무 마음에 들고 면접 분위기도 좋았어서 고민이 되었으나 이 다음날 면접을 본 회사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결과적으로 이 회사는 가지 않게 되었다.
인터뷰 내용
Q. 웹사이트 디자인 할 수 있나요
A. 네. 현재 스타트업에서 앱/웹디자인을 하고있고, 이전에 웹사이트 디자인을 해본 적 있습니다.
Q. 쇼핑몰에 사진 업로드 하는 업무도 하게 될 것 같은데 할 수 있나요?
A. 네. 예전에 관리했던 웹사이트가 와인용품 쇼핑몰이었습니다. 제품 사진도 제가 촬영했습니다.
Q. 당시에 사용했던 카메라는 어떤거였나요?
A. 상황이 열약해서 흰 벽에 대고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포토샵 보정을 온라인 쇼핑몰용 사진으로 만들었습니다.
Q. 웨어하우스 업무, 사무보조 등 다양한 업무에 투입될 수 있는데 괜찮은가요
A. 네 괜찮습니다.
Q. How’s your English skill?
A. I think I’m good at listening, but not that fluent at speaking especially in the working environment.
Q. 여행을 자주 다녔으면 영어로 의사소통을 해야 했을텐데?
A. 영어로 프리토킹은 잘 합니다. 업무적인 영어 스킬은 부족한 것 같습니다.
Q. 미국에 친척이나 친구가 있나요
A. 친구는 있지만 가족은 없습니다.
Q. 외국에서 혼자 출퇴근하는건 괜찮은가요
A. 평소에 새로운 환경에 놓여지는걸 좋아해서 걱정되는 마음은 하나도 없고 엄청 설레하면서 기대하고있습니다.
역시 면접내용의 일부만 첨부했다. 1월 13일에 면접을 봤고 최종적으로 합불 소식을 듣지는 못했다. 이미 다른 회사를 가기로 했기에 에이전시 측에서 합불 소식을 들려주지 않았다.
-California / Vernon / 패션(여성복) / 합
업무: 불일치
위치 : 일치
외국인 비율: 일치
드디어 마지막 인터뷰다. 이 회사는 일단 먼저 연락이 왔고, 면접 날짜도 매우 빨리 잡아줘서 처음부터 느낌이 좋았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너무 서두르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당시 나는 전날 인터뷰했던 E 회사의 업무가 너무 솔깃했던터라 면접을 열심히 준비하지는 않았다. 이 회사는 내 에이전시랑 처음 진행하는거라 인터뷰가 영어로 진행될수도 있다고 했고 주어진 정보 자체도 가장 적었다.
일단 가장 놀랐던건 면접관들이 되게 젊었다. 여태까지 봤던 인터뷰들중 가장 젊고 배경인 오피스도 뭔가 햇빛이 잘 드는 밝은 느낌이었다. 인터뷰 분위기도 좋았다. 입사 이후 회사 사람들끼리 모이면 다들 사기취업이라고 이야기하고는 했다. 실제 사무실에는 창문이 하나도 없어서 늘 어둡고, 인터뷰 당시만 해도 미소를 보여주던 GM은 .. 그 날 이후 웃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C 회사처럼 인사담당자와 디자이너 이렇게 나누어서 면접을 진행했는데 디자이너님(입사 후 팀장님)이 하는 질문은 꽤 전문적이면서도 친절해서 나도 인터뷰를 나누면서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쯤에 시급을 높혀줄 의사가 있다고 해서 너무 신났던 기억이 난다. 나는 아직 사회 초년생이라 연봉이나 시급이 올랐던 적이 없었는데, 뭔가 내 면접 능력으로 일궈낸 첫 성과같았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는 회사 분위기를 묻는 내 질문에 젊은사람이 많아서 엄청 활달하다고 감당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시는 면접관님의 질문이... 조금 설렜다. 개구라였음. 그리고 여초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 디자이너가 (패션 디자이너 포함)10명 가까이 된다는것도 좋았다. 패션 회사에서 디자이너 10명이 다 한국인 J1 인턴이라면 믿으시겠습니까?
Q. 가장 재미있게 들었던 디자인 수업은?
A. 타이포그래피 수업이었습니다. 전공 분야중에 전문지식을 많이 요하면서도 크게 티가 안나는 분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재미있었고, 제가 직접 디자인한 글씨를 타이핑 할 수 있다는게 너무 신기했습니다.
Q. 팀플 작업 해본적이 있나요?
A. 네 있습니다.
Q. 본인은 팀플레이시 어떤 사람인가요?
A. 저는 적극적인 사람이라 보통 의견제시를 하고 이끌어가는 편입니다. 든든한 동료들이 제 작업을 잘 마무리해주는 편인 것 같습니다.
Q. 해당 작업에서 어떤 디자인을 담당했나요?
A. 제가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다같이 디자인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저는 타이틀 이미지를 디자인하는 업무를 맡아 진행했습니다. 작품에서 어떤 부분이 중요한지 어떻게 간결하게 설명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을 했던 작업입니다.
Q. 다같이 일하는걸 어떻게 생각하나요?
A. 지금 일하는 회사에서 처음으로 부사수와 함께 일하고 있는데, 팀원이 생긴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짐이 내려놔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같이 일하는것도 좋아합니다.
Q. 주 업무가 쇼핑몰에 올라갈 사진을 편집하고 디자인하는건데, 괜찮나요?
A. 네 이전에 쇼핑몰 디자인 아르바이트를 해본적이 있습니다.
Q. 웹디자인과 인쇄물 디자인중에 더 선호하는것은 어떤 것인가요?
A. 둘 다 좋지만 더 선호하는것은 웹디자인입니다.
Q. 미국에서 기대되는것은?
A.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게 기대가 됩니다. 그리고 이번 여름에 서핑을 시작했는데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서핑하는 제 모습도 너무 기대가 됩니다. 또한 미국 회사의 업무 방식이 궁금합니다.
역시 많이 생략한 인터뷰. 이 인터뷰도 C사와 투탑으로 오래 진행되었다. 마지막에 시급 얘기를 들으며, 이건 됐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정말 2시간이 안되어서 에이전시에게 연락이 왔다. 회사에서 나를 너무 마음에 들어 해주셨고 시급도 3불 인상해준다는 소식. 너무 기뻤지만 우선 부모님과 상의를 해야 했기에 다음날까지 이야기를 나눴고, 이보다 좋은 조건(분위기, 시급, 위치 등)을 찾기는 현실적으로 힘들거라는 결론 끝에 이 회사에 가기로 결정을 했다.
보통 J1 비자 프로세스에는 최종 합격 후, 생각할 시간이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탈락 소식에 실망할지언정 모든 인터뷰마다 합격했다고 가정하고 회사에 대한 정보를 정말 열심히 찾아다녔다. 내가 회사를 조사하며 얻게된 나름의 팁들도 공유하려고 한다.
1. 구글맵
나는 미국 인턴을 준비하며 가고싶었던 곳들, 번화가들을 구글맵에 찍어뒀었다. 그렇게 자주 들락날락 하다보니 여기는 대충 어떤 분위기인지 감이 왔다. 우리나라로 치면 여기는 구로 디지털 단지군, 여기는 강남이군, 이런 느낌? 보통 패션회사가 몰려있는 곳은 vernon이라고 우리나라로 치면 구디단 느낌의 지역이다. 실제로는 사람이 너무 없어서 노숙자조차 없는 거리이고, 아무래도 지하철이나 버스를 통해 출퇴근하는건 좀 힘들다. LA 다운타운이나 한인타운에서 거리가 멀지는 않지만 어디에서 출발하든 1시간 반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맵에 가고싶었던 곳들을 저장해둔 핀을 기준으로 회사의 위치를 확인하는게 중요하다. 내가 예상했던 내 생활범주를 너무 벗어나는 직장이라면 아무리 업무가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도 힘들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예정이라면 나는 한인타운 근처 직장을 추천한다. 다른 지역에 있다고 해도 한인 회사에 다니는 이상 영어를 많이 쓰기는 쉽지 않다. 통근이라도 편하고 짧게 걸리는게 최고인 것 같다.
2. Indeed, Glassdoor
미국인들이 회사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는 곳이다. 보통 회사이름 뒤에 review, employee, intern 이라는 단어와 접목시켜 검색을 하면 위의 두 사이트가 나온다. 그 곳에서 회사 분위기가 어떤지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렇치만 확인해야 할건 우리가 가는 회사는 한인회사라는 것이다. 대부분 한국에서 인턴을 데려다 쓸정도로 규모도 작다. 물론 실제로 미국에 가보니 한국 인턴을 선호하는 이유를 뼈져리게 알게 되었다. 한인 회사에 지원하는 인력중, J1 비자를 통해 온 한국인들이 제일 스펙이 좋다. 미국 내에서 학교를 나오고 살아온 사람들은 J1 인턴들이 가는 한인 회사에 취업하지 않는다. 또한 그 돈 받고 아무도 일하려고 하지 않고, 인턴들은 대부분 미국에 연고가 없기에 절박하고 다루기 쉽자는 인식이 깔려있다. 현실적으로 유니콘 기업을 찾지 말고, 내가 타협할 수 있는 지점을 찾자. 나는 회사 분위기가 너무 중요해서 거의 동료들에 대한 리뷰를 찾아봤던 것 같다. 좋은 점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회사는 분위기가 딱딱하고 상사들이 엄격했어서 오히려 동료들끼리 사이가 매우 좋았다.
3. 기타 구글링
검색시에 한국어 단어와 결합하기, 한국어 단어로 검색하기 등도 추천한다. 영어로 검색시에 나오지 않던 한국 게시글이 나올때도 있기 때문이다. 나같은 경우도 서류를 넣었던 회사 하나를 'OOO(회사명) 인턴'으로 검색해서 내 에이전시의 몇년 전 글을 발견한 적도 있다.
또는 구인 공고에 나와있는 이메일을 구글링해보자. 다른 사이트에 올렸던 공고를 확인할 수도 있다. 아마 에이전시를 통해 본 공고와는 다른 형식의 글이 올려져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새로운 정보를 얻을수도 있다. 또는 인사 담당자의 페이스북이나 링크드인, @뒤를 날리고 검색시 인스타그램까지(...)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인사 담당자의 이름을 알게 되면 또 '인사담당자 이름+회사이름'을 검색한다던가. 이런 식으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해보자.
나도 회사를 알아보며 내가 좀 병적인가? 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렇지만 1년간의 타지생활에 구심점이 될게 바로 회사이다. 남자를 만나도 인스타그램을 전부 뒤지는 마당에, 이정도는 꼭 필요한 것 같다. 나는 또 미국 인턴 글을 보며 이상한 회사에 가서 고생했다는 얘기를 하도 접해서 그런지 더 더 열심히 검색했다.
또 인터넷을 보다보니 데이팅 앱을 통해 해당 지역 사람들과 채팅을 해서 회사에 대한 정보를 얻어낸다는 사람도 있었다. 사실 나도 해봐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떤 외국인이 나한테 너 강남사니깐 spc 본사 분위기 어때? 라고 물어보면 진짜 할말이 없을 것 같아서 구지 하지 않았다.
옛날 글을 수정하며 작성하다보니, 1년간 시달렸던 시절이 생각나서 글의 방향이 조금 달라진 것 같다. 비록 회사에서는 참 힘들었지만 나는 미국에 갔던걸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고, 내가 외국에서도 잘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한국 생활이 힘들어지면 언제든지 도망칠 수 있는 도피처를 하나 얻었기 때문이다.
미국 인턴 글을 보면 사람들이 다들 하는 말이 있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다, 라고. 그 말이 맞다. 내가 그토록 싫어했던 회사에서 5년씩 일을 하는 언니들도 많았다. 언니들은 적응하면 다닐만하다고 했다..
사실 아무리 꼼꼼히 준비해서 취업한다고 해도 모든게 마음처럼 되지는 않는다. 나 역시 막상 출근해보니 내가 생각한 회사생활과는 많이 달랐다. 하지만 한번 결심한 이상 나는 도저히 포기가 안됐다. 미국에 가보지 않으면, 1년을 버티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
미국 회사는 미국 생활의 구심점이 맞다. 하루에 8-9시간씩 보내야 하는 곳이고 내 미국생활의 경비를 충당하는 곳이기도 하다. 또 내 주변 대부분의 J1 인턴들은 첫 사회생활을 하는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살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기회가 찾아온다. 떠나고 싶다면 오랜 고민 없이 떠나는걸 추천한다. 회사가 너무 별로라면 언제든지 이직할 수 있다. 주변에도 몇번이고 이직하는 친구들이 많았고, 결국 각자에게 맞는 회사를 찾아냈다. 그리고 너무 힘들면 억지로 버티지 말고 돌아오는것도 용기인 것 같다.
오랜만에 들어온 브런치에 생각보다 좋아요가 많아서 허겁지겁 새로운 글을 작성해보았다. 사실 나도 한국에서 취업준비를 하며 수많은 좌절을 맛보고 있는데, 나를 포함해 도전하는 모두가 원하는 결실을 맺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