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활을 관찰하자
나의 경우는, '논문의 주제'가 참신하여 무사히 박사졸업까지 마친 케이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보경영분야/마케팅 분야에서 이전에는 제기되지 않았던 주제를 논문화시켜서, 좋은 학회에서도 최우수 논문상을 받은 경험도 있다 (심지어, 논문결과는 파일럿 수준이었지만, 주제에서 참신성을 인정받았다!!).
따라서, 나의 논문 주제는 어떻게 찾아내게 되었는지를 서술해보려고한다. 아마 나의 논문주제 찾기 스토리를 읽은 사람들은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재미있는 논문 주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얻게될 것이다!
나의 논문 주제는 나의 '쇼핑행태'에서 출발하게 되었다. 어느날, 컴퓨터를 구매하기 위해 하이마트에 들린 적이 있었다. 실컷 구경을 하고, 마음에 드는 컴퓨터를 기억한 뒤, 실제 구매는 하이마트가 아닌 온라인에서 진행하였다. 왜냐하면, 당연히 온라인이 더 싸고, 모델 번호만 기억하고 있다면 같은 물건을 배송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나의 쇼핑행태는 오프라인에서 본 물건을 온라인에서 구매하기도하고, 온라인에서 본 물건을 오프라인에서 구매하기도 하였다. 즉, 쇼핑에 있어서 '탐색'하는 채널과 '구매'하는 채널이 불일치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나에게 유리한 온/오프라인 채널을 이용하여 쇼핑을 효율적이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리테일러 입장에서는 나와 같은 소비자는 불청객이었다. 특히, 하이마트 같은 오프라인 매장은 매장 임대료 등 비싼 오프라인 매장운영비를 지불하며 가게를 운영하는데, 나와 같은 Free-Rider들이 오프라인 매장은 물건을 체험하는 방식으로만 쓰고, 실제 구매는 가게에서 결제하지 않는다면, 하이마트 입장에서는 손해보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날 '하이마트'는 나와 같은 사람들을 어떻게 대응해야하지? 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이러한 궁금증을 풀기위해, 몇날 몇일을 기사와 논문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그 당시 (2015년)에는 이와 같은 논문은 전무했다. 그런데, 어느날 외국 기사에 'Showrooming'이라는 주제로 신소비 트렌드와 관련된 기사들이 하나씩 나오고 있었다. Showrooming이란 소비자가 상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살펴본 후 가격이 저렴한 인터넷ㆍ모바일 플랫폼에서 구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즉, 내가 하이마트에서 했던 행동이었던 것이다! 이런 행동이 새로운 구매 트렌드라고 소개되는 외국 기사들을 보며, 내가 기나긴 박사과정동안 연구해볼만한 주제라는 것을 직감했다.
보통 논문은 트렌드보다 2~3년 늦게 출간된다. 왜냐하면, 논문을 작성하고 리뷰어들과 논문출간 프로세스를 거치다보면 2~3년은 훌쩍 지나기때문이다. 따라서, 논문은 전무하고 오직 외국 기사만이 내가 궁금한 사회현상을 이야기하고 있을 떄, 내가 하루 빨리 이 주제를 논문화시켜야겠다고 결심했다.
나의 직감은 맞았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쇼핑패턴을 보이고 있었지만, (너무 당연한 탓인지) 자신이 '탐색'과 '구매' 채널을 다르게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많이 깨닫지 못했었다. 이와 같은 연구주제를 학회나 교수님들 앞에서 발표할때면, 모두 참신한 연구주제라고 칭찬해주셨다. 모두들 '왜' 우리가 채널을 넘나들며 쇼핑을 하는지, 그리고 '어떤 제품에서/ 어떤 상황에서' 그러한 쇼핑행태를 보이는지 궁금해하였다. 그리고, 나는 그 연구주제를 가지고 박사과정 5년을 열심히 연구하고 논문을 작성했다.
결론적으로, '하이마트'는 나와 같은 사람들을 어떻게 대응해야하지? 라는 나의 처음 궁금증에 대한 나의 5년간의 연구의 답은 '옴니채널'전략을 실천하자!이다.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에는 소비자들은 거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쇼핑을 하는 구조였다 (Single channel). 그러나, ICT의 발전으로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쇼핑이 가능해지면서, 소비자들은 이제 오프라인/온라인/모바일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한 쇼핑일 가능해졌다 (Multi-channel). 그러나, 이러한 멀티채널 환경에서는 나와 같은 '쇼루밍'족이 생겨나게 되는데, 왜냐하면 채널별로 가격이나 프로모션 등이 통합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리테일 산업은 Omni-channel환경으로 진화 중이다. 즉,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하나로 연결이 되어, 소비자에게 통일된 가치 (Unified value)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옴니채널의 가장 이해하기 쉬운 예시로는 온라인 주문, 오프라인 픽업 (buy online, pickup offline; BOPS)가 있다. 교보문고의 바로드림 서비스가 이에 가장 대표적인 예시이며,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오프라인에서 구매한 책을 픽업하는 것이다. 즉, 책한권을 사더라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통합되어 하나의 소비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필자는 ICT발전으로 인한 리테일 환경의 패러다임 변화를 학위 논문의 큰 주제로 정하고, 에세이1은 멀티채널 하에서, 에세이2는 옴니채널 하에서의 소비자의 행동을 주제로 박사 논문을 구성하였다. 그리고, 각 에세이는 각각 SSCI급 저널에 게재되어, 무사히 박사졸업을 마칠 수 있었다.
나의 경우에는 논문 주제를 나의 관심분야에서 발견한 케이스로, 굉장히 드물(?)지만 임팩트가 있는 주제를 찾아낸 케이스이다. 사실, 나는 경영학 중에서도 마케팅을 전공했기에 가능한 케이스기도 하며, 사회과학이 아닌 자연과학쪽을 전공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나의 방법이 통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강조하고 싶은 점은, 적어도 석사2년~박사5년동안 내가 이끌어가야할 연구 주제는 '나의 진심어린 관심'이 있는 분야로 선택할 때 시너지가 나온다는 점이다. 그 기나긴 시간동안 관심도 없는, 재미도 없는 주제에 대해 읽고 쓰고 고민한다면 얼마나 괴로울까! (좋아하는 주제로 연구해도 힘든데 말이다...)
그러나, 또 현실적으로는 내가 하고싶은 연구주제만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지기란 매우 어렵다. 나의 경우는 매우 운이 좋게도, 지도교수님께서 나의 연구주제에 한계없이 모두 수용해주시는 스타일이라 가능했다. 분명, 어떠한 상황에서는 내가 하기 싫은 연구주제로 연구를 시작해야하는 상황이 분명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다음 글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떻게 논문 주제를 잡고, 교수님과 연구주제 미팅시 커뮤니케이션해야하는지에 대해서 써보면 어떨까 기획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