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움을 찾아가는 과정
박사 졸업까지 오랜 공부를 마치고, 대기업에서의 생활은 '나다움'을 잃어가는 과정이었다. 철저히 을이 되어야하는 경직된 조직문화, 보고위주의 일처리, 여초집단 특유의 텃세, 상명하복의 문화들로 항상 '왜 그래야하지?' 라는 물음투성이의 일들이 입사 후 2년동안 이어졌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왜?'라는 질문은 선배들에게 자칫하면 '90년대생의 패기'로 치부되기 일쑤이기때문에, 까라면 까는 것이 사회생활의 도리라고 여기며 지냈다.
박사과정 내내 나는 회사체질이라 취업하면 잘살꺼라는 믿음이 무색하게, 회사에서의 2년동안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나답지 않은 내 자신이 소진되고만 있다는 느낌이었다. 참 당황스러웠다.
이제서야 찾아본 나의 강점
왜 이런 불행한 날들이 계속되는지 그 이유를 찾았다!
우연히 '나의 강점찾기' 유료테스트를 해보게 되었고, 발견된 나의 강점은 '추진'과 '동기부여'였다. 이 두 가지가 나의 최대 강점으로 분석되면서, 왜 대기업의 생활이 나에게 '자기답지' 못했는지 설명이 되었다. 우선, 나의 강점인 '추진'을 전혀 발휘할 수 없는 구조였다. 나는 팀에서 가장 어린 막내이자, 이제 막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실무경험이 전무한 애송이었다. 보통 상사의 지시를 군말없이 해내야하는 나의 업무 환경에서는 나의 '추진력'이 발휘될 수 없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쉽게 이해하거나 격려하고 성장시키는 강점인 '동기부여' 역시 팀에서 막내인 나의 상황에서는 전혀 발휘될 수 없는 환경이었다.
부캐가 뜨는 이유
회사에서 나다움을 찾을 수 없다면, 나다움을 찾을 수 있는 부캐를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철저히 회사에서의 나와 세상에서의 나를 '부캐'를 통해 분리하는 것이다.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상으로 반을 살고, 나다움으로 무장된 나의 부캐로써 반을 사는 것. 그것이 내가 입사 후 2년동안의 찾은 솔루션이다. 현실적으로 입에 풀칠은 하고 살아야하기에 회사에서의 나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대로 '나다움'을 잃어가는 내 자신을 방치하고 싶지 않았다.
진정한 나를 찾고 부캐를 키우기 위해, 아래 4가지 질문에 끊임없이 고민했다.
나의 강점인 '추진'과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내가 살아오면서 가장 뿌듯했을 때가 언제였을까?
시간가는 줄 모르고 했던 일이 뭐가 있을까?
나의 삶의 목표인 '선한 영향력을 주자'를 실천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의 결과는 아래와 같다.
내가 잘하는 것
어려운 것을 쉽게 설명하는 것
생각나는 것은 바로 실천에 옮기는 것
여러가지 자료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것
후배들에게 꿀팁 전수해주는 것
내가 어렵게 이해한 개념들을 누구보다도 쉽게 설명해주는 것
내가 시간가는 줄 모르고 했던 것
학부 후배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진로강의 1시간 했던 것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내 힘으로 썻던 논문에 대해 1시간 동안 세미나했던 것
누군가에게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설명해줄 때
친구들과 인생얘기 나눌 때
가장 뿌듯했던 일
후배들이 나덕분에 대학원으로 진로를 정하고, 좋은 학교에 입한 일
나의 강의(?)에 대한 좋은 피드백을 들을 때
오롯이 내 힘으로 논문의 처음과 끝을 마무리 짓고, SSCI/KCI급 저널에 Publish되었을 때
논문쓰는 법에 대해 알려줬을 때, 도움이 많이 되었다며 보내준 문자들
찾아냈다! 내 부케의 방향을!
과거의 내가 그랬듯이 지금 무언가에 고군분투하며 헤매고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내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면 그것이 무엇일까? 과거에 논문쓰는 법을 몰라 혼자 맨땅에 헤딩하고 있던 나에게, 논문쓰는 꿀팁들을 말해주는 선배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과거에 입시실패로 자존감이 떨어져있을 떄, 인생은 학벌순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입시가 전부인줄 알고 살았던 중/고등학생 때, 내면이 풍만한 사람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해줬던 누군가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누군가'를 해주는 사람이 나의 부캐가 되길 바란다. 어찌보면 굉장히 이상적이며, 돈도 되지 않은 일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의 이런 바램들이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되면, 나의 부캐는 그것으로 족하다. 그게 내가 추구하는 나다움이며 내가 살아가는 동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브런치를 비롯한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내 부캐를 키워보려고 한다. 박사과정 5년동안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논문쓰기 꿀팁들을 누군가를 위해 알려줄 것이다. 중/고등학생들에게 입시가 인생의 전부가 아님을, 사회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전세계적인 사례와 트렌드를 통해 일깨워주고 싶다. 누군가에게 이런 나의 부캐의 진심이 전해지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