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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namond Nov 21. 2021

박사들은 졸업하고 뭘할까?

박사들의 진로에 대한 고찰

다른 동료 박사들은 어디로 취업했어요?' 


박사졸업을 하고 주변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그때마다 함께 박사를 했던 친구들을 떠올리며 대충 '뭐 연구소도 가고, 교수도 되고 그래요..' 라고 둘러댔지만, 그때마다 나도 궁금하더라. 도대체 박사들은 졸업하고 뭘하고 사는지. 그 지독한 박사과정을 마치고 흡족할만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 



박사 절반이 취업 못한다

참으로 충격적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국내 신규 박사학위 취득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8월~2020년2월 박사 학위 취득자 9,103명 중 취업확정인 경우는 54.9%라고 한다. 박사후 과정(포닥)은 11%, 시간강사는 5.5%, 미취업은 28.6%이다. 박사 졸업생의 2명 중 1명만 졸업 후 확실한 일자리가 보장되는 격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취업확정이 된 55프로의 박사들 중, 첫 일자리의 직장 형태는 대학이 27.5%, 민간기업이 21.9%였다. 사실 이대목에서 좀 더 놀란 것은 생각보다 많은 프레시박사들이 대학으로 첫직장을 잡는다는 것이었다. (내 생각엔 국내/국외의 교수채용을 모두 집계한 것이 아닌가싶다)


박사학위 취득자의 평균 연령은 40.3세, 평균 월소득 562만원

박사를 한다고 억만장자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 평균 연령대비 월소득도 학사졸업하고 회사생활하는 사람들에 비해 그리 크게 차이나는 것 같지 않다. (물론 이건 개인차는 있다)


박사들도 문송합니다...

전공별로도 취업률은 상이했다, 정보통신기술 (ICT)쪽은 상용근로자의 취업률이 84.9%데 비해, 예술 및 인문학의 상용근로자 취업비율운 55.4%였다. 예술/인문학쪽은 박사들도 불안정한 고용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전공계열별 종사상 지위,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보고서 (2020)



졸업하고 대기업 행을 택하다


나의 경우에는 박사졸업 후 진로의 27.5%에 해당아는 민간기업 취업을 선택했다.


그 이유는 3가지였는데, 첫째는 내 성격이 '회사체질'이라고 30년동안 믿고 있었고, 둘째는 헤드헌터를 통해 바로 집 옆에 위치한 국내 최대 대기업에 Offer를 받았기 때문이다. 평소 귀찮이즘이 심한 나에게 바로 출근시간이 15분도 채 걸리지 않을 거리에 있는 회사는 너무너무 매력적이었다. 셋째는 데이터사이언티스트로서의 실무를 경험해보고싶었다. 연구실에서 페이퍼로 보는 세상보다 실제 산업에서는 어떤 데이터들이 모아지고 분석되어 서비스되고있는지 너무 궁금했다.


결론적으로 난 이선택에 대해 매우 후회하고있지만, 박사의 절반이 취업을 못한다는 이시국에 감사해야할 일인지도 모르겠다. 후회하지만, 그래도 적어도 경험을 통한 나의 발견들은 할 수 있었기에.




박사한다고 꿈의 미래가 펼쳐지지 않는다


요즘 취업난이다. 대기업에 입사해보니, 왜 학부 졸업 후 취업이 어려운지 알겠다. 신입을 뽑지 않는다. 우리 회사만해도 2만명규모의 회사에 1년에 30명정도의 신입사원만이 입사한다고한다. 10년전만해도 2천명 규모로 공채를 진행하고 했다던 선배들의 말에, 요즘 학부생들이 얼마나 취업난을 겪고있을지 상상이 안된다. 


사실, 나도 학부 졸업했을 때, 취업이 안되서 1년 백수로 지낸 경험이 있다. 창피하지만, 나의 경우는 그 회피 수단으로 석사를 선택했다. 취업이 안되서 석사라도 가보자는 심보였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나는 (공부체질이 아닌) 연구체질이었고 박사까지 진학하여 나의 연구 포텐을 터뜨렸다. 정말 재밌게 논문썼다. 나의 케이스는 정말 운이좋은 케이스라 생각한다.


그러나, 위의 통계에서 보듯이 '회피성의 석/박 진학'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다. 우선, 박사를 졸업해도 절반이 취업이 안되고, 연봉도 그리 높지 않다. 브런치에 연재하겠지만, 최소 5년이상이 걸리는 박사과정은 몸과 마음이 상하는 일도 엄~~~~~~~~~청 많다. 


한마디로, 석/박 과정을 회피성으로 가기엔 보상도 없고 생각보다 견딜수 없는 가시밭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석사진학을 희망하는 후배들이 찾아오면 제일 먼저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술먹으면서 물어보는걸 좋아한다. 솔직해야하기 때문에...)


석사 진학 목표가 취업이 안되서인지? 아니면 정말 세상에 궁금한 것들을 제대로 파헤쳐보고 싶어서인지. 그런 분야기 있는지. 


이 질문에 망설임이 없는 후배들만 적극적으로 석사입시를 도와주었고, 그 후배들은 모두 행복하게 석/박사를 진행하고있다. 석/박사의 진학을 고민하고있는 모든 사람들 역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때문에 내가 석/박사를 취득하고 싶은지, 그냥 회피의 수단은 아닐지, 나와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매!우!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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