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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Jul 28. 2022

가장 나다움을 유지하는 것이 주는 행복

영화 “우리 사이 어쩌면 (Always be My Maybe)” 리뷰


https://youtu.be/6nibmha3xIY


나쁜 기억으로 마무리된 첫사랑이 15년 만에 재회하지만 너무나 다른 두 사람,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한 줄로 요약된 이 시놉시스만 읽으면 벌써 시작부터 엔딩 크레디트까지 머릿속에 줄거리 한편이 완성된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진부할 수 있는 스토리지만, 예상할 수 있는 클리셰를 따르는 듯 따르지 않는 이 영화만의 고유한 재미가 있다면 ‘변하지 않는’ 주인공들의 모습이었다.


어린 시절부터의 우정이 한순간에 깨졌던 첫날밤을 뒤로한 채, 샤샤 트랜은 고향이었던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미국에서 가장‘힙’한 셰프로 대도시를 종횡무진하며 자신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각종 상을 휩쓰는 셀럽의 삶을 살아간다. 반면 마커스 킴은 고향이었던 샌프란시스코에 남아 홀아버지를 돌보며(그의 입장에서의 이야기지만) 동네에서 밴드를 하고 에어컨 설치 기사일을 하며 15년 이상된 고물 차를 계속 끌고 다니며 살아간다. 둘 관계에서 추억 그대로의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은 마커스, 변화된 사람은 샤샤인 상태로 두 사람은 재회하게 된다.


샤샤는 화려한 삶 속에서 그에 걸맞은(그리고 정말 범접하기 어렵고 특별한!) 상대들을 만나왔지만, 늘 완벽한 모습을 유지하며 불편한 상태로 사랑을 해왔다. 마커스는 샤샤처럼 지난 인연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진 않았지만, 조금 상상력을 덧붙여 예상을 해온다면 고정된 자신의 위치에서 가장 만나기 쉬운 혹은 적합한 상대들과 함께해오지 않았을까 싶다. 샤샤와 재회했을 때 만나고 있던 제니도, 불같은 사랑의 관계라기보단 하다 보니 만나고 있는 정도의 애정도를 보여주었다. 그렇게 마음 한 구석에 허전함이 계속되던 그 시기에 둘은 재회를 하였고 자신들의 가장 많은 모습들을 오랜 시간 동안 보여주었던 서로의 익숙함에 단번에 다시 가까워지게 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운명의 상대였기에 서로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라고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제목도 Always be My ‘Maybe’이듯, 이성적 호감이 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모든 사랑이 그러하듯 결국은 타이밍의 문제였다. 둘의 공허했던 부분들을 채워줄 수 있는 상대들을 그 사이에 만날 수 있었다면 아마 다시 재회할 일이 없었을 수도 있다. 꾸미지 않은 편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상대를 원했던 샤샤, 자신의 발목 잡힌 상태(엄밀히는 스스로가 채운 올가미였지만)에 매여 실제의 욕망을 외면했던 마커스는 서로를 통해 각자의 ‘실체와 욕망’에 더욱 가까워지게 되며 사랑의 감정을 확신할 수 있었다.


클리셰적인 결말이었다면, 샤샤는 모든 명예와 부를 내려놓고 ‘일반인’이 되어 소박한 식당을 샌프란시스코에 차렸을 것이고 마커스는 더 큰 무대에서 밴드 활동을 하며 성공하고 톰 포드 슈트를 입은 채 고급 차에서 그녀에게 키스를 하는 것으로 끝났을 것이다. 성 역할적인 편견을 떠나 그래야 둘의 ‘급’이 맞아지니까. 하지만 이 영화에서 둘의 사회적인 위치는 변하지 않는다. 샤샤는 뉴욕에서 마커스 어머니를 기리는 레스토랑을 오픈하지만 여전히 유명한 셰프이자 셀럽으로 활약하고, 마커스는 스스로 매었던 발목의 올가미를 풀지만 조금 더 나아진 밴드 활동을 즐기며 톰 포드 가격에 놀라 저렴한 슈트를 사 입는 ‘레귤러 가이’로 남는다. 그럼에도 그 둘은 행복하게 이어졌다. 그렇게 그 둘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아마도?


모든 인생을 거는 불같은 사랑도, 나의 현실을 뒤바꿔줄 왕자님/공주님을 만나는 것도 물론 모두 사랑이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가 가장 갈망하는 것은 각자의 1순위인 ‘ 자신 변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스며들  있는, 서로가 물이고 스펀지 같은 관계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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