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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바댁 린다 Aug 20. 2020

당신의 이상형은 어떤 사람인가요?


여기 두 남자가 있다.

돈은 아주 많은데 성격에 결함이 있고 건강하지 못한 남자와 돈은 없는데 마음이 따뜻하고 나만을 사랑해주는 건강한 남자. 당신은 어떤 사람을 택할 것인가?








첫 번째 남자 친구를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만났던 나는 또래 친구들보다 어쩌면 늦게 남자에 대해서 눈을 떴을 수도 있다. (그 전에도 남자를 간간히 만나기는 했고 짝사랑도 했지만 공식적인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처음이라는 말은 설렘을 준다고 하지만 나의 경우는 좀 달랐다. 그동안 동성친구들만 만나다가 이성 친구를 어떤 감정을 가지고 만나다 보니 서툰 거 투성이었고 불편한 점도 꽤나 있었고 답답해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첫 번째 남자 친구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결혼 전까지는 절대 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고수했을 정도로 보수적이었고 순진했었다.


사랑이었을까? 딱히 그런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보니 사랑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오 개월을 만난 후 우리는 자연스레 헤어지게 되었고 그 이후로 나는 두 번째 남자 친구를 만났고 세 번째를 만났다. 그리고 그 만남은 틈이 없이 줄줄이 비엔나처럼 이어져갔다. 한 마디로 가벼운 만남들의 연속이었다. 남자에 대해서 잘 알고 그런 건 아니었는데 자연스레 연결이 되길래 그냥 만났다. 당시 나는 금사빠의 대표주자였고 맘에 드는 남자를 만나서 불꽃이 붙으면 그 날부터 바로 사귀는 아주 단순한 연애를 했었다.


마른 장작과 같은 연애는 불이 확 붙다가 금세 식어버린다는 공식에 따라 내 연애의 유효기간은 단지 삼 개월이었다. 몇 번의 진지한 관계 이외에 내 이십 대의 연애는 거의 다 그런 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는 한 남자를 오랫동안 만나서 연애하고 결혼하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대단해 보이고 존경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나는 그러지 못했으니까. 그리고 과연 나도 그들처럼 저런 연애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연애를 짧게 자주 하려면 열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열정은 시간이 지남과 함께 변하게 되어있다. 시간이 지남에도 불구하고 그런 열정이 변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직업적인 카사노바가 아닐까? 연애가 단지 좋아서 했지 무언가를 쟁취하기 위해서 한 게 아니었던지라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여러 사람에게 쏟던 열정이 한 사람에게로 쏟는 기간이 점차 길어지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부터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게 더 이상 재미가 없었다. 그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으로밖에 느껴지지가 않게 되었다. 생각이 완전히 바뀌어 버린 것이었다. 이런 걸 연애의 진화라고 해야 할까?


하루를 만나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남자,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남자를 만나자!라는 마음으로 남자를 만났던 나는 운 좋게도 누가 봐도 괜찮은 남자들을 많이 만났었다. 그 덕분에 남자 친구를 뺏기기도 하는 등 영화에 나올 법한 에피소드를 여러 번 겪기도 했다.


그렇게 짧게 다양한 남자들을 만나보고 또 한 남자를 오래도 만나 보면서 점차 알게 되었다. 내가 어떤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는지 그리고 어떤 남자와 함께 있을 때 내가 행복한 지를.








그러다가 마흔이 넘은 어느 날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당시 철학과 인문학에 빠져 있던 나는 우연한 기회에 인문학에 매우 박학다식한 공대 출신 동갑내기 남자를 알게 되었는데 그는 미국에서 박사까지 마치고 와서 대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는 나름 인텔리였다. 게다가 공대 출신인데 인문학에 도가 튼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매력적이었다. 그런 그와 대화는 아주 잘 통했는데 외모가 내가 원했던 것과 너무나도 상이해서 만날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그래, 사람만 괜찮으면 되지. 이 나이에 외모까지 따지는 건 좀 아닌 거 같아.’라고 나를 설득하면서 결국 그를 만나게 되었다.


그동안 동갑내기 남자 친구를 만나본 적이 거의 없었던 나는 친구 같은 남자를 만나서 우정을 나누며 남은 여생을 보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였다. 그는 만나자 마자부터 나를 무척 좋아했고 내가 예뻐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웃기는 얘기지만 그는 나를 주머니에 넣어 다니고 싶어 할 정도로 내 매력에 퐁당 빠져버렸다. 그런데 나는 왠지 모르게 그가 여러모로 나랑 좀 안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불편한 면도 있었지만 ‘이 나이에 어디서 이렇게 또 나를 예뻐해 주는 사람을 만나겠어?’라는 나이 많은 미혼여성이 흔히 할 수 있는 고리타분한 생각을 하며 계속 그를 만났었다.


아무래도 둘 다 마흔이 넘은 나이다 보니 그는 연애 초반부터 결혼 얘기를 꺼내었고 나도 그의 얘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더랬다. ‘그래, 각자 지금 이 정도 벌고 앞으로도 꾸준히 일을 하면 둘이 남은 여생은 편하게 살겠어.’라는 생각을 하며 안주를 해 볼까 하던 어느 날 나는 그의 질투를 보았다. 급기야 그 질투가 집착증으로 변하면서 하는 짓을 보고는 어이가 없어서 그를 단칼에 잘라 내었다. 자유를 가장 소중히 생각하는 나에게 집착이라니! 그건 내 숨을 막아버리는 행위였다.


하지만 그가 너는 왜 이렇게 야박하냐며 한 번만 용서를 해 달라고 하도 비는 바람에 딱 한 번만 용서해 주었다. 하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얼마 후 그는 같은 짓을 또 하였다. 그 짓을 본 순간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그를 자르고는 모든 연락처를 깡그리 다 차단하였다. 그를 만난 것 자체가 실수였다. 하지만 공자님이 셋이 길을 가다 보면 반드시 스승이 있다고 하신 것처럼 그런 그를 통해서 나는 아주 큰 걸 깨닫게 되었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남자 혹은 여자를 만나는 데 있어 절대 조급해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인연을 만나는 것에는 '때'라는 것이 모두 다르게 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나의 가치관을 가지고 나를 소중히 지키는 게 아주 중요하다는 것도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그 깨달음과 함께 나는 이 남자를 만난 후에 남자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하게 되었고 과연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 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해 보았다. 어떤 사람이면 내 남은 평생을 함께 할 수 있을까?








나는 쏘울 메이트를 만나고 싶었다. 맑은 영혼을 가진 사람. 내 영혼과 그의 영혼이 통하는 사람. 그리고 신체와 정신이 건전하고 건강한 착한 사람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뉴스를 보면 온갖 사건 사고들이 매일 헤드라인에 올라오는 데 그 정도가 갈수록 가관이다.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가장 가까운 가족 사이에 그리고 부부 사이에 일어난다. 나는 그것을 애정결핍이라고 부르고 싶다. 애정 결핍으로 인해 사회도 사람도 병들어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엄청난 짓을 하는 사람을 보면 머리에 뿔이 달린 것도 아니고 이상하게 생긴 것도 아니었다. 그냥 옆집 아저씨, 옆집 언니 같은 사람들이었다. 한나 아렌트가 얘기한 ‘악의 평범성’이 여기에도 적용이 된다.


그리고 연애를 할 때에는 멀쩡하더니 결혼하고 났더니 변했더라 혹은 변태였다는 얘기를 여기저기에서 듣다 보니 더욱더 남자를 만나는 게 겁이 나고 두려워졌다. 그러다 보니 돈 많고 잘 생기고 성공한 사회적으로 모두가 우르러보는 그런 남자보다는 화목한 가정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나서 다른 사람에게도 사랑을 줄 주 아는 마음이 따뜻하고 건강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으로 굳어지게 되었다.


물론 농담으로 마사지 잘해주고 요리 잘하는 남자가 좋다고는 했지만 그건 부수적인 것이었다. 내 등에 손만 얹어도 이 사람이 마사지를 잘하는지 못 하는지 알아맞힐 정도로 나는 마사지받는 걸 워낙 좋아했고 내가 피곤할 때, 원하는 음식을 척척 해다 주면서 나를 기쁘게 해 주는 남자도 참 좋을 것 같았다.(내 남편은 둘 다 정성껏 하긴 하는데 실력은 내가 좀 더 나은 것 같다)


그렇게 이상형을 정립한 후 나는 마흔네 살에 내 이상형을 만났다. 그리고 그 남자와 마흔다섯 살에 결혼을 했다.


쏘울 메이트
신체와 정신이 아주 건전하고 건강한 착한 남자
화목한 가정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나서 사랑을 나누어줄 줄 아는 마음이 따뜻한 남자
그리고 그 남자는 무엇보다 나만 바라본다.


그 남자와 결혼을 해서 살아보니 ‘결혼은 이런 남자와 해야 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볼 때마다 행복하다. 물론 경제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요즘은 시대가 변해서 여성들도 능력이 충분히 발휘할 수가 있고 경제적으로 풍족해질 수가 있다. 그러니 남녀를 떠나서 배우자가 올바른 사고를 가진 건강한 사람일 경우, 둘이 함께 노력을 하면 먹고사는 데에 지장은 없을 거라고 생각을 한다. 서로 아껴주고 사랑하는 에너지가 서로를 성장시키기 때문이다.








그럼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물어보겠다.

돈은 아주 많은데 성격에 결함이 있고 건강하지 못한 남자와 돈은 없는데 마음이 따뜻하고 나만을 사랑해주는 건강한 남자. 당신은 과연 어떤 사람을 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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