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환경에서의 걱정은 또 다른 즐거움
사람의 수명은 백세시대라는데, 기계의 수명은 5년인 게 분명하다.
우리 가게의 기계는 대부분 업소용 대형 기계다. 도우컨디셔너, 튀김기, 냉장고 2대, 냉동고 2대까지..
전기세도 많이 나가는 금쪽가게.
몇 년 간 가게를 운영해오다 보니 슬슬 기계에 무리가 가기 시작하나 보다.
기계에 무리가 갈 거면 가게에 내가 있을 때 무리가 가던지!
"사장님, 빵이 난리가 났어요. 어떡해요?"
결국은 원가만 40만 원가량의 빵을 전량 폐기하고, 씁쓸한 제주의 아침을 맞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고 전화로만 해결해야 할 때. 어린 직원들한테 위태로운 가게를 맡겨두어야만 할 때. 그때 오는 스트레스와 허탈감은 말로 다할 수 없다. 제주바다는 무슨, 방파제조차 꽈배기로 보일 지경이었다.
여행이 여행이 아닌 '사장'이라는 위치. 가게 문이 열려있을 땐 마음 한편의 신경세포가 가게로 향한다. 설령 내가 가게를 가는 길에 있더라도- 제발 일이 터질 거면 내가 있을 때 터지길!
웃긴 건, 1년 전만 해도 '아 그냥 나 없을 때 일터지고 직원들끼리 알아서 해놨으면 좋겠다'였다. 1년 만에 사람이 이렇게 바뀌다니. 역시 돈과 책임감 사이의 상관관계는 꽤나 과학적이다.
얼마 만에 향하는 제주에서 이런 심장 떨리는 전화를 받았던가. 그래도 걱정만으로는 해결할 수 있는 게 없기에-
바다 보며 리프레쉬하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제주를 즐겼다.
새로운 환경이 주는 영감은 역시나 즐거웠고. 가끔가다 마주치는 동네 빵집에서 많은 팁들을 얻기도 했으며, 재료 소진으로 3시에 문 닫은 빵집을 보며 부러움과 아이디어를 동시에 느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우리 가게에 벤치마킹 할 수 있는 게 뭔지 찾는 나를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설령 그곳이 흑돼지 집이거나 혼술바라도 내 가게가 먼저 생각났다.
'명함 꽂이 귀엽네'
'우리도 집게를 이걸로 바꿀까'
'카피 하나로 매출을 2배로 올릴 수 있겠다'
신기했다. 1년 만에 변한 내가.
만약 가게가 걱정돼서 여행을 즐기지 못했더라면. 일정을 취소하고 가게로 향했더라면.
오히려 걱정은 더 커지고 불길에 휩싸였을 거다. 그리고 그건 더 큰 스트레스로 돌아왔겠지.
어느 정도의 걱정을 마음 한편에 묻어두고 떠나는 여행-
그게 바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탈출구가 아닌가 싶다.
알고 보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헐레벌떡 좌충우돌 살아가니까, 일은 어떻게든 풀리니까.
일단 떠나고! 거기서 다시 생각하자. 제주도에서 느낀 새로움을 추진삼아, 또 다른 비행기를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