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앉아 대화하기 (side-by-side Conversation)
소통은 관계의 시작으로 누군가와 소통한다는 것은 늘 중요하다. 특히 부모와 자녀 간의 소통은 아이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기초가 된다. 부모의 대화 방식은 아이가 성인이 되어 사람들과 관계 맺는 방식까지 영향을 주기에, 부모에게 자연스럽고 익숙한 방식만 고집하기보다는 아이의 필요에 맞는 방법을 찾아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와 눈을 맞추고 다정하게, 수용적인 태도로 대화하는 것은 너무나도 잘 알려진 효과적인 소통법이다. 그렇다면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옆에 나란히 앉아 대화하는 방식은 얼마나 효과적일까?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옆에 앉아 나란히 대화하기 (Side-by-Side conversation)
부모와 아이 사이의 소통 방식 중 하나로, 얼굴을 마주 보지 않고 옆에 나란히 앉아 대화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전통적으로 대화는 눈을 마주 보고 하는 것이 좋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연구들은 아이와 나란히 앉아 대화할 때 더 자연스럽고 편안한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아이가 부모와의 직접적인 눈 맞춤을 부담스러워하거나, 감정적으로 힘든 주제를 다룰 때 이 방식이 도움이 된다. 나란히 앉아서 대화하는 방식은 아이가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며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 방식은 특히 사춘기 아이들에게 효과적이고, 심리적 압박감을 줄여주고 솔직한 대화를 촉진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와 놀이를 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거나 잠들기 전 침대에 나란히 누워서 이야기하는 시간은 자녀의 속마음을 알게 되는 소중한 순간이 될 수 있다.
나란히 앉아하는 대화의 장점은 뭘까?
이 방법의 가장 큰 장점은 대화의 편안함이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으면 긴장감이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게 되는 경향이 있다. 때로는 부모나 어른이 보여주는 비언어적 신호를 통해 아이들은 위협감 또는 부담을 느끼기도 하는데 옆에 나란히 앉는 것은 부모가 아이와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하고 있음을 느끼게 하여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운전을 하며 어디론가 이동할 때 같은 곳을 바라보며 대화를 하거나, 함께 산책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면서 나누는 대화는 자연스럽게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물론, 눈과 눈을 마주치고 아이의 비언어적 신호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대화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고 가장 중요한 방식이다. 하지만 민감한 주제나 아이와 이야기하기 어려운 주제를 이야기할 때는 옆에 앉아 대화하는 방식이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또, 어른들에 대해 적대감이 있는 아이나, 눈과 눈을 마주하며 소통한 경험이 많이 없는 아이들과 대화할 때는 눈을 마주하지 않고 옆에 앉아 대화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호주 원주민 어린이를 상담한 경험이 많은 교수님의 이야기가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적이 있다. 당연히 다정한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관계를 형성하려고 애썼는데 역사적 아픔, 트라우마가 있는 원주민 (Aborigine)에게는 나란히 대화하는 것, 그리고 흙바닥에 앉아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상대를 더 편안하게 해 주어 효과적이었다고 했다. 상대방에게 어떤 방식을 편하게 느끼는지 알고 다가가는 것이 소통에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자녀와의 대화에서도, 때로는 나란히 앉아 대화하는 것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아이와의 대화뿐 아니라 타인과의 소통에서도 상대방이 어떤 방식에 편안함을 느끼는지, 그리고 대화 주제에 따라 지금 이 순간 어떤 접근이 좋을지를 파악하는 것은 좋은 소통자가 되기 위한 중요한 요소다. 내 방식을 고집하기보다는 상대방, 특히 어린아이의 필요를 먼저 헤아리고 그에 맞춰 다가가는 것이 필요하다.
Walk-and-Talk Therapy
나란히 앉아 대화하는 것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온라인 컨텐츠는 종종 볼 수 있지만 관련 연구는 드물었다. 대신, 비슷한 원칙에 기반한 상담 방식인 Walk-and-Talk Therapy를 알게 되었다. 내담자와 상담자가 함께 걸으며 상담 세션이 이루어지는데 신체적 움직임과 자연환경이 감정 표현과 인지 처리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방식이다. 1990년대에는 심리치료사/상담사들이 상담에 신체 활동을 통합하는 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2000년대에는 Walk-and -Talk Therapy 방법이 체계화되었다. 걸으며 대화하면 마주 앉았을 때의 압박감을 줄이고 조금 더 캐주얼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상담이 진행될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방식이 내담자에게 편안함을 주어 감정 표현과 처리가 더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Greenleaf, 2023) 특히 청소년이나, 마주 보며 대화하는 것에 불안 또는 다른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 제한된 공간에서 진행되는 상담이 형식적으로 느껴져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에게 추천할 수 있겠다. 하지만,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아 야외에서 산만함을 느끼고 집중하기 어려운 내잠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으므로 내담자의 선호도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효과적인 방식으로 주목받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대중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방법은 아니라 장기적인 효과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더욱 유용한 접근 방식이 될 것이다.
<참고자료>
Greenleaf, A. T., Williams, J. M., Leibsohn, J., Park, J., & Walther, B. (2023). “Put on Your Walking Shoes”: A Phenomenological Study of Clients’ Experience of Walk and Talk Therapy. Journal of Creativity in Mental Health, 19(3), 352–367. https://doi.org/10.1080/15401383.2023.2247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