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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나 Aug 20. 2021

엄마의 멈춰진 시간.

내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시간들.

잠이 적지도 않지만, 많지도 않은 아이, 우리 복덩이. 요 며칠 코감기로 며칠째 가정보육 중이다.

어젯밤 아이 재우며 늦게 잔 탓에 아침 일찍 기상이 쉽지 않다.  오전 8시 30분, 곧 아이를 깨워야 한다. 늦잠 자면 아이의 낮잠이 늦어지고, 낮잠이 늦어지면 밤잠이 늦어진다.


엄마가 온전히 쉬거나 뭔가 할 수 있는 시간은 아이가 잠든 시간뿐. 나에게 주어진 30분. 밤사이 읽지 못한 밀린 카톡들, 해야 할 것들 등등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것저것 할라치면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고개를 들어 시간을 보니 곧 아이 깨워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마치 30분이 5분 같이 느껴졌다. 온전한 내 시간이기에 그 달콤함을 놓기가 쉽지 않다. (아... 깨우기 싫다.ㅠ.ㅠ)


아이를 깨우고 아침 준비, 청소 등  하루의 일과가 시작된다. 아이가 일어남과 동시에 나의 시간은 멈춘다. 자아가 막 커지는 중인, 엄마  딱지 4세 우리 복덩이. 전화만 해도 날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날 너무 사랑해주시는 우리 복덩이. 어쩔 수 없이 아이와 함께 있는 동안은 전화기는 잠시 내려놓는다. 아이 보는 동안 누가 전화하는 것도 오는 연락받는 것도 그다지 달갑지 않다. 긴 통화도, 바로 답변도 할 수 없는 내 신세이기에.


오후 4시쯤 되었을까? 아이 낮잠 재우다 나도 잠들어 버렸다. 정신 차리고 일어나 보니 어느새 30분이 흘러갔다. 정신이 몽롱하다. '아이 잘 때 내 시간 좀 갖으려 했는데 잠들어 버렸네.' 아쉬운 마음도 잠깐, 물 한잔에 몽롱한 정신을 깨우고 나니 아이를  깨워야 할 시간이다. 깨우지 않으면 밤잠 시간이 늦어지기에... 아이를 깨우고 나니 내 시간은 다시 멈춘다. 저녁을 준비하고, 아이가 어질러 놓은 장난감을 정리하고, 아이를 보고.... 나에게 찾아온 저녁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밤 12시가 다 되었다. 아이는 여전히  잠잘 생각이 없다. 아까 낮잠을 조금 재우거나  더 일찍 재웠어야 했는데... 알고는 있지만 내 맘대로 잘 되지 않는 육아. 결국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속된 육아에 지친 나는 아이에게 하소연한다.

"내가 언제까지 너한테 매여있어야 하니. 하루 종일 이게 뭐니. 엄마도 사람인데 이제 지친다. 빨리 자."  피곤함에 자고 있던 신랑도 괜히 꼴 보기 싫어진다.

온화했던 엄마의 모습, 아내의 모습은  더 이상 온데간데없다. 


나에게 주어진 24시간이지만 내 맘대로 쓸 수 없는 시간들.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채 오늘도 그렇게 흘려보냈다. 붙잡지 못해 그저 아쉬운 마음뿐이다. '이제 엄마도 좀 쉬고 싶다. 그리고 내 시간 좀 갖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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