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빛나 Jul 31. 2021

철없던 딸이 집안일을 하면서 깨달은 엄마의 위대함.

아내 그리고 엄마가 된다는 것.

결혼 후 아내가 되면서 나의 역할엔 나 큰 변화가 있었다.  결혼 초반에 날 힘들게 했던 건 집안일이었다. 아직 서투른 , 그리고 주부생활에 막 적응 중인 나에게 늘 대부분의 잡 안일을 나 혼자 한다는 건 낯선 경험이었다.  항상 누군가로부터 챙김을 받는 삶을 살다가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다 해야 하며 다른 누군가도 챙기기까지 해야 하니 낯설 수밖에.


그중에날 가장 화나게 하고 주부로써의 적응을 어렵게 만든 것은 내 옷은 아무도 정리해주지 않는데 난 무엇 때문에 늘 상대방의 옷까지 빨고 개서 서랍에까지 넣어줘야 되는 것인지, 정작 나에겐 아무도 밥 차려주는 사람이 없는데 난 왜 누군가를 위해 매일 밥을 차려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결혼 전까지 나도 엄마 아빠가 차려준 밥 먹으며 편히 살았는데 상황이 180도 바뀌니 내가 이해가 안 갈 수밖에.


결혼 후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도 느낀 것이 많았다. '왜 여자인 난  일도 하고 가정까지 돌봐야 하는 거지? 차라리 남자처럼 일만 하는 게 차라리 낫겠다. 외국 남자들은 집안일도 반반 같이 나눠한다는데 내가 이럴 줄 알았음 외국인이랑 결혼했지' 등 집안일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하늘을 찔렀었다. 하면서도 늘 의문이었고 그것 때문에 신혼초에 참 많이 싸웠었다.


그러다 결혼 1년 차에 하늘에서 선물을 보내주신 덕분에 축복이가 생기고 나의 역할은 아내에서 엄마가 되었다. 결혼 5년 차. 아무래도  주부생활 연차가 쌓이다 보니 집안일에 대한 불만은 신혼초 신입 때랑은 달리 이해가 됐다. 이제는 불평등에 대한 불만보다는 양과 시간에 대한 불만이 때때로  올라온다. 아이가 있다 보니 육아까지 겹쳐 더 그렇다. 치우면 어지르고 치우면 어지르고.. 밤늦게 까지 계속되는 집안일에 하루는 치우다 지쳐 혼잣말로 '어차피 치우면 다시 어질러질 거 왜 치워. 안 해. 안 치워.'

집안일이라는 게 진짜 끝이 없고 티도 잘 안 난다. 게다가 같은 일의 반복이자 연속이다. 잘해도 진급하거나 이직하는 것도 아니고 월급을 올려주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자기만족이다. 그리고 가족들이 좀 더 쾌적하게 살 수 있다는 정도이다. 어느 날은 혼자 빨래를 개는데  갑자기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났다. 아니 난 딸내미 하나뿐인 세 식구 살림도 힘들다 이렇게 투덜거리는데 엄마는 네 식구 먹을 것, 입을 것 그 몇십 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해왔던 우리 엄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왜 그땐 엄마가 안 시킨다고 엄마의 일을 도울 생각은 하지도  못했던 건인가.  나도  은연중에 집에서 하는 일은 별거 아니다 생각했던 건 아닐까. 아니 그냥 '엄마'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던 것 같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죄송한 마음, 감사한 마음이 울컥 올라왔다. 수십 년 동안 반복됐던 일을 하면서도 불평 하나 없이 해주고  잘 키워줬던 엄마에게 오히려 위대함이 느껴졌다.

엄마도 젊은 시절 아이 낳고 키우면서 가족들을 위해 집에서 홀로  빨래를 게면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까...


갑자기 상견례 때 남편 쪽 식구들과 말이 오가던 중 엄마가 시어머니께 했던 말이 떠오른다. " 저는 저희 딸 손에 물 묻히게 하기 싫어서 설거지도 안 시켰었어요. "

4살 배기 딸을 키우며 이제야 엄마의 그 말속 깊은 뜻을 깨달았다. 난 너무나 철없던 딸이었다. '엄마 그동안 집안일하느라 정말 고생  많았어. 너무 고마워.' 쏟아지는 눈물이 앞을 가린다. 서둘러 빨래 더미 속 아이 가재 수건을 하나 찾아들고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