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과 6월, 연휴가 몰려 있는 이 시기만 되면 우리 가족은 바빴다.
바쁜 이유? 어디든 가야 하니까.
작년만 해도 캠핑, 풀빌라, 펜션, 아쿠아리움…
모든 여행지 검색어에 ‘아이 동반’, ‘가족 여행’, ‘서울 근교’까지 풀세팅해 두고 예약 전쟁을 치렀다.
그런데 올해는?
어째 이 평화로운(?) 분위기는 뭘까.
큰아이가 중학생이 되었고, 나는 강의와 유튜브 촬영으로 서울 출장이 잦아졌다.
집을 비우는 날이 늘어나니 자연스레 ‘함께’보다는 ‘각자’가 많아졌다.
예전 같으면 연휴가 가까워지면 “이번엔 어디 가?” 하며 먼저 들떠 있던 아이들이 요즘은 “아, 또 어디 가야 돼?”로 시작한다.
이번 현충일도 금요일이라 딱 좋은 3일 연휴.
엄마의 출장이 또 끼어 있었다.
미안한 마음에 이번엔 진짜 제대로 준비했다.
서울 유명 팝업스토어 티켓.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미술 전시회 입장권.
"이걸 왜 사?"라고 묻기 전에 말하지만,
그 가격이면 웬만한 풀빌라 1박 예약 가능하다.
그만큼 마음을 담았고, 사죄의 진심도 담았다.
계획은 이랬다.
“엄마는 금요일 강의하는 동안, 너희는 아빠랑 전시회 다녀오고~저녁엔 용산역에서 만나 같이 내려오자.
오래간만에 서울 구경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런데 내 말이 끝나자마자 돌아온 대답.
“그거 재미없을 것 같아.”
“서울까지 가는 게 너무 피곤해.”
“그냥 집 근처 도마뱀샵이나 갈래.”
네?
도마뱀... 뭐라고요?
서울까지 가서 작정하고 돈 쓰는 엄마의 정성을
집 앞 파충류샵 한 바퀴로 가뿐히 눌러버리다니.
심지어 "도마뱀샵 갔다가 외식하고, 놀이터에서 놀면 딱 좋지~"라는 쿨한 표정.
아빠도 슬며시 거든다.
“그래, 뭐. 나도 덜 피곤하고 좋지 뭐~”
그래요, 여러분이 좋다면야 저는 뭐…
KTX 타고 서울행. 혼자 갑니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래주면 나야 고맙지~” 하고 말은 했는데,
기분이 묘하게 찝찝하다.
이게 바로,
'아이들이 자라면서 엄마가 점점 배제되는 느낌’일까.
아이들이 커가면 덜 힘들어진다고 했다.
물리적인 돌봄의 손길은 줄어드니까.
그런데 그 빈자리에 생기는 이 정서적인 거리감,
이건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아이들은 이제 엄마의 기획력이나 핫플 정보에 감동하지 않는다.
유명 전시회 티켓도, 서울 구경도,
도마뱀 이기지 못하는 세상.
그리고 나는,
그 도마뱀한테 진 엄마가 되어
서울에 갈 채비를 한다.
다녀와서 아이들에게 물어볼 참이다.
“그래서, 도마뱀은 잘 있었어?”
아마 그때도 아이들은 이렇게 말하겠지.
“응. 간식 먹는 거 봤는데 정말 귀여웠어.”
그 말에 피식 웃으며 이렇게 대답해야지.
“그럼 됐다. 엄마 강의도 나름 성공했어.”
그렇게 또 각자의 자리에서 하루를 잘 보냈다는 것으로
우리 가족의 연휴는 정리하겠지.
함께 가는 건 아니지만,
각자 잘 있는 것만으로도 요즘은 괜찮은 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