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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은 없었지만, 가장 빛나는 칭찬

by 선이


"엄마,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아이의 목소리에 바쁘게 타자 치던 손이 멈췄다.
순간 머릿속에는 온갖 가능성이 스쳤다. 친구와 다퉜나? 선생님께 혼난 건 아닐까?
워낙 말 많고 장난기 많은 녀석이라, 걱정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는 엄마의 숙명이었다.

"왜?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어?"

그런데 아이의 입에서 나온 건 뜻밖의 이야기였다.

"점심시간에 담임쌤이 오셔서 ‘글 진짜 재밌게 잘 썼더라?’ 그러는 거야. 뭔 소린가 했는데, 국어쌤이 내가 쓴 수필을 다른 선생님들한테 보여주셨대."

"네 글을?"

"응. 수업시간에 수필 쓰기 수행평가 있었잖아. 그걸 내가 재밌게 썼대. 국어쌤이 ‘1학년이 이런 글을?’ 하면서 교무실에서 돌려봤대. 그래서 담임쌤도 칭찬하신 거고."

"그거 엄청난 칭찬인데? 그런데 너 왜 그렇게 덤덤해 보여?"

"뭐… 그런 거지 뭐. 내가 글 얼마나 많이 썼는데. 우리 학교에서 내가 제일 많이 써봤을 걸?"

그 순간, 웃음이 났다. 이 아이도 알고 있었구나. ‘꾸준함’이 어떤 힘을 가지는지.

매주 주말마다 빠지지 않던 글쓰기. 처음엔 한 줄 일기부터 시작해, 독후감, 논술까지.


칭찬받기 위해 쓴 것도, 상을 노린 것도 아니었다.
그저 '글은 매주 쓰는 거니까'라는 습관으로 쌓인 시간들.

주 1회 쓰고있는 독후기록 리스트

그리고 오늘, 아무도 모르게 흘려보낸 그 시간들이 조용히 빛을 발했다.
누군가에겐 그저 평범한 하루였겠지만, 내겐 분명히 기억될 순간.

칭찬이 방송으로 울려 퍼지지 않아도, 상장이 손에 없더라도,
오늘 아이가 들려준 그 이야기야말로 ‘가장 진짜인 인정’이었다.

결국 빛나는 건 잘하려는 마음보다,
멈추지 않는 꾸준함이라는 걸.
오늘, 내 아이에게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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