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하고 있지만 만질 수 없는 당신
나이 지긋한 한 분을 잡고 이야기해보자. "아버님, 이제 아버님이 찍은 사진을 NFT 화하면 이제 이 사진은 영구적으로 아버님 거라는 보증서가 붙을 거에요." 이렇게 이야기한다면 분명 "?" 하고 무시하시거나 "당연히 내 사진인데 뭔 보증이 필요해"라고 하실 것이다. 내가 들어도 참으로 터무니없는 소리 같다. 우리는 이런 세상에 살고 있다. 방귀소리가 10만원에 팔리는 기이한 세상.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듯 NFT는 실제 미술이라는 아름다움과 투기라는 욕망이 만나 기이한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내가 느끼기에는 메타버스가 투자를 받는 마법의 단어였다면 그 바통을 NFT가 받고 있다. "우리 회사는 NFT ○○○합니다." 하면 눈길 한번 더 주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NFT는 대체 불가능한 코인(Non Fungible Token)의 줄임말이다. 사전적으로는 블록체인의 토큰을 다른 토큰으로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한 가상자산이라는 뜻이다.
1달러는 1달러로 교환이 가능하다. 동일한 가치를 가진 재화로 대체가 가능하다.NFT는 NFT로 대체할 수 없다. 고유하고 영구적인 값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NFT가 왜 각광받고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
한 부모가 외모가 똑 닮은 쌍둥이를 낳았다고 해보자.이전에는 주민등록번호가 없어 홍길동과 홍길통이 서로 학교에 번갈아가거나 서로 잘하는 시험에 돌아가며 시험을 보는 등 무엇을 해도 모를 정도로 외관상으로 구별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나라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시행하여 한 사람마다 고유한 번호를 배정하고 지문인식을 통해 주민등록번호와 일치하는지 매번 확인한다고 해보자.
길동이는 길통이인척을 할 수 없고 길통이도 길동이인척을 할 수 없다. 외모가 아무리 닮아도 대체 불가능해진 것이다. NFT 역시 작품에 고유한 id값을 부여해서 작품이나 콘텐츠에 대한 고유한 소유권을 증명하고 거래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 고유한 값을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전 세계에서 하나이기 때문에 그 작품의 가치를 주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작품의 제작자와 소유자 그동안 소유했던 사람들의 정보도 체인처럼 연결되어 영구적으로 기록된다. 작품의 내용, 제작자, 소유자 등 모든 정보 역시 위조될 수 없다.
아니 해킹하거나 미술작품 거래소에서 마음먹고 위조하거나 변조하면 그러면 어떻게 되는데요?
그래서 알아야 하는 것이 "블록체인" 기술이다.
블록체인이란 데이터를 담겨있는 블록이 체인처럼 모든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어 모든 사람과 정보 데이터를 분산하여 저장하는 기술이다. 그 누구도 변경하거나 수정할 수는 없으나 누구든지 열람할 수 있는 분산 데이터 기술이다.
주민등록번호를 또 예를 들어보자. 주민등록번호는 국가에서 지정해서 나에게 배정해준다. 중앙에서 관리하는 데이터로 중앙이 해킹이 되면 나의 정보도 함께 해킹이 된다. 그래서 은행 정보가 털리게 되면 조선족 아저씨들에게 그렇게 전화가 오고 경찰과 검사를 빙자한 전화가 오는 것 또한 이런 방식으로 개인정보들이 이미 많이 해킹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중앙화 된 정보 저장이 아닌 모든 구성원이 정보를 함께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를 해킹하거나 위조하는 일이 불가능하다.
이렇듯 하나의 홍길동이 담긴 데이터를 모두가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누군가 홍길동을 홍길통으로 바꿨다면 즉시 다른 데이터들과 비교하여 홍길동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홍길동으로 바꿔놓는다. 그렇다면 만약 8명의 홍길동의 데이터를 모두 홍길통으로 바꾼다면 충분히 위조가 가능하지 않을까?
데이터가 8개만 존재한다면 가능하다. 하지만 수천 개 수만 개의 데이터가 체인처럼 연결되어 있다면 모든 데이터를 변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모두 완벽히 위조하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생성되는 블록의 데이터를 위조, 변조해야 되기 때문에 불가능에 가깝다.
NFT는 미술계에만 사용되는 기술은 아니다. 게임에서도 현재 활발하게 사용 중이며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발전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 하여도 가이드 없는 프로젝트들에 기반하고 있고 변동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우려스러운 점들이 많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