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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경험의 결, 다시 바라보기

다시 브런치에 기록을 남겨보며

by LINEA

지난 시간 동안 나에게는 여러 변화가 있었다.

HR의 영역을 넘어 서비스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기도 했고,
아이를 키우면서 새로운 리듬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시간이었다.


일과 삶 모두에서 내가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씩 넓어지고 있었다.

사용자와 노동자의 입장을 모두 고려하며 조직의 성장을 지원하고, 또 구성원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들에게 좋은 기운을 전하는 일은 의미가 있었다. 계속 이 일을 해봐도 만족했겠지만, IT회사에 오래 있던 탓인지 제품을 통해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경험에도 관심이 계속 갔다. HR이 구성원들을 설득하고 움직여 조직의 화음을 만드는 일이고, PM도 약속된 제품이 나오기 위해 여러 직무와 소통하며 조율을 해야 한다. 일의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비슷한 결을 가진 일이라고 느꼈다.


그렇게 우연한 기회로 새로운 영역에 발을 디뎠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새 업무의 방향을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고 서비스와 운영을 현장에서 부딪치며 스스로 우선순위와 흐름을 잡아가야 했다. 많은 이해관계자와의 소통과 실전에서의 배움을 통해 내가 만들어가는 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넓어졌고, 플랫폼의 구조도 점차 익숙해졌다.


무엇보다 일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도 배웠다.
여러 가지 직무의 경험이 모이면서 어떤 일을 하든 최소한의 역할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서비스의 흐름을 보는 눈, 조직의 앞단과 뒷단을 모두 경험하며 생긴 통합적 시야는 좋은 자산이 되었다.


그 시간과 함께, 아이를 키우는 경험 또한 나를 다듬는 시간이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법, 이성과 감정의 균형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
가족과의 팀워크에서 배우는 협업의 감각도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


관심사는 자연스레 디자인과 공간, 서비스 경험으로도 넓어졌다.
나는 원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경험'을 좋아한다. 대상자의 상황을 이해하고 맥락에 맞게 흐름을 설계하는 일에 흥미를 느낀다. 서비스의 다크 패턴에 예민해진 것도 그런 맥락에서였다. 무엇을 숨기려는가, 어떻게 드러내는가에 따라 경험은 달라진다. 좋은 서비스는 결국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정직하게 흐름 안에 녹여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더 깊어졌다.


최근에는 내가 지리학적 시선을 자연스럽게 가지고 있다는 것도 새롭게 자각하게 됐다.
사람과 공간, 그 사이의 흐름과 상호작용을 보는 시선.


앞으로는 그 과정에서 발견한 것들을 조금씩 글로 남겨보고 싶다. HR이든 UX든 지리학이든, 영역에 상관없이 사람에게 좋은 경험과 흐름을 찾아가는 과정을 조금씩 기록해보려 한다.


그게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모르지만, 지금은 그 과정을 담아보는 것 자체가 자연스러운 시작인 것 같다. 아직은 작은 흐름이지만, 이 기록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내 안에 어떤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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