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주기마다 임원들이 반복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바로 '매출은 적은 데 엔지니어가 많은 이유’에 대한 질문입니다. 답을 몰라서 하는 질문이 아니라 때가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임원들은 전반적인 회사의 운영 정보를 숫자로 파악합니다. 숫자는 숨어 있는 정보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어떤 정보를 왜곡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회사의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에 따라 새로운 비즈니스에 엔지니어를 확충하고 교육에 투자합니다. 임원이 바뀌거나 매출에 경고등이 커지면 전략과 상관없이 새로운 비즈니스는 저 매출의 비즈니스가 되어 정리됩니다.
기업의 이익을 늘리는 방법은 매출을 올리거나 비용을 줄이는 것입니다. 매출을 올리면서 비용을 줄이는 것은 현실 세계에서 불가능합니다. 매출이 늘어나면 비용은 비례해서 늘어나지만, 매출이 줄어들어도 비용은 줄지 않습니다. 매출과 비례로 연동되지 않은 고정비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매출이 정체되거나 감소되는 상황에서 비용을 강제로 줄이는 것입니다. 우선은 기업의 한정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그다음은 비용 절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비용에 일괄 적용합니다. 마지막으로 줄어들지 않는 고정비를 절감하기 위해 자산과 인력에 대한 감축 합니다. 매출의 증가, 정체, 감소는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매출이나 이익이 줄어드는 주기가 돌아오면 질문이 던져집니다.
엔지니어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모든 제품이나 제품 카테고리는 시장에서 출시되어 사라질 때까지의 사이클이 존재합니다. 기업들의 영업과 마케팅 활동은 시장의 사이클에 맞추어져 있고, 엔지니어의 역할도 시장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주기별로 엔진니어의 역할을 고려해봅니다
1. 도입기 (Introduction)
시장이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분야의 제품이 출시됩니다. 제품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마케팅과 영업 비용을 지출합니다. 수익은 재투자됩니다.
엔지니어들은 제품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행사와 파트너 교육에 많은 시간을 투자합니다. 얼리어댑터 고객들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데모를 수행합니다. 업계에 전문가들이 거의 없고 엔지니어들도 장비에 대한 디자인 및 구축 경험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도입기의 엔지니어들은 매출 작고 수익이 적기 때문에 고생에 대한 대가를 얻지 못합니다. 새로운 신기술에 대한 흥미와 미래 전망을 가진 엔지니어들이 시장을 주도합니다.
2. 성장기 (Growth)
제품의 카테고리가 명확히 정의되면서 고객의 인지도가 상승합니다.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만큼 시장에 경쟁 제품들이 늘어납니다. 제품 차별화보다는 주요 기능을 바탕으로 한 시장 확대가 초점입니다. 생산량 증가는 원가 하락을 일으키면서 가격 경쟁이 불붙기 시작합니다.
엔지니어들은 제품을 소개하면서 고객의 필요를 만들어 냅니다. 경쟁 제품이 많아지면서 시장의 파이가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치열한 경쟁이 있는 곳에서는 제품 기능과 성능 비교가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엔지니어들의 프리젠이션과 데모 능력이 중요해집니다. 엔지니어의 숫자에 비해 일이 많아지면서 엔지니어 부족 현상이 일시적으로 발생하지만, 엔지니어가 끊임없이 진입하면서 해결됩니다. 매출은 매년 120% 이상씩 성장하므로 엔지니어들도 일한 만큼 지갑이 두둑해집니다.
3. 성숙기 (Maturity)
시장에 같은 카테고리의 수많은 제품이 존재하고, 각 제품들의 시장 점유율과 인지도가 결정되어 있습니다.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고 제품의 차별화 요소가 크지 않으면서 가격 경쟁이 치열합니다. 주요 기업들은 성숙기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 제조 원가를 줄이고 차세대 제품군을 빠르게 출시합니다. 시장에서는 기존 시장을 위협하는 대체 시장들이 등장하면서, 제품들의 통합되거나 전이합니다. 가끔 신박한 아이디어를 가진 제품이 저가 시장에 출현하면서 시장을 교란하기도 합니다. 간혹, 한계 기업들이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시장 점유율에 변화가 발생합니다.
시장에 전문가와 엔지니어들이 넘쳐납니다. 엔지니어들은 신규 구축 수요는 적고, 유지보수에 더 많은 시간을 소모합니다. 기존 제품은 도태되고 차세대 제품이 나오면서 기술 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합니다. 시장 점유율은 거의 변동이 없기 때문에 매출은 정체됩니다. 일은 많고 성과급은 적은 상황입니다.
4. 쇠퇴기 (Decline)
시장에서 기술은 일반화되고 제품은 차별화가 거의 없습니다. 기존 시장 점유율의 변동은 거의 없습니다. 시장에서 전체 매출이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특별한 마케팅 활동은 하지 않고, 제품 카테고리만 유지합니다. 시장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대체 시장이 열립니다. 기업들이 쇠퇴하는 시장에 머물러 있지 않고, 대체 시장을 흡수하면서 기존 시장을 유지합니다.
새로운 엔지니어들이 이 시장에 진입하지 않습니다. 기존 엔지니어들이 유지보수 활동 위주로 돌아가고, 매출은 가파르게 감소합니다. 기존 시장을 대체하는 새로운 시장이 급성장하기 시작합니다. 기존 시장의 엔지니어들이 새로운 시장으로 이동합니다. 이때 가장 치열하게 엔지니어들이 공부합니다.
회계 관점에서 도입기와 쇠퇴기는 모두 매출은 적고 비용은 많이 드는 구조입니다. 매출 하락에 따른 선택과 집중을 고민할 때 쇠퇴기와 도입기 시장에서 떠날 수도 있습니다. 시장의 주기적인 변화에 따라 엔지니어의 주 업무가 달라집니다.
회사의 매출에 엔지니어의 기여도는 어떻게 평가될까요? 같은 사장 주기의 시장에 있는 중급 엔지니어와 뛰어난 엔지니어는 서로 간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고, 개개의 프로젝트 단위에서 이기거나 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장기 시장의 엔지니어와 도입기 시장의 엔지니어는 매출 기여도가 다릅니다. 성장기 시장의 엔지니어는 일은 많아도 회사에서 성과급으로 보상을 받지만, 도입기 시장의 엔지니어는 일은 많아도 회사에서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합니다. 매출에 대한 기여도가 엔지니어의 능력에 따른 것이 아니라 어느 주기의 시장에서 일하는 가로 결정됩니다.
결국, 성장기 시장 초반에 있는 멍청한 엔지니어는 성과급과 포상을 받을 것이고, 도입기 시장의 끝물에 있는 실력 있는 엔지니어는 성과급은 적고 회사에서 인정받지도 못합니다. 똑똑한 엔지니어는 기술이 아니라 시장에 집중한다 .
똑똑한 엔지니어는 본능적으로 성장시장을 선택합니다. 멍청한 엔지니어는 자신이 잘하거나 하고 싶은 기술을 선택합니다. 엔지니어를 성장시키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시장입니다. 성장시장은 모든 엔지니어들이 가고 싶어하는 시장이라 경쟁이 다소 높습니다. 성장 시장에 진입하기 가장 좋은 순간은 도입기 끝물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수많은 솔루션이 난무하는 도입기 시장에서 성장 시장으로 곧 전이할 시장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IPv6와 같은 기술은 도입기만 10년이나 됩니다.
똑똑한 엔지니어는 성장시장으로 전이하는 도입 시장을 찾는다.
IT 분야의 기술들은 그냥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쇠퇴기에 다른 기술로 전이합니다. 좋은 기업은 전이하는 기술을 잘 선택하면서 엔지니어들의 전환하도록 돕습니다. 예를 들면, 인터넷 전화 시장이 성숙기에서 정체되면서 채팅 및 소프트폰 시장이 흡수되었고, 다시 영상회의와 웹 미팅 시장이 흡수되었습니다. 이제는 클라우드 PBX 시장으로 전환 중입니다. 하나의 제품이나 시장은 쇠퇴기에서 살아나지 못하고 사라지기도 하지만, 쇠퇴기 전에 끊임없이 주변 기술을 흡수하여 성숙기를 늘려나갑니다.
엔지니어들이 세부적인 기술 변화로 인해 매년 공부할 것이 많습니다. 시장이 통합되면서 시장한 기술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발전하는 것도 좋지만, 도입시장의 마지막 시기에 있는 기술로 발 빠르게 전환을 고려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