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ssie Ware <What's Your P-?>

해외음악 > 앨범 > 리뷰

by 한봉


What’s Your Pleasure.jpg Jessie Ware <What's Your Pleasure?>

제시 웨어(Jessie Ware)의 네 번째 정규앨범 <What’s Your Pleasure?>가 나왔다. 먼저 공개되었던 싱글들로 대충 짐작할 수 있었듯이 드디어 7080 디스코 사운드 앨범이다. 사실상 웨어를 메인스트림에 편승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곡들은 ‘Say you love me’나 ‘Wildest moments’와 같은 R&B나 다운템포 팝이었기 때문에 이런 변화는 두아 리파(Dua Lipa), 위켄드(The Weeknd) 등 현재 복고 사운드를 내세우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가수들의 영향에 따른 선택이라고 생각할 법하다. 하지만 <Devotion>의 골드 에디션 수록곡인 ‘Imagine it was us’부터 <Tough Love>의 ‘Cruel’, 싱글 ‘Overtime’까지 디스코 사운드가 가미된 곡이었음을 생각하면 당연한 수순이었다고 짐작한다. (심지어 첫 번째 곡은 데뷔 앨범의 마지막 싱글 컷 곡이었다.)


<iframe width="560" height="315" src="https://www.youtube.com/embed/9K5d1jtZ9hc" frameborder="0" allow="accelerometer; autoplay; encrypted-media; gyroscope; picture-in-picture" allowfullscreen></iframe>

변화의 시작이었던 싱글 ‘Overtime’에서 짧게 자른 업비트에 울리는 브라스 느낌의 편곡이 개인적으로 굉장히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이번 앨범을 꽤나 기대했는데, 막상 들어보니 이번 앨범은 ‘Overtime’과는 거리가 조금 있는 앨범이긴 하다. (그래서 트랙리스트에서 제외되었던 것 같다.) 물론 앨범은 기대 이상의 수작이다.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생각했을 때 아무래도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두아 리파의 훌륭했던 소포모어 앨범 <Future Nostalgia>였다. 두아 리파는 강렬한 일렉트로닉에 중저음의 톤으로 확실히 귀에 박히는 중독성 있는 디스코 멜로디를 선보여 80년대 클럽에 온 것만 같은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반면 웨어는 <What’s Your Pleasure?>에서 감미롭게 읊조리는 멜로디가 올라간 디스코 사운드를 통해 80년대 클럽은 물론 바에서도 나올 법한 사운드를 보여주었다고… 느껴졌다. 유치한 비유 같지만 대충 말의 의도는 전자가 날 것처럼 거친 느낌이었다면 후자는 정제되고 세련된 분위기를 가졌다는 뜻이다. 속삭이듯 부르는 반복문과 훌륭한 더블링 및 코러스의 시용은 그런 특징을 더 살려주었는데, 아마 Arctic Monkeys와도 작업을 했던 앨범 프로듀서인 제임스 포드(James Ford)의 영향이 꽤 컸던 것 같다. 그가 작업했던 AM의 ‘Do I wanna know?’나 ‘Arabella’에서도 보여주었던 강한 비트 위에서도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프로듀싱 능력이 이번에도 훌륭히 드러났다.



elle-jessie-ware-1593020245.jpg 출처 : 엘르 홈페이지(https://www.elle.com/culture/music/a32949773)

전작 ‘Midnight’의 연장선상으로 생각할 수 있을 법한 오프닝넘버 ‘Spotlight’는 소울-풀한 알앤비에서 시티팝 분위기의 디스코 비트로 넘어가는 전개를 보이는데, 마치 그녀가 지금까지 불러왔던 감미로운 R&B는 백일몽 같은 것으로 여기면서 “'Cause a dream is just a dream and I don't wanna sleep tonight”라며 전환이 되는 점부터 흥미롭다. 영화적인 감상과 오프닝을 동시에 주고 싶었다는 그녀의 말처럼 확실한 디스코 파티의 오프닝넘버다. ‘Spotlight’를 시작으로 ‘What’s your pleasure?’와 ‘Ooh la la’를 지나면서 점점 흥이 고조되는데 ‘Soul control’과 ‘Save a kiss’에서 그 절정에 달한다. 특히 ‘Save a kiss’와 ‘Step into my life’에서 나오는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디스코 비트는 어떻게 디스코 사운드를 답습하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재해석하는지 제대로 보여준다. 앨범에서 느낄 수 있는 영화적인 감상을 따지면 앨범 마지막 트릴로지 ‘Mirage(don’t stop)’ - ‘The Kill’ - ‘Remember where you are’를 빼먹을 수 없다. 세 곡을 들으면 영화 [파이트 클럽]이 생각나는데 마치 영화의 여자 주인공이었던 말라의 상황을 묘사하는 듯한 전개이다. “You are the only fantasy I see” - “I know you better than yourself/don’t try to kill me with your love” - “The heart of the city is on fire/But nothing is different in my arms” 등 가사를 보다 보면 더욱 와 닿는다.


<iframe width="560" height="315" src="https://www.youtube.com/embed/kw56LGfrf4A" frameborder="0" allow="accelerometer; autoplay; encrypted-media; gyroscope; picture-in-picture" allowfullscreen></iframe>

확실히 웨어의 가장 두드러진 장점은 이렇게 노래에서 영화적인 감상을 느끼도록 도와준다는 점이다. 사실 웨어가 이번 앨범에서 유난히 영화적인 감상을 가장 크게 생각했던 이유는 물론 복고 사운드 탓도 있겠지만 줄곧 이야기했던 사랑이라는 주제를 지루하지 않게 풀어내려는 하나의 의도였다고 생각한다. 가끔씩 웨어의 가사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혹은 지나치게 소설처럼 받아들여질 때가 있는데, 항상 무언가 절절하고 오직 당신 하나밖에 없다는 내용이 많아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히려 친구와의 애틋한 관계와 느낌을 이야기한 ‘Wildest moments’가 새로웠고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을 서술했던 ‘Tough love’가 참신하다고 느껴졌을 터다. (물론 매번 다른 분위기로 사랑 노래를 쓰는 웨어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누군가를 위해 가슴 벅차도록 생각하도록 만드는 이번 앨범에서는 그 장점이 더욱 부각되는 것이다. 마치 과거의 연인들을 회상하면 가장 좋거나 나쁘거나 극단으로 치닫는 감정들이 먼저 떠올려 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만약 이렇게 노래 들으면서 영화를 떠올리고 싶은 사람은 이번 웨어의 앨범은 가장 큰 선물이 될 것이다.


[Tracklist]

1. Spotlight

2. What's Your Pleasure?

3. Ooh La La

4. Soul Control

5. Save A Kiss

6. Adore You

7. In Your Eyes

8. Step Into My Life

9. Read My Lips

10. Mirage (Don't Stop)

11. The Kill

12. Remember Where You Are


(p.s. 마지막 노래 들으면서 영화 [어스]의 ‘Hands across America’를 떠오른 건 나뿐만인가 궁금하다.)

(p.s. 최근에 영화 [맨 프롬 U.N.C.L.E.]을 다시 봤었는데, 시퀄이 나온다면 제시 웨어에게 주제곡을 부르게 한다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나오지 않을 거라는 것 잘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