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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향 Apr 18. 2024

남겨진 마음

영원한 건 없다 되뇌는 동안 사실 영원을 꿈꿨다

‘헤어짐은 언제나 슬프고 사라지는 것들이 너무나 두려워서,

영원을 약속하지 않고 믿지 않는 것이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서.


커지는 마음을 억눌러 애써 먼 곳을 바라보는데도,

그런데도 너무 좋아서 반만 주지 못하겠고 다 주게 될까 봐,

그냥 스스로에게 이만하면 됐으니 그만하라고 자꾸 그렇게 혼을 내고.


뒤돌아서면 결국 지켜내지도 못한 내 마음을 부둥키고 혼자 울어내는 수밖에.‘

.

.

.

오랜만에 시를 썼다. 대학교 2학년쯤인가, 군대 간 남자친구를 기다릴 때 감성이 풍만해져서 한창 시를 읽고 썼었다. 그때 적었던 시는 전부 그 남자친구에게 선물했던 바람에 내게 남은 글은 하나도 없지만… 아무튼 그 이후로 시는 처음이다.


시야 그렇다 치더라도 펑펑 소리 내 울 정도로 이렇게 감정폭풍을 맞은 건 또 얼마만인지.


3개월간 우리 집에 머무르던 친구를 공항에 바래다주고 왔다. 텅 빈 집에 들어서자마자 낯선 공기가 밀려와서 3시간을 내리 울었다. 정들지 말자고 혼자 속으로 다짐했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실패했다. 같이 지내는 동안 나란히 저녁 먹고 산책하고 쇼핑하고 바다에 누워 수다 떠는 일상이 너무 값지고 소중해서 잃고 싶지 않았다.


한국을 떠나온 후로 혼자 보내는 시간의 양이 압도적으로 늘어난 터라 이제는 제법 빈 공간에 익숙해진 줄 알았는데, 이별은 어쩔 수 없이 늘 아린 모양이다.


또 언제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시 만날 그날까지 서로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어 다행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3개월 동안 서로 얼굴 붉힐 일 한 번 없이 좋기만 한 기억으로 잔뜩 채울 수 있어 참 다행이었다. 이어질 다음 만남 때도 쭉 그럴 수 있으려면 이번에도 잘 흘려보내줘야지.


굵은 이별이 잦은 내가 친구들에게 자주 하는 인사말이 있다. “지금도 충분히 멋있지만 우리 각자 자리에서 열심히 살다가 더 멋진 모습으로 다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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