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어린이 영어 선생님

배움에는 끝이 없네...

by 링고빙고 LingoBingo

나는 요즘 MBTI로 말하면 대문자 I 성향의 사람이다.

말수가 많은 편도 아니고, 수다를 떨고자 하는 욕구도 크지 않다.

영국에 와서 사귄 소중한 한국 친구들이 있지만 다들 멀리 살아서 왕복 한 시간씩 운전을 해야 한다.

가족끼리 분기별로 만나기도 하는데, 아이들끼리는 영어를 쓴다.

하루 종일 직장에서 영어로 말하고 듣고 이메일을 쓰고 집에 와서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하는 게 너무 낯설었다.

나의 성향과 척박한 한국어 언어 환경 때문에 나의 아이들은 안타깝게 한국어를 하지 못한다.


그렇게 영국 교육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요즘 나의 발음을 교정해주고 새로운 단어를 가르쳐준다.

발음 교정이라고 해도 엄청 진지한 건 아니고, 내 어색한 발음이 웃기다며 깔깔거리며 알려주는 식이다.

덕분에 저녁 식사 시간은 항상 즐거운데 가족들에게 자연스럽게 웃음을 주어서 좋아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이들은 내 영어를 듣고 자라서 나의 영어에 익숙했는데, 이제 좀 컸다고 바깥의 영어와 내 영어의 차이가 분명하게 들리는 것 같다.


최근에 배운 단어는 onomatopoeia 이고 한국어로는 '의성어' 이다.

만 8세인 둘째가 "엄마는 이 단어를 진짜 몰라요?" 라면서 깜짝 놀란다.

(그러나 너는 이 단어의 스펠링을 모를것이야..)

그리고 새로운 단어는 수학 용어인데 denominator 와 numerator 이다.

한국어로 분모와 분자인데 수학 시간에 배웠다고 한다.

영어로 낯선 학문용어를 배우니 계속 성장하는 기분이다.


영국에 오래 살아도 도무지 안 되는 발음들이 있다.

예를 들어 popcorn - 영국식 발음이 어찌나 예쁜지, 나는 아무리 해도 그 발음이 안된다.

그리고 work, war처럼 R이 들어간 단어들.

아이들은 입 모양부터 성대까지 ‘영국식 100%’인데 나는 미국식 억양으로 r을 굴린다.

아이들과 나의 발음차이가 너무 명확히 들리는데 정작 따라 하지 못하니 답답하긴 한데, 몇 번 따라 하다가 아주 빠르게 포기한다.

그리고 어차피 다들 알아들으니 귀찮아서 그냥 넘긴다.. (이래서 언어는 젊을 때 배우라고 하나보다)


그리고 엄마는 3개 국어를 하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살짝 세뇌도 시킨다. (나는 중국어를 부전공했다.)

부디 외국인 엄마와의 경험이 앞으로 아이들이 영어를 외국어로 쓰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조금 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고, 조금 더 느긋하게 기다려주는 태도로 발현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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