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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로드라마 Nov 16. 2023

어쩌다 투병일기-1. 누워있는데 전화가 왔다

유방암 0기도 암이다

031 지역번호로 시작되는 발신처. 병원인 거 같아 전화를 받았다. S대학병원이었다.

 "S병원 간호사입니다. 김**님 맞으시죠?"

간호사는 나의 병력과 약물 부작용과 과거 수술이력에 대해 물었다. 질문에 답하며 살짝 두려움이 찾아왔다.


 지난 9월 추석 연휴 전 날, 유방초음파를 했었다. 그 과정에서 혹이 발견됐다. 의사는

 "이건 조직검사를 해야겠어요"

라고 말했고 명절이 끝나고 검사를 했었다.


  사람에겐 직감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2년 동안 건강검진을 받으면서도 유방초음파만 안 했었다. 내과에서 내시경과 내과검사는 했지만 자궁과 유방 쪽은 부인과에 따로 가야 해서 미뤄왔었다. 그것이 마음에 걸려 아무 증상도 없었지만 유방초음파 예약을 해놓고 둘째를 출산했던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 그 2년 사이 혹이 생겨 있었다.


 조직검사에서 이상소견이 발견되었고 염색체 검사까지 하게 되었다. 조직검사 결과까지 듣는데 3주의 시간이 걸렸다. 결과는 상피내암, 유방암 0기라고 했다.


 결과를 듣기 2주 정도의 시간이 힘들었다. 누구에게 말하지 못했다. 만약 암이라 해도 상대의 반응에 더 슬플지도 혹은 상처를 받을지도 모르기에 더욱 그랬다. 남편에게도 말을 못 했다. 초등학생인 두 아이들에게는 더욱 그랬다. 덜컥 겁이 났고 병 앞에 두려워할 내 모습이 그려졌다. 그게 제일 힘들 거 같았다.

'두려움에 사로잡혀 중요한 걸 놓치고 나약해지면 어쩌지'


 그때 이런 기도를 했다. 

'어떤 결과에도 겁먹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태연하게 받아들이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나약하다 못해 병 앞에 초라해지진  않도록 분별력을 붙들어주세요.'


 그리고 내일은 대학병원 첫 진료일이다. 대학병원은 무섭다. 아픈 사람들이 많아서다. 그분들 앞에서 숙연해져야 하는데, 내가 제일 아픈 사람처럼 굴기 싫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자기 연민에 빠지는 일이다. 난 0기이다. 나보다 복잡한 치료와 수술을 해야 할 환자분도 많을 거다. 적어도 내가 0기인 것에 감사하고, 다른 이들의 아픔에 안도하는 건 어찌 쩨쩨하단 생각이 든다. 나와 그 어딘가에 있을 수많은 유방암 환자분들께 힘내보자고 응원하고 싶다.



지금부터는 그다음 날인 11월 15일 병원진료를 다녀오고 쓰는 거다. 대학병원에서 초진진료를 하고 채혈, 소변, 심전도, 흉부 x-ray 및 사진촬영까지 마치고 집으로 왔다.

  담당의사 선생님은 우리나라 5대 명의다웠다. 내 병과 앞으로의 수술방향에 대해서 초등생이라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그리곤 내 어깨를 토닥이며

 "앞으로 55년 더 살아야죠!"

라고 힘차게 말했다. 그러나 나는 선생님께서  어떤 수술이며 수술의 목적과 방법에 대해 설명하자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상하게 슬프지는 않았다.  다만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와 수술방법이 살짝 당황스러웠다. 수술이야 잠들면 잘 되어 있겠지만 암이란 것이 생각보다 깨끗하게 제거가 안될 수 있다는 최악의 경우가 가장 마음에 걸렸다. 내가 0기라는 그 숫자에 덜 예민했구나 싶었다.


 "0기일 뿐이지 확실한 건 암이에요. 다만 다른 곳으로 전이가 안 되는 거고, 수술을 해서 또 조직검사 결과가 잘 나와야 해요."

 선생님 설명에 괜한 걱정이 되지만, 하루 밤 자고 나면 개운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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