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창업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awtech Oct 21. 2024

계획과 실행

스타트업 만드는 중.


최근에 나는 운이 좋게도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내게 도움이 되니 좋은 사람들이라는 의미라, 선악을 나누는 차원의 '좋은'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지난 몇 달 간 몇몇의 사람들로부터와 일련의 사건들로 배운 건,

1️⃣ 목표를 현실화하는 법, 추상성을 없애고 지표를 보는 법
2️⃣ 사람을 모으고 통솔하고 다루는 법, 나를 신뢰하게 하는 법
3️⃣ 내가 정말 연연해야 하는 돈이 무엇인지에 대한 것
4️⃣ 지금 나에게 필요한 사람을 걸러내는 법
5️⃣ 내가 해야 할 것을 집중하는 법

이었다.

-

먼저 나는 객관적으로 나를 돌아볼 필요가 있었다.

목표에 제약이 되는 상황들이 많았지만
그 모든 시간 가운데 내가 최선을 다했냐, 최선을 다했다고 볼 수는 있더라도 최고를 다했나,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어 부끄러웠다.

돌이켜보면 온전히 쉰 날은 하나도 없었고, 그렇다고 해서 그게 지긋지긋하기보단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나는 그 기간들 속에서 성장하지 못하는 나 자신만 꾸짖으며 보냈던 것 같다.

중간 중간 일에만 몰입할 수 있는 사람들, 나보다 목표에 빨리 다다른 사람들을 만나가며 채찍질하는 시간도 가졌지만,

환경적 어려움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컨트롤하고 병행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한 것이었다.

나는 하루를 아주 쪼개 살았다. 오전에는 이걸, 점심에는 이걸, 오후에는 이걸, 새벽에는 또 이걸. 계속 나를 몰아세웠지만 사실 일이란 건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거였다.

나는 방향을 잃고 너무 많은 일들을 하려고 했다. 혼자서 할 수 없는 양임에도 고집을 부리면서 혼자 해내려고만 했다.

지금까지 성과를 냈던 모든 일들은 사람 모아 놓고 정작 중요한 건 내가 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어떤 대회에서 한 팀원은 내게 불만을 가졌다. 내가 너무 독단적이고, 너무 많은 일을 하길 바란다는 불만이었다.

나는 그 불만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결과를 내는 일에만 관심이 있어, 후드 꾹 눌러쓰고 타자만 두드렸었다. 돈 따면 입을 다물겠거니, 했다.

나는 말하기나 글쓰기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 적이 없다. 고등학교 때까지 모든 대회에서 1등을 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때도 자신감이 넘쳤지만, 그는 어리고 조그만 여자애가 "그 정도로" 믿을만한 리더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내 말에는 힘이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 발표를 하는 동안, 팀원들의 생각은 180도로 달라졌다. 나는 정말 너무 잘했기 때문에, 그들의 예상범위를 뛰어넘을 정도로 잘했기 때문에, 급기야는 나를 씹어대던 팀원으로부터, 상을 받아 교수님께 자랑할 수 있어 고맙다는 카톡을 받기까지 했다. 그는 이후에도 한참이나 내 얘기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생각이 많았다. 이런 경험들이 너무 많았다. 창업팀을 빌딩하면서도 생각이 많았다. 내 능력을 본 사람들이야만 나를 신뢰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직접 일을 하면서 보여주는 과정들이 필요했고, 내 독단적이고 일방적인 지시들을 전적으로 믿는 사람들을 찾고 싶었다. 솔직히 여자니 나이니 계급장 떼고 나를 볼 수 있는 사람들을 찾고 싶었다.

결국에는 그런 노력들이 어느 정도 실패한 것 같다.

나는 지금도 계속 나의 비즈니스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 단순히 일을 위임할 수 있는 사람과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사람은 다르다.

위임의 대상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이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초기에 미친듯이 갈려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에는 반드시 유능한 인재, 믿을만한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

하나님께서는 그동안 나를 참 특별한 경험 속에 놓이게 하셨다. 인생이 그냥 드라마다. ㅋㅋ

얼마 전에는 좋아하는 용산의 닭꼬치집 앞에서 혼자 웨이팅 하다가 토스증권 사람을 만났다. 술취한 아저씨 둘이 나 혼자 웨이팅 하는 게 신기한지 말을 막 거는데, 나는 겁없는 어린애라 어쩌다 하는 일 얘기까지 나누게 되었다. 경험은 언제나 오히려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남자로 태어나서 아재들이랑 대화했음 좋았을 텐데.. 란 생각 맨날 한다.

그 아저씨는 여의도에서 오래 근무했던 금융계 경력직이었는데, 당시 나는 금융쪽 규제 관련 서비스를 개발 중이었어서 그쪽 얘기를 길바닥에서 막 나눴고, 결국 닭꼬치 집에서 합석을 하게 됐고,

나이 40은 먹은 아저씨들이랑 스타트업에 대한 얘기를 어쩌다 하게 되었다.

아저씨는 나보고 토스가 어울린댔다. 무슨 임원급 여자가 있는데 그 사람이 떠오른다나 뭐라나.

토스는 이런 방식으로 경영하고, 거기는 이것 때문에 인재가 안 나가고, 니가 만드는 서비스는 이렇게 하면 좀 더 팔릴 것 같고, 내가 보는 스타트업은 이렇고, 뭐 그런 얘기들을 들었고

나는 아주 즐겁게 많은 질문을 쏘아댔다.


정말 아주 세부적인 얘기까지 다 들었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나는 이상하게 자꾸 꿈에 가까워지는구나, 싶었다.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고 이룬 것도 없고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지만,


오늘 같이 하루가 싫고 내가 밉고 꿈만 큰 때도 하나님은 나에게 비전을 보여주시는구나 싶었다.


그래서 내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달리는 것 같다.


-


사실 나는 커뮤니티를 만들면서 50명 즈음이 넘었을 때는 살짝 무섭기도 했다.


난 별로 대단한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내가 가진 것들이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 하루에 10명씩 사람들이 들어올 때는 내가 뭐 하나 과거에 실수한 것이 있을까 두렵기도 했다.


이제는 하나님이 내게 주신 소중한 인연들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이제 100명이 다 되었다.


100명이 되면 뭔가를 더 많이 풀기로 했다.


지금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을 좀 더 체계적으로, 좀 더 정확하게, 지표를 보면서 미래를 생각하면서 그렇게 하기로 더욱 다짐하고 더욱 매달리기로 했다.


그리고 좋은 파트너와 함께하고 싶어서 아직도 찾고 있다. 안 되면 그냥 돈 써서 최고의 위임자를...


모르겠다. 하는 거 없고 가진 거 없고 정신도 없는 나는 그냥 달릴 수밖에...

매거진의 이전글 창업일기 2023100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