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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 Aug 26. 2018

수영장에 물개가 산다.

 요즘은 수영을 한다. 매일은 가지 못하고 종종 간다. 수영장은 아침 9시에 문을 열어서 저녁 9시에 문을 닫는다. 회사에 조금 늦게 가기로 마음을 먹으면 9시에 가서 수영을 하고 나와도 되지만, 왠지 마음이 불편하다. 그냥 게을러서 늦기는 오지게 늦으면서 말이다. 그래서 보통 평일에 일찍 끝내고 수영장에 간다. 어차피 체력이 모자라서 한시간 이상은 하지 못하기 때문에 8시에 가도 괜찮다. 한번에 400엔이지만, 10회권을 사면 1개를 더 넣어줘서 360엔쯤 된다. 한시간을 하면 십분당 51엔..이라고 생각하면 쓸데없다. 그냥 맥주 한잔 안사먹으면 그만 아닌가?  하지만 사실 평일에도 그렇게 자주 가지는 못한다. 많이가면 일주일에 한번 정도? 그래서 여태까지 간것은 대부분 주말이다. 주말의 시작이나 마지막 즈음을 수영으로 정리한다.
 막상 수영장에 가있는 시간의 절반은 수영하고, 나머지 절반은 숨을 고르며 쉰다. 아직은 체력이 따라오질 못해 25미터 레인을 한번 겨우 간다. 어느날은 왕복을 도전해봤는데, 힘을 너무 많이 써서 이후로는 팔을 몇번 휘젓다가 그만 두었다. 쉬면서는 다른 사람들이 수영하는 것을 본다. 내가 있는 중렙 레인은 대부분 자유형아니면 평형이 7:2정도다. 나머지 1은 개헤엄?
 나는 지금 자유형을 연습하고 있으니까, 자유형하는 사람을 유심히 본다. 어떤 사람은 팔을 천천히 움직이고, 어떤 사람은 발차기를 크게 한다.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열심히 앞으로 나아간다. 그런데 가끔 물개인지 사람인지 헷갈리는 분들이 있다. 이 사람들의 움직임에는 물이 튀지 않는다. 무슨 고양이가 물마실때 유연한 물기둥을 만들어 잘라 먹듯 물이 동작에 맞춰 부드럽게 올라오고 내려간다. 자기장처럼 수기장이 감싸고 있는지 그런 사람들을 앞으로 쭉쭉 밀어준다. 이 사람들은 쉬지도 않고 계속 왔다갔다 한다.
 나는 어떻게 하냐고? 나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물에 머리를 박는 순간 정신이 없다. 팔의 각도, 다리에 힘을 줘야 하는 타이밍, 몸에 힘을 넣었다 뺐다하는 것을 생각하다보면 입속으로는 물이 들어오고, 숨은 모자라고, 가라앉을것만 같은 기분이다. 아, 수심은 1.2미터니까 안전하다. 언제쯤 나도 수기장을 끌어 모은 사람처럼 수영할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그 사람들은 물의 요정이 도와주는 사람이 아닐까. 뭐, 그래도 어쨌든 앞으로 가기는 한다.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힘을 빼고 수영을 할 수 있었으니까, 몇년 하다보면 나도 물개까지는 아니어도, 물개랑 오분정도는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 아, 몇년 할리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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