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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고래 May 05. 2019

5G 시대의 브랜드

어떤 브랜드가 사람들의 삶을 바꾸어놓을까?

 말도 많고 탈도 많던 5G 서비스가 실제로 시작되었다. 언론에서 5G에 대해 연신 이야기하던 것도 그렇고 TV CF에서 초시대니 뭐니 하는 것들을 보면, 5G만 도입되면 세상이 엄청나게 변할 것처럼 보였었는데 사실 크게 무엇이 변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5G 요금제가 나오면서 통신사들이 열심히 프로모션에 돌입했다는 것 정도? 

 우리가 변화를 못 느끼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첫째는 아직 말이 상용화지 수도권 쪽에서만 서비스가 가능한 것-즉 기술 수준이나 인프라가 충분히 고도화되지 않았다는 것일 테고, 둘째는 5G 기술 자체가 개개인보다는 기업이나 정부에 더 활용성이 높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아직 이 기술을 활용하여 사람들의 삶을 바꿀 실질적인 서비스-즉 '브랜드'가 생기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초시대인데 무엇이 바뀐 것인지..? *이미지 출처 : SKT 광고

 5G 기술이랑 브랜드가 무슨 상관일까? 사실 통신 서비스업에 종사하거나 이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야(나도 포함된다) 3G,4G,5G기술이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고 뭐가 다른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 그냥 뉴스에서 말하면 그런가 보다 하는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이 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브랜드(서비스)가 생기면 나도 모르게 어느덧 그 기술 덕분에 완전히 바뀐 삶을 살아가게 된다. 

 예를 들어, 3G 시대의 대표적인 브랜드로 '카카오톡'이 있다. 2G 시절까지만 해도 전화나 문자 같은 커뮤니케이션은 모두 사용한 만큼 돈을 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이모티콘, 사진, 영상 같은 것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은 상상하기 힘든 것이었다. 야심 차게 3G 서비스를 개시한 통신사들조차 과금체계는 기존과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했었다. 그러던 와중 카카오톡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가 어느덧 사람들의 삶 속에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파고들었고, 처음에는 이 흐름을 거부하려 안간힘을 쓰던 통신사들도 어느덧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하고 데이터 중심으로 바꾸게 되었다. 그렇다면 4G 시대의 브랜드는? 3G보다 압도적인 속도를 확보하게 되면서, 그동안 쉽게 활용하지 못했던 '영상'을 활용한 서비스들이 약진하게 되었는데 바로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브랜드들이다.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어디서나 영화, 스포츠 중계, 드라마 등 영상을 자유롭게 보는 것이 마치 공기와 같은 것이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는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보면 어떤 기술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사람들이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하지만, 그 기술이 점점 고도화되고 이를 활용한 새로운 브랜드(서비스)가 출현하게 되면, 어느덧 사람들이 그 기술 없이는 못 살게 된다. 는 내 마음대로의 정의를 내려볼 수 있겠다. 그리고 기술도 중요하지만 이를 활용한 브랜드를 만들어 내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이래서 아직 문과생이 굶어 죽지는 않는가 보다) 

4G 시대의 대표 브랜드 넷플릭스와 유튜브

 

 그렇다면, '초시대'라고 광고하는 5G 시대에는 어떤 브랜드가 나타나서 우리 삶을 드라마틱하게 바꾸어줄까? 3G 4G 시대는 멍 때리고 그냥 맞이했으니, 5G 시대에는 조금이라도 생각을 해보고 맞이해보고 싶어서 내 맘대로 예측한, 정답 없는 생각들을 한번 정리해보았다.

 일단 5G가 뭐가 다른지를 알아야 할 것 같아서 구글링을 좀 해보니, 대표적인 특징이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이라고 나왔다. 1)초고속은 말 그대로 현재(4G) 기준보다 20배 빠른 데이터 전송속도를 말하는 것인데, VR이나 360도 중계 같은 서비스를 구현하려면 엄청난 양의 영상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전달해야 해서 중요하다고 한다. 2) 초저지연은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있어 반응속도를 10배 이상 높이는 것과 지연이나 중지 현상이 거의 없다는 것인데, 절대적인 신뢰가 필요한 영역에서 중요한 포인트다. 예를 들어 유튜브 동영상이야 좀 끊기더라도 문제가 없지만, 의료 드론을 조종해서 수술을 하던 중에 끊김이나 오류가 생기면 돌이킬 수 없기에 초저지연 특성이 중요하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3) 초연결은 사물인터넷과 관련된 것으로, 앞의 2가지 특성을 활용하여 이미 존재하는 다양한 인프라들이 상호 연결되어 시너지를 만드는 것과 관련된 특성이다. 


*5G의 개념은 아래 글에서 참고했습니다 https://blog.kt.com/895


 3G 4G 시대에 성공한 브랜드들을 보면, 완전히 말도 안 되는 것을 만들었다기보다는 기존에 이미 사람들이 하고 있던 것들을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서 다르게 또는 새롭게 할 수 있도록 해 준 것을 볼 수 있다. 전화나 문자로 커뮤니케이션하던 것을 더 다양한 방식(이모티콘, 그룹 챗 등)으로 할 수 있게 해 주었다든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채널로만 보던 영상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더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식이다. 그렇다면 5G 시대의 브랜드 또한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다채롭게 바꿀 수 있는지가 핵심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이런 관점에서 가까운 미래에 생길 것 같은 브랜드를 내 마음대로 한번 상상해보고 이름도 한번 지어보았다.

 

[이동의 개념이 바뀐다. IMOVE]

 얼마 전 영어회화 수업에서 '미래에도 사람들이 자동차를 살까?'라는 주제를 가지고 토의를 한 적이 있었다. 비록 현재도 카카오 택시라든지, 우버/그랩(해외), 쏘카 등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가 있어 차를 안 사는 것이 가능하지만, 이것이 자가 차량을 보유하는 것보다 효용이 떨어지는 측면이 많고, 차를 나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사는 경우도 많아서 흐름이 엄청나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하지만 5G 관점에서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미래에는 차를 안 사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아질 것 같다. 그 이유는 너무 뻔하지만 바로 '자율주행' 때문이다.

 자율주행은 실시간으로 주변을 인식하여 대응하고, 교통센터 등과 통신을 주고받아야 하기 때문에, 5G에서 언급하고 있는 3가지 특성이 필수적으로 필요한 영역이다. 사실 자율주행은 4차 산업혁명이나 5G 이야기를 할 때 무조건 나오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진부할 수 있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이 개념이 미래 브랜드에서 너무나 크리티컬 하다고 판단이 되었다. 그 이유는, 현재 모든 차량 관련 서비스가 극복하지 못한 마지막 하나의 퍼즐 -운전자-를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차량 관련 서비스들을 생각해보면 대충 이런 식이다.

1) 카카오 택시의 경우 : 승객이 택시를 부른다(사람/앱) - 기사가 콜을 확인하고 수락한다 (사람/앱) - 승차위치로 이동 (사람) - 탑승 - 하차지점으로 이동(사람) - 하차 및 결제

2) 쏘카의 경우 : 차량을 예약한다 (사람/앱) - 차량 수령 지점으로 이동, 차량 수령 (사람/앱) - 차량 운전(사람) - 반납 지점으로 이동 후 반납 (사람) - 최종 목적지로 이동(사람)

 과거에 비하면 굉장히 편리하긴 하지만 결국 사람이 앱을 사용해서 해줘야 할 부분이 많고, 운전 또한 사람이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비효율들이 있다. 예를 들어 택시가 나의 승차위치에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왜냐면 사람이 운전하는 택시의 특성상 완벽하게 효율적인 배차는 불가능하니까), 쏘카를 빌리려면 내가 운전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쏘카가 세상 어느 곳에 나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야만 한다는 것 (여행 다녀오면 짐을 들고 다시 걸어서 집까지 와야 한다!!!) 대충 이런 것들이다. 하지만 자율주행이 도입돼서 만약 내가 생각하는 브랜드 - IMOVE - 가 만들어진다면 완전히 다른 방식의 생활이 가능하다.


3) IMOVE의 경우 : 승차 시간과 장소를 입력한다 (사람/앱) - 빅데이터가 최적 배차를 진행,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차량이 대기한다(자율 주행) - 차량 탑승 - 원하는 지점으로 이동(자율 주행) 

차량으로 출퇴근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언제나 정해진 시간에 내 집 앞에서 차량이 대기하도록 할 수 있고, 캠핑을 가려고 한다면 평소와 다른 SUV나 캠핑카를 대기시킬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운전을 할 줄 몰라도 산간벽지도 갈 수 있고 그곳에서 내 집 앞까지 바로 돌아올 수 있다. 

 사람들이 운전을 배우고 차를 사는 이유는, 그것이 마케팅 서적에서 말하듯 과시나 자기표현인 부분도 있지만, 차량 오너만이 가질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과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교외에 있는 맛집을 간다든지, 대중교통이 불편한 곳에 살아도 출퇴근을 할 수 있다든지, 아이를 앉힌 카시트나 무거운 캠핑 텐트를 싣고 숲으로 떠난다든가 하는 것이다. 기존에 대중교통, 택시, 차량 공유 서비스, 렌터카 등은 이런 욕구를 100% 만족시키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자율주행을 통해 나, 우버 드라이버, 택시 기사 그 누가 되었든 운전자라는 존재를 제거할 수 있다면, 이런 니즈를 99% 이상 대체하는 것이 가능하다. 즉, 과시의 수단이 아닌 단지 '이동 그 자체'만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차를 사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을 하고 나니, 왜 차량 제조업체부터 통신업체, 플랫폼 업체까지 득달같이 나서서 자율주행에 목을 매는지 이제야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 자율주행은 그 사람의 생명과 관계된다는 특성상 90%의 완성도를 가지고도 시장에 출시할 수 없다. 단 10%라도 사고가 발생의 위험이 있다면 도입할 수 없는 것이다. 단 어느 시점에 도달하거나 특수한 환경이 갖추어져 이 서비스가 출시되고, 브랜드가 생겨난다면 우리의 생활은 진정 극적으로 바뀔 것 같다. 

자율 주행차에 운전석이 있는 것이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미지 출처 : LG CNS 블로그


사실 이외에도 더 많은 브랜드들을 상상해보고 싶었지만 기술에 대한 이해도와 상상력이 부족해서 여기까지가 한계였는데, 결과물이야 소소하더라도 이런 생각을 해본 것 자체가 꽤나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이었다. 항상 무언가가 새로 생겨나는 것을 보면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을까 하고 감탄만 했었는데, 이렇게 미래를 상상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도 에지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행복한 상상을 하며 오늘의 글을 마친다. 


*글을 쓰고 생각을 담는 모임, #쓰담의 멤버로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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