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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소한 May 05. 2019

당신이 좋아하는 브랜드에는 why가 있나요?

내가 생각하는 좋은 브랜드의 조건

얼마 전,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 각자의 현업 속에서도 짬을 내어 준비한 사업 계획서를 하나씩 열어보며 프레젠테이션하고, 자유롭게 피드백하는 시간이었다. 이미 한 두 번의 사업 경험이 있어 많은 것을 고려해 발표를 준비하신 분, 이미 본업을 정리하여 당장이라도 사업을 시작하고 싶은 분, 그리고 나처럼 '그냥 언젠가는 사업을 하고 싶은' 사람의 두루뭉술한 프레젠테이션 등 다양한 온도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모임이 끝나고 귀가하던 길, 나는 아쉬움을 가득 안고 돌아갔다. 사업을 생각하는 온도가 너무나 제각각이라 이제 우리가 다시 뭉칠 수 있는 Next Step이 무엇인지 몰라 길을 잃은 부분도 있었지만, 어딘가 마음속에 알 수 없는 찜찜함이 계속 남아있었다.


아쉬웠던 그 날의 모임


며칠 뒤, 평소 코드가 잘 맞았던 동료와 점심을 함께 하며 그 날의 모임에 대해 이야기했다. 멀지 않은 미래에 각자가 벌리고 싶은 사업에 대한 대화를 종종 나눴던 분이기에, 그분이 생각하고 있던 사업 아이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도 다시 들을 수 있었다. 본인이 선정한 아이템이 왜 그런 컨셉인지, 그 아이템이 세상에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 제작방식에서 특별히 고집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지. 아주 사소한 부분이었지만 그 동료에게는 본인만의 why가 있었다. 아...! 그제야 그 모임이 왜 그렇게 아쉬웠는지, 프레젠테이션 준비는 왜 그렇게 부담스럽고 힘들었는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 나에게는 '사업을 하고 싶은' 마음만 있었지, '어떤 사업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에 대한 부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우연한 기회에 브랜드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들이 축적되면서, 그리고 그들의 성공스토리를 반복적으로 접하는 속에서 나는 무언가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었던 듯하다. '나도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어느새 막연히 '내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커져버린 것이다. 왜 해야하는지 스스로도 설득하지 못한 채 남들을 설득하려고 했던 주니어 시절의 내 기획서가 문득 생각나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욕심 이전에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그래서 나는 어떤 아이템을 도전하고 싶은지?' 자연스럽게 스스로에게 답할 수 있고, 그것이 가슴 벅차게 설레는 일이 되는 순간부터 내가 어떤 브랜드를 만들 마음가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매번 브런치 글을 쓰며 다짐하고 또 다짐하지만,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 참 쉽지 않음을 느낀다)


돌이켜보면 좋은 브랜드에는 항상 why가 있었다. 세상에 내 이름을 외치고 싶어서 브랜드를 만든 것이 아니라,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시도하다가 자연스럽게 알려져 그 자체가 브랜드가 된 것이다. 지금은 너무나 유명해진 패션 브랜드 아크네스튜디오도 당시의 전 재산을 투자해 만든 청바지 몇 벌에서 시작됐고, 요즘 인기몰이하는 유투버나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도 역시 그렇다. 자기가 좋아하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었던 행동이 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기회는 지속적인 또 다른 기회들을 만들었다.




두 번 정도 함께했던 창업 모임은 이제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 모임에서 강렬하게 배우고 느낀 것이 있다. 사업을 한다는 것은 다방면으로 심사숙고가 필요한 매우 어려운 일이고, 그 일 조차도 단단한 목적과 철학이 없다면 금세 휘청거린다는 것을. 지금까지 나도 '브랜드'라는 단어에 취해 너무나 안일하게 생각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내가 즐겁게 꾸준히 노력을 들일 수 있을 일들을 과감히 실천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꾸준히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만큼이나 어렵고 고된 일이 되겠지만, 그래도 나만이 세상과 연결될 수 있는 그런 일들을 용기내어 해 보기로 한다. 자연스럽고 억지스럽지 않은 나만의 브랜드를 위해서.




글을 쓰고, 생각을 담는 글쓰기 모임

‘쓰담’과 함께하는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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