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mann Frères -Pomme d'amour
다만 프레르.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홍차 브랜드라지만, 그 명성에 비해 유명세는 덜하다.
(B2C보다 B2B에 주력해왔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으나 확실하진 않다.)
서울에는 광화문 SFC에 티룸이 들어오면서 그래도 좀 알려지게 된 듯하다.
미로 같던 마레지구를 지나 당도한 보스쥬 광장(place des vosges). 광장의 아케이드에 자리한 다만프레르 티샵엔 기대 이상으로 마음에 들었던 차들이 가득했다. 미리 계획적으로 리스트에 올렸던 홍차들은 일단 손에 쥐고, 수십 개의 샘플용 차통을 일일이 열어 향기를 확인했다.
그때 내 마음을 확 사로잡았던 이 차. 한국에서는 짐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리스트에 넣을까말까 고민했던 사랑의 사과(Pomme d'amour). 여태까지 마셔왔던 약한 향에 김빠지는 실망감을 안겨주었던 애플티들을 다 잊어버리게 할 만큼 달달하게 캐러맬라이즈된 사과향.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어떻게 사과를 살짝 구웠을 뿐인데 이렇게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이 차의 이름을 붙인 누군가도 아마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막상 귀국 후에 마른 잎의 향을 다시 맡아보면, 마라스키노의 알코올향이 올라오는 걸 느끼게 된다. 처음 다만프레르 티샵에서 만났을 때는 이렇게 달콤한 향의 애플티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서 딱 사과향만 느꼈던 거고, 실제로는 마라스키노향도 첨가되었기 때문에 알코올향이 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다. 또 나중에 배우게 된 사실이지만 홍차 베이스라고 다 동일한 질감의 가향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시음기를 참고해보니 이 차의 베이스가 기문/실론이라고 하나, 실론 중에서 어디인지는 실론티를 좀 더 마셔봐야 알 수 있겠고, 떫은 느낌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볼때 기문 베이스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봐도 될 듯하다.
우리고 나면 영락없이 사과파이를 연상시키는 향이다. 그래서 같이 먹으려고 사과를 얇게 썰어 꽃처럼 돌려 쌓은 사과 타르트를 찾아 헤매었지만 실패로 끝났다. 사과철이 다시 돌아올때쯤,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베이킹이라도 배워야하나 싶다.
◎ 티 레시피 (Dammann Frères -Pomme d'amour)
- 95도, 3g, 300ml, 3분
- 항상 집에서만 마심.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쌀쌀한 저녁에 특히 많이 마셨음.
- 다만프레르 홈페이지에서는 90도에 4~5분 우리는 것을 권장하나, 유럽과 우리나라는 수질에 차이가 있으므로 취향껏 조절하는 걸 추천함. (유럽 홍차 브랜드에서 우리라는 시간만큼 우리나라 물로 우리면 너무 써서 못먹는 경우가 종종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