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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가주 Jan 16. 2023

종이화폐 죽이기 - '클라우드 머니'

[서평] 클라우드 머니 - 브렛 스콧


 이 책은 디지털 화폐에 밀려 사라져 가는 현금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줄거리이자 요점이다. 초반까지 읽어가면서 들었던 의문은 디지털 화폐의 등장이라는 거대한 시대의 흐름 앞에서 개인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것과 디지털 화폐에 왜 저항해야 하나라는 것이었다. 디지털경제에 대항하여 현금을 보호해야 한다는 저자의 글을 보며 산업혁명을 막기 위해 기계파괴운동을 벌여 시대를 역행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러다이트 운동이 떠올랐다. 


과거 한 광고 문구처럼 핸드폰은 손안에 작은 세상이다. 한 손으로 음식 주문에서부터 쇼핑, 송금까지, 게다가 은행 직원을 만나지 않아도 대출도 가능하다. 편리하고 익숙한 디지털경제에 대해 지나치게 비관적인 시선인 아닌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 책을 읽어 가면서 흥미가 점차 줄어들었다. 


그러다 중반부를 지나서 현금을 제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건 현금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빼앗아 가는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을 보며 나는 책에 다시 집중하게 되었다. 그리고 현대 경제에서 현금이라는 선택의 수를 없앤다는 건 자유의 범위를 좁히는 것이라는 저자의 생각에 점점 동조하게 되었다. 디지털경제 도입 이후 개인의 데이터 정보를 공식적으로 수집하여 그것을 기업 또는 국가의 입맛에 맞게 악용하여 개인의 자유의지는 상실케 한다는 내용에서는 적지 않은 염려가 생겼다.  


당신의 거실, 침실 ,부엌에 원격 영상 모니터링시스템을 설치하고자 합니다. 라고 말한다
왜죠 라고 반문한다

그들은 미소를 지으며 ‘당신의 안전을 위해서죠. 숨길 것이 없다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국가가 수많은 데이터를 이용하여 디지털경제를 추구하려는 이유는 개인에게 일어나는 모든 사건에서 진실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빅브라더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이익을 추구하려는 것에 있다. 기업 또한 개인의 데이터를 이용한 디지털시스템을 공고히 하려는 목적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에 있다. 그들은 우리를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우리는 시스템에 표시된 숫자에 불과하다. 우리는 편리함과 익숙함에 속아 나의 결정권을 국가와 기업에 넘겨주는 행위를 경계해야 한다.
  

책을 덮고 나서는 현금이라는 화폐를 없애는 것이 누군가의 감시와 통제의 대상이 된다는 시선이 신선하면서도 섬뜩하게 느껴졌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 정보에 대한 검증없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려고 했던 자세가 얼마나 무서운지도 깨닫게 되었다. 


신자유주의가 종교가 되어버린 이 나라에서 디지털 경제라는 시대의 큰 파도를 막을 순 없을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스스로가 변질되는 것을 얼마나 막을 수 있을 것인가의 싸움이 될 것이다. 아주 외롭고 긴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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