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사직서를 냈다.

어둡고 무거웠던 일주일

by 린언니

2016년 3월 31일에 입사해 일한 시간은 고작 반년.

2016년 10월 14일 나는 사직서를 냈다.




단언컨대 2016년 들어 가장 길고 어렵고 어두운 일주일이었다.


사직서를 내기까지 누구나 그러하듯 여러 번의 생각과 다짐이 오고 갔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일에 치여 사람에 치여 등등의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사직서를 냈고

3주가 지나가고 있는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이직할 회사도 앞으로 무얼 하고 싶은지도 정하지 않은 채

그 순간을 벗어나고 싶어 참으로 대책 없이 사직서를 냈다.



하지만 대표에게 “후임이 오면 인수인계까지 잘 하고 마무리 잘해서 나가겠습니다”라며 사직서를 건넨

그 순간, 그리고 그날 나는 참으로 차분했으며 담담했다.

심지어 몇 주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잤는데 이날은 잠도 너무너무 잘 잤으니 마음이 편했던 게 분명하다.


물론, 다음날 대표가 “그냥 오늘까지만 하고 마무리하세요”라고 했을 땐 짜증이 일면서 기분이 묘했지만,

내가 나가겠다고 사표를 던져놓고 막상 지금 나가세요라고 하니 나도 꽤나 당황스럽고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게지.

하지만 뭐 대표도 대표 나름의 생각이 있었으리라 생각하며 자리를 정리하는데 고작 반년 일한 내 자리에 내 물건은 왜 이리 많아졌는지 속으로 투덜거리며 봉투와 가방에 구겨 넣듯 물건을 싸 들고 나와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 내 머릿속엔 21살에 대학에 입학해 무려 28살에 대학을 졸업하기까지의 여러 일들이 한 번에 떠오르며 왠지 모르게 기분이 무거워졌고 그렇게 나는 사표를 낸 바로 다음날 백수 그리고 취준생이 되었다.


그로부터 나의 2016년 중 가장 무겁고 우울한 일주일이 시작되었다.


사표를 내고 회사를 박차고 나오면 다음날부터 미친 듯이 놀고 잠도 실컷 자고 먹고 싶은 것도 마음껏 먹고 가보고 싶었던 곳도 마음껏 가보는 내가 되어있을 줄 알았으나 난 그러지 못하고 잠도 제대로 못 이룬 채 걱정에 걱정만을 하며 날을 샜다.


다음 이직할 회사 걱정. 이력서는 어떻게 쓰나. 지금 내 스펙은. 회사는 또 어딜 가야 할까. 당장 다음 달 청약과 적금은? 아니 뭐, 여기까진 그럭저럭 괜찮았다.

하지만 취직 전 끊임없이 날 괴롭혔던 “난 이제 뭐 하지?”라는 무서운 놈이 어마어마한 무게로 다시 날 짓누르기 시작했고 그것을 들쳐 메고 다시 일어서기까지 참으로 많은 시간이 걸렸다.


무엇을 할까를 정해야 했고, 잘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을 앞선 할 수 있다!라는 확신이 필요했으며 이것을 왜 하는지에 대한 왜? 즉 동기가 뚜렷해야 했다.(혹자는 이걸 신념이라고도 하더라)

그래야 지금 내 선택에 대해 후회와 좌절, 두려움이 없을 테니 말이다.


대한민국의 무수히 많은 청년들이 지금 혹시라도 내 글을 본다면 “당신은 너무 무책임하군요”, “당신은 선택을 잘못했어요” 혹은 “당신은 무능력해요”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좋은 기업에 갈 스펙을 만들지 않고 열심히 놀고 또 놀았던 내 지난날을 후회해봤자 나에게 남는 건 없으며 “지금이라도 하면 되지 해!”라는 생각으로 이제 와서 열심히 스펙을 쌓기엔 난 이미 내가 그렇게 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현실과 “스펙이 다가 아니야, 대기업이 정답은 아니야”라며 말하고 생각할 자기 합리화가 생겨버렸다.


한마디로 망한 거다(ㅋ).


그렇지만 마냥 이대로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순 없으니 어둡고 무거웠던 일주일을 버텨내고

난 내가 그동안 해왔고, 앞으로 해보고 싶었던 일들에 대해 도전을 하고 길을 닦아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돈을 벌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물론, 세상의 모든 계획은 뜻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잘 알지만

적어도 목표가 생겼다는 점에서 다행이라 느낀다. 그리고 나를 보듬어 준다.


백수가 되니 더욱 듣고 싶고 절실해진 “수고했어 오늘도”를 되뇌며.


혹시라도 이 글을 '사직서' '백수' 등의 키워드로 검색해 읽고 있는 지금의 당신에게도 작게나마 건낸다.


"수고했어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