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속 선택
회사를 그만두고 가장 먼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기에 몰두했었다.
기술을 배워볼까? 난 무엇에 흥미를 느꼈지? 등등 끊임없는 생각과 고민 속에 내 선택은 글을 쓰는 일이였다.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출판사에서 근무하시던 큰 이모부 덕분에 우리 집 책장은 언제나 책으로 넘쳐났었고, 놀이터 흙 놀이를 싫어하던 나는 자연스레 집에서 책을 보며 지냈었다. 조금 더 커서는 손으로 직접 쓴 손 편지를 좋아해 중학교 시절 단짝과 하루가 멀다 하고 편지를 주고받았으며 책을 좋아하던 단짝을 따라 학교 도서부에 가입해 2년 정도 시간을 보냈었다. 그때 당시 난 이혜인 수녀님의 진심을 꾹꾹 눌러 담은 시를 좋아했으며 어린왕자, 소공녀, 죄와 벌 등 아주 오래전부터 사랑받은 소설들을 곱씹으며 읽은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나름 많은 책을 읽으면서 나도 이런 책을 내봤으면 하는 아주 잠깐의 생각도 했었다.
그렇게 10대를 보내고 20대에 들어서는 책을 거의 가까이하지 못했다. 그냥 가끔 할 일이 없거나 약속시간에 텀이 생겼을 때 갈 곳이 없어 서점에 들러 여행 서적이나 잡지 등을 둘러 보는게 전부.
하지만 취직을 하고 조금의 변화가 생겼다.
역시, 돈이란 사람을 무엇이든 하게 만든다고 했던가.
소설처럼 긴 글은 아니지만 짧막한 문장 정도를 써야하는 일을 시작 하면서 돈을 벌고 계속해서 돈을 벌려면 필요로 하니 글을 쓰는 일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글을 쓰면 쓸수록 더 다양하고 풍부한 표현을 위해 자연스레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고 그저 그런가보다 라고 여겨지던 내 주위에 있는 수많은 글들이 일을 하면서 고민을 거듭하자 그 어느 것 하나도 허투루 보이지 않았다.
말보단 단정한 글이 주는 힘이 참으로 매력적이기까지 했다.
서툰 솜씨로 찍은 사진 아래 실린 짧막한 문장 하나,
홍보용 포스터에 들어가는 문구 하나,
사랑하는 이에게 진심을 담아 건낸 편지에 들어있는 이야기 하나,
무심결에 듣던 노래가사에 하나,
세상 곳곳엔 예쁘고 따라 쓰고 싶은 글들 천지였다.
내가 이렇게까지 글 쓰는 일에 관심이 있었나 할 만큼 짧은 시간에 굉장히 깊게 몰두했고
그렇게 나온 글이 누군가에 의해 읽혀진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어쩌면 나는 누군가 내 글을 읽어주길 바라는,
누군가 나를 인정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글을 더 잘 쓰고 싶어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글을 쓰다보면 어느새 예쁜 포장지로 내 글을 치장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일이 종종 있어 그걸 막는게 뜻대로 되진 않는다. 글을 쓰고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치는 일을 반복하면서유명한 대문호 작가들은 그 많은 책들을 어떻게 탈고 했는지 참으로 존경스러우면서도 그들도 한 권의 책을 내기위해 무수히 많은 원고를 찢었겠구나 싶다.
적어도 내가 써내려간 내 글이 시간이 지나 부끄러운 글이 되어 스스로 삭제를 누르는 불상사는 만들지 말아야 하니 많이 읽고, 쓰고, 다듬어 짧은 글이라도 정성스레 솔직하게 내가 보고 느낀 생각을 오롯이 옮기는 작업을 할 생각이다.
급하지 않게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