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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크만 진단 결과 먹기 쉬워요, 한 입 잡솨봐

<너무도 사적인 우리를 잇는 버크만 안내서> 독후감

by 승화
책 정보
<너무도 사적인 우리를 잇는 버크만 안내서>
부제: 별별 사람이 모여도 별 탈 없이 행복해지는 비밀
김태형 저, 크루 출간, 2023년 8월 초판 발행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꽃> 일부)


우리는 항상 상대의 명칭을 알고 싶어 합니다. 사과인지 배인지, 너의 사과인지 그의 사과인지. 만약 우리가 명확한 이름을 부르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무한한 다양성과 복잡성에 갇히고, 대화는 이어지지 않을 거예요. 그게 무슨 사과인지 이야기 나눌 때 나타날 수 있는 혼란은, 사실 우리가 각자 너무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각각 너무 복잡하고, 그래서 모두 완전히 다른 존재입니다. 버크만 진단은 우리 각각이 가진 다양성을 한눈에 보여주는 진단서를 만들어주고, 이 책은 그 진단서를 읽는 방법을 쉽게 설명함으로써 버크만 진단이 가진 매력을 영업합니다.



대상을 영업하려면 우선 구성품에 대해 간단히 전달해야 합니다.

버크만 진단은 4분면으로 나누어진 버크만 맵, 맵을 9가지 혹은 11가지 주요 키워드로 더 상세히 진단한 부분, 그리고 문제 해결 관점에서 다루는 조직 지향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책은 버크만 진단의 각 요소들을 먼저 쪼개 보여주고, 다시 합쳐 보여준 뒤, 버크만 진단 결과를 받은 대상자가 가지면 도움이 될 관점 몇 가지를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책을 읽으며 가장 도달하기 어렵고, 읽다 보면 쉽게 넘어가기 쉬운 부분이 마지막 챕터입니다. 동시에 다시 찾아보기는 가장 쉽죠. 그 마지막 챕터에 버크만 진단 FAQ를 실어두었어요.


“버크만에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스스로에게 완전히 정직해지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는 정직함에 대한 무지만이 있을 뿐입니다. (중략)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고 현명하게 자기 인식을 하게 되면 타인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넓은 시선이 생기게 되고 비로소 성장을 하게 됩니다.”(163쪽)



그래서 뭐가 좋아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백일이든 천일이든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자가 그렇습니다.

비폭력 대화, 퍼실리테이션, 코칭 등을 버크만 디브리핑과 함께 하고 있는 저자는 버크만 진단의 중요성을 대상 맞춤형으로 설명해왔고, 이 책에서도 사례 중심으로 풀어내고 있어요. 저자에게 버크만 진단을 통한 다름 이해란,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내 선택과 결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결과를 명확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거쳐 나를 알아야 타인과 사회를 이해함으로써 그들의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나에 대한 인식과 타인의 성장에 영향을 끼친다고요?

이 책은 버크만 디브리퍼에게도 인사이트를 주지만, 그보다 더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존재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버크만 진단을 고민 중인 리더, 인사 담당자와 버크만 진단을 받긴 했지만 무슨 말인지,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잘 모르는 분들이에요.버크만 진단의 각 요소별로 조직, 커플, 개인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 데다, 개인들의 다름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전제로 하고 있어 편하게 읽힙니다. 다만 그 따스한 시선 자체가 무척 단단히 뿌리내린 태도라서, 비슷한 이야기로 느껴질 수도 있어요. 만약 그렇게 느낀다면 각 챕터별 키포인트가 명확히 남지 않을 수 있으니, 한 번 읽은 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위로가 필요할 때, 버크만 진단 결과와 함께 발췌해 읽으면 좋은 책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굉장히 많은 페이지에 포스트잇을 붙여 메모를 남겼어요.

며칠 뒤 진행한 디브리핑 내용을 전부 새로 준비하고 해설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은 내용도 많았습니다. 먼저 각 요소에 대해 저자가 정의한 내용에 깊이 동의했어요. 특히 욕구와 흥미의 차이에 대한 내용(27쪽), 각 요소들의 차이는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이 아닌 상황 적합성만 존재한다는 내용(52쪽)이요. 또 버크만 진단 결과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관점에 대한 부분에서는 다시금 깨닫는 요소들이 있었어요. 분노는 90초의 화학적 반응에 불과하며 그 반응을 내가 왜 느꼈는지를 알아차리는 연습이 중요하지, 상대는 나의 화에 책임이 없다는 내용(172~175쪽), 그리고 나는 나의 세계만 만들 수 있으며, 시간을 어떻게 쓰는가 혹은 무엇을 먹는가와 같은 맥락으로 나는 내가 하루종일 생각하는 그 사람이 된다는 내용(194쪽)은 포스트잇을 가득 채워가며 메모를 남긴 부분이었어요.



저는 아직 버크만 진단 결과 레포트를 보며, 정확한 이름을 붙이지 못하고 있어요. 여전히 짧지 않은 시간을 들여 레포트를 보고 있습니다. 아마도 저자가 언급한 대로 대상자와 관계를 맺기 위해 호기심을 가지고 순수히 관찰하는 과정(186쪽)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점에서 ‘버크만’ 세 글자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유일한 책이었고, 존재만으로도 여전히 제게 큰 위로와 감사가 되는 책입니다. 이제 디브리핑을 계속 하면서 표지가 닳도록 참고할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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