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6일 토요일
코로나19 여파로 대다수 자영업자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 많이 들으셨을 텐데요. 지난해까지 레드오션 우려 속에 '자영업자의 무덤'으로까지 불렸던 치킨 시장은 상대적으로 반등 분위기입니다. 소비자들이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일반 음식점에서 먹는 건 꺼리지만, 치킨처럼 배달 또는 테이크아웃으로 집에서 먹기 편한 음식 주문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어선데요. 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untact·비대면) 트렌드 덕을 보고 있는 겁니다.
대다수 치킨집은 크고 작은 국내 400여 치킨 프랜차이즈와 계약해 가맹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지난해 3186억원의 매출로 업계 2위였던 'bhc'는 올 상반기 가맹점의 월평균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약 30% 증가했습니다.
업계 3위 'BBQ' 역시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트렌드 맞춤형 전략으로 성과를 내고 있는데요. BBQ는 지난 6월 '비비큐스마트치킨(BSK)'이라는 소자보 배달 특화 매장을 선보였습니다. 일반 가맹점과 달리 평균 33㎡(10평) 내외의 아담한 공간에서 소수 인원이 치킨 포장과 배달에만 집중합니다.
지난달 30일 수도권에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지침이 2.5단계로 격상된 이후 BSK 매장의 평균 매출은 전주 대비 15%, 전월 대비 104% 증가했다.
업계 1위 '교촌치킨'은 최근 한국거래소로부터 기업 가치를 인정 받으면서 코스피 입성을 눈앞에 뒀습니다. 코스피 상장예비심사 통과는 치킨 프랜차이즈는 물론 국내 외식 업계를 통틀어서도 첫 사례인데요. '카페베네(카페)' '놀부(한식)' 등 내로라하는 유명 외식 프랜차이즈가 직상장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탈락했습니다.
통상 프랜차이즈는 매출과 영업이익 등 실적이 뒷받침되더라도 가맹점 의존도가 높고, 각 가맹점과의 관계 같은 외부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는 업종 특성상 상장 요건을 충족하기가 까다롭습니다.
업계 15위 '노랑통닭'을 운영하는 노랑푸드는 지난 18일 국내 사모펀드(PEF) 큐캐피탈파트너스와 코스톤아시아에 지분 100%를 넘기는 주식매매계약(SPA)을 하기도 했습니다.
치킨집은 그간 '치킨 공화국'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을 만큼 국내 대표적 창업 아이템으로 꼽혔는데요. 수요는 1년 365일, 남녀노소 꾸준히 뒷받침되는데 큰 전문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 데다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기 불황으로 실직과 조기 은퇴 등에 내몰린 많은 국민이 이처럼 진입장벽 낮은 치킨집 창업에 뛰어들면서 성공하기 쉽지 않은 레드오션이 됐는데요.
새로 문을 연 치킨집
2014년 9700곳 → 2018년 6200곳
폐업한 치킨집
2014년 7600곳 → 2018년 8400곳
위 숫자를 보시면 2018년에는 새로 문을 연 치킨집보다 폐업한 치킨집이 더 많다는 거 아시겠죠? 이런 탓에 자영업자의 무덤이라는 얘기가 나온 겁니다.
치킨집의 반전을 코로나19 시대의 위안거리로 삼을 수는 있습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상권 분석 빅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창업기상도'를 발표하는데요. 이에 따르면 서울에서 치킨집을 창업하는 경우 전망은 지난 11일 기준 '보통(78점)', 6개월 후엔 '조금 나쁨(66점)' 수준에 불과합니다.
제조업 등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산업에서 코로나19여파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인데요. 치킨집을 비롯한 일부 서비스업의 반등은 극히 예외적일 뿐, 많은 국민이 생계형 창업에 내몰리는 건 여전히 우려할 만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