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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암사자 Oct 17. 2020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
김희애에게 공감했던 것

#실망


어제는 잠이 안 와서 새벽 4시까지 유튜브로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를 봤어요. 예전에도 한 번 유튜브로 <내 남자의 여자>를 본 적이 있었는데, 어제 가장 공감이 갔던 부분은 #마지막 편에서 김희애가 김상중에게 완전히 실망해버린 부분이었어요.


김희애는 친한 친구(배종옥)의 남편(김상중)을 빼앗아 결국 그 남자와 함께 살게 됐고 김상중의 아이를 갖길 원했어요. 하지만 김상중은 배종옥과 낳은 아들이 상처를 받을까 염려해 김희애 몰래 정관수술을 받았어요. 김희애는 김상중이 정관수술을 받고 1년 뒤에나 그 사실을 알게 됐는데 1년 간 자기가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한 걸 어떻게 그렇게 방관하기만 할 수 있냐며 크게 화를 냈죠. 이게 김희애가 처음으로 김상중에게 크게 실망한 사건이었어요.


그후 김희애는 김상중이 배종옥이 준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지 않고 1년 간 가지고 있던 걸 발견하고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실망해버리죠. 김희애는 김상중이 몸은 자기와 살면서 배종옥, 아들과 연결된 끈을 한 번도 놓지 않았다며 자기를 기만했다고 말합니다. 김희애가 물론 극중 나쁜 년이긴 하지만 이때 실망하고 화가 난 건 이해가 갑니다. 전처는 이혼하겠다고 도장 찍어 보냈는데 자기랑 사랑을 하며 같이 살고 있는 남자가 1년 간 이혼 미루고 자기와는 혼인신고도 하지 않았으니까요. 배신감이 어마어마 할 것 같아요.


저도 김희애처럼 크게 실망한 경험이 있어서 감정이입이 많이 됐어요. 김희애처럼 #사랑 때문은 아니지만요. 저는 이전 직장에 크게 실망해서 퇴사를 결심했어요. 퇴사를 결심하기 전까지 제 삶에서 최우선은 늘 #회사 일이었어요.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 #영어 과외도 받고 #업계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접하려고 노력했죠. 일을 더 장시간 하기 위해서 PT도 받았구요. 제가 생각해도 저는 회사를 다니는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업무적으로 정말 빠르게 성장했어요. 스펀지처럼 지식과 스킬을 습득했죠. 


그 결과 저는 회사의 공식적인 최고 #연봉 인상률을 넘어서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연봉을 높일 수 있었어요. 회사에서 지금까지 제가 한 노력과 성과들을 인정 받았다고 생각했죠. #인정 받은 건 맞아요.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어요. 연봉 협상을 마친 이후 회사에서는 저와 사이가 좋지 않은 임원에게 제 근태, 비용, #휴가 등의 관리를 맡겼어요. 회사 창업자이자 대표인 분이 제 업무 상 직속 상사였는데 그분은 워낙 바쁘시다 보니 제 근태, 비용, 휴가까지 관리할 순 없었거든요. 일은 대표와 계속 같이 하되 근태, 비용, 휴가 등의 관리를 제가 사이가 좋지 않은 임원에게 받으라는 거였어요.


취지는 이해가 갔지만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어요. 그 임원은 그런 결재권이 곧 권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고 1년이 넘도록 지속되는 그분의 배려 없는 막말로 저는 이미 그분에 대해 감정의 골이 깊어질대로 깊어진 상태였거든요. 회사에 다니는 동안 제 사적인 일들보다 회사 일을 우선시했고, 진심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일을 해왔는데 그런 사람한테 근태, 비용, 휴가 등 나를 관리하라고 맡기다니 회사에 실망감이 정말 컸어요. 근태, 비용, 휴가 등을 관리하게 되면 제가 그 임원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지니까요.


<내 남자의 여자>에서 김상중에게 실망한 김희애가 했던 말이 있어요.


이게 내 사랑에 대한 당신 대답이야?


저도 회사에 같은 감정을 느꼈어요. 물론 회사에서는 제가 그분과 사이가 어떤지, 그 임원의 인성이 어떤지 모르고 결정한 것이었지만 저도 사람이기에 회사에 대한 애정이 식고 실망감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죠.


회사에 더이상 제 시간과 에너지를 조금도 쏟고 싶지 않았던 저는 회사에 퇴사를 통보했어요. 그리고 지금처럼 자유를 얻었죠. Calm down도 하게 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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