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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디 Nov 30. 2021

병 주고 약 준 힐링 연수


 3일간의 연수를 마치고 출근한 지 이틀째다. 작년에 신청했던 연수였는데 코로나로 인해  갑작스럽게 취소되었다가, 어쩌다 보니 갑작스럽게 가게 되었다.

이 연수는 작년 업무 폭증으로 인해 직원들의 스트레스 해소와 재충전을 목표로 만들어진 연수라서 수업과 평가가 전무했다. (알고 신청한 것은 아니었으나) 연수 장소 또한 가고 싶게 만드는 곳이었다. 렇게 완벽한 연수를 나만 신청 할리 없다는  예상했지만, 참석 명단을 보고 과연 진정한 의미의 힐링이 될까 하는 의구심이 밀려왔다. 물론 사람의 좋고 싫은 감정은 상호적인 거라서 나만큼이나 상대 또한 불편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직원과 방까지 같이 써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급속도로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그럼 그렇지, 회사가 다 나 좋으라고 해줄 리 없지, 이런 함정은 너무도 당연해하면서도 연수 당일까지 가기 싫은 맘이 턱밑까지 가득 찼다. 






 (자기 딴에는) 불편함을 해소하려고 했던 건지 같이 간 직원이 밥을 먹거나, 방에 머무는 동안 내게 계속 말을 걸었다. 덕분에 나는 의미도 없고, 영혼도 없는 말에 대꾸를 해야만 했다. 사무실로 출근하지만 않았지 또 다른 의미의 출근이었고 감정노동이었다.

 그래서일까, 연수 기간 동안 잠을 못 잔 것도 아닌데 집에 돌아와 월요일 출근 전까지 미친 듯 잠이 쏟아졌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의 분절된 대화에 내가 얼마나 취약한 사람인지를 진하게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일행의 행운이란 지지리도 없었지만, (위에서 잠깐 밝혔듯) 연수 장소만큼은 무척 만족스러웠다. 직접 체험을 해보니 사진으로 본 것보다 훨씬 좋았다. 올해 들어 건강의 악화를 몸소 느낀 나에게 꼭 필요한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수 장소는 인공적인 소리는 최소화되어있고 자연의 소리로 꽉 차 있었으며, 긴장을 유발하는 경관을 찾아볼 수 없는 곳이었다. 밥을 먹는 식당, 프로그램 참석을 하기 위한 건물이 숙소와 조금씩 떨어져 있어 매번 몸을 움직여야 했다. 내가 입으면 좀 우스꽝스럽지 않을까 싶었던 생활한복도 어찌나 편한지 따로 구입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특히 이곳은 전화가 터지지 않아서  와이파이를 쓰려면 특정 장소로 가야만 했는데 그래서 핸드폰과도 자연스레 멀어질 수 있었다.



 운동과 담을 쌓았던 내가 요가와 스트레칭을 하면서 살기(?) 위한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도 큰 수확이었다. 산책을 하는 길에는 토실토실 건강하게 살찐 토끼들이 뛰어다녔고, 어디에 눈을 두든 그림 같은 경치가 펼쳐졌다.  



 몇 가지 활동 중에 가장 기억에 남고 좋았던 건 숲 테라피 시간이었다. 각자 매트와 담요를 매고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산행으로 숲에 도착했다.

 숲 안에서 매트를 깔고 간단히 스트레칭을 한 다음 눕는 시간이 있었다. 몸과 마음을 다 내려놓고 새소리, 바람 소리에만 집중하면서 나무와 하늘을 바라보는데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떨어졌다. 숲에 드러누워있는 내 모습 자체도 생경했지만, 그 순간 내게 잠깐 왔다간 감정으로 눈물이 난 것도 낯선 경험이었다. 단체 활동이 아니었다면, 날씨가 조금 덜 추웠다면 원하는 만큼 양껏 누워있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숲 테라피를 이끌어주신 강사님이 숲은 머무는 것만으로도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하셨는데 내 안의 무언가치유받는 기분이 들었다.

회사가 있는 일상으로 돌아가도 이 기운만큼은 좀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면서 산에서 내려왔다.






 연수에서 돌아오니 부리나케 주말이 지나버렸고, 오늘 벌써 화요일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퇴근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한 지하철 한복판에 있다. 툭툭 치고 가는 사람들, 내리지도 않았는데 지하철에 올라타는 사람들 때문에 이마에 드리워진 인상 주름이 펴질 줄 모른다. 12시가 되어 돌변한 호박마차를 보는 신데렐라의 허탈감이 이와 비슷했을까.



고작 며칠 만에 힐링 약발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아무래도 내일 사무실 책상 위에 하버 리움을 올려두어야겠다. 허브와 아쿠아리움의 합성어라는 하버 리움, 연수 마지막 날 직접 만든 힐링 굿즈다.

이렇게 해서라도 숲에서 느꼈던 마음이 조금이라도 길게 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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