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앤디 Sep 04. 2023

빚 가득한 아파트 있는 이제 마흔

마흔의 돈


2021년 12월 중순, 신문을 읽다가 "내년 마흔인데 10명 중 7명은 집 없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맞닥뜨렸다.


사십 대를 앞둔 질풍노도의 시기에 조바심 들게 하는 기사는 뭐람 하며 첫 문장을 확인했더니 '내년이면 40세가 되는 1983년생 가운데 주택을 소유한 사람은 10명 중 3명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쓰여 있었다. 일단 내 상황이 10명 중 7명에 속한다니 다행인 건가 하면서도, 수많은 과업들에 이젠 주택 소유주마저 추가해야 하는구나 싶어 숨이 턱 막히었다.


 그 뒤로 이어지는 통계청 분석은 확실히 내 목을 졸랐는데 국내 거주 중인 1983년생 71만 2000명 가운데 혼인한 비중은 66.9%(남성 59.4% 여성 74.8%)며 기혼자 대부분 (82.9%)이 자녀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나는 남편도 없고 애도 없는데 그 와중에 집마저 없구나 하는 걸 속속들이 짚어준 참 고~마운 기사였다. 순식간에 '없는 걸'로  삼관왕을 안겨준 얄궂은 이 통계는 그 뒤로 잊고 살았는데 최근에 자료를 정리하다 내가 이 신문기사를 고이 간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돌이켜보니 그 이듬해 덜컥 아파트 분양을 질렀으니까 어디 박혀있는지도 몰랐던 이 기사가 암암리에 나를 움직이게 만든 것이

분명했다.






 내가 사십 대를 보내야 하는 세상은 (분야를 막론하고) 성공을 판단하는 척도의 1순위가 돈인 시대 에 있다.

 

 여기에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예상치 못한 질병의 유행과 돈을 풀어 재낀 국내외 정책의 영향으로 자산 가격이 요동치는 것을 목도한 많은 사람들이 돈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포모증후군은 남 얘기가 아닌 내 얘기고  코인, 영끌, 빚투라는 말도 신조어가 아닌 일상어가 되었다.  


 이번 여름 몸이 좀 허해진 것 같아 마트에 한우를 사러 갔던 적이 있었다. 살림을 하지 않아 장 보는 일이 흔치 않았던 나는 별생각 없이 카트에 소고기 말고도 이것저것 담아댔는데 계산하는 순간 현재 물가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아파트에 입주하면 중도금 대출 이자를 후불로 치러야 하고 첫 독립이라 온갖 살림살이도 다 사야 하는데 물가가 이 지경이라니. 지금은 내 돈에서 나가지 않는 전기세, 수도세 등의 관리비까지 생각이 뻗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혈혈단신인 나 하나를 입히고 먹이고 뉘이는 것에도 이 정도 돈이 드는데  아이까지 딸려있는 1983년생 기혼자 82.9 % 들이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자녀가 없는 대신 아이 못지않게 가고 싶고 보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이 많아서 교육비(?) 지출로는 결코 뒤지지 않긴 하다 ㅠㅠ)






 돈 때문에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건 젊을 때나 가능해 세컨드라이프마저 그렇게 살  없어하는 마음과 날이 갈수록 치솟는 의식주 비용에 나이 들수록 늘어나는 의료비는 어떻게 감당할래 하는 계산이 팽팽히 맞붙는다.


 매일 경제신문을 읽고 어떻게 해서든 월급을 조금 더 불려보고자 애를 쓴다. 퇴근 후와 주말에 내가 잘하고 재밌어하는 분야에 온갖 시간을 들이고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돈에 대해서 마흔의 내가 알고, 할 수 있는 건 일단 여기까지다. 10여 년 뒤 '내년 오십인데' 하는 통계에서 미래의 나는 어디에 속해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Better than your 루이비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