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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디 Apr 22. 2019

먹고사는 것과 제주도의 상관관계


후배 녀석이 여자 친구와 제주도로 떠났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결국 지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제주도에 친구와 가봤고, 가족과 가봤고, 심지어 혼자서도 가봤는데 애인과 함께 가본 적은 없다. 의도치 않게 두 번 졌다.





내가 제주도 땅을 처음 밟은 것은 서른이 넘어서였다.          갈 기회도 없었지만, 언제고 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제주도는 늘 여행 후보지에서 밀리고 밀렸던 것 같다. 지금은 늦된 제주도 방문을 몹시 후회할 정도로 제주도를 사랑하게 되었다. (우도의 땅콩 아이스크림, 동문 시장 오메기 떡, 제주 공항에 내리자마자 늘 첫 코스로 몸풀기하는 고기 국수 때문만은 아니다.)


 벌써 5년 전의 일이지만 처음 제주도에 갔을 때의 기억은 결코 잊을 수가 없다. 차를 '혼자' 렌트하고 '혼자' 운전하고 '혼자' 밥을 먹고 '혼자' 돌아다니는 내가 제법 '어른' 같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저 모든 일 중 별일이란 것은 단 하나도 없지만, 때만 해도 어렸었던 건지 이 모든 것을 혼자 다 한 나 자신이 대견했고 나 정말 다 크고야 말았구나 하며 감동했었다.


나름대로 저런 깜찍한 생각을 한 적도 있었는데,
불과 5년 사이에 대체 내게 뭔 일이 있었던 걸까.



엄마, 전 언제 어른이 되나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먹고사는 것에 대해서 국어와 영어와 수학을 배우듯이 배웠다면 어땠을까. 사실 배운다 한들 경험하기 전에는 그것이 어떤 것인지 감히 예측조차 못 했겠지만... 국·영·수 배우듯이 그렇게 오랜 시간 정성 다해 먹고사는 것에 대해 배웠다면 나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하는 그런 생각 말이다.







후배의 제주도 여행을 부러워하다가 너무 멀리 왔다.

이 모든 건 먹고사는 건 녹록지 않은데, 하필 오늘이 월요일이고, 하필 후배가 여자 친구랑 제주도에 갔기 때문이다.


나도 다음엔 애인이랑 꼭 제주도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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