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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로 Apr 29. 2020

사람을 사랑하는가, 사랑을 사랑하는가?

 어렸을 적에는 사랑이라는 운전을 함에 있어서, 아무 고민 없이 직진을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운전이 능숙하지 않은 탓에, 나를 위해 뚫려있던 직선 길이라면 쭉 뻗어나갔지만, 곡선 주로인 경우 부딪히거나 멈추게 되곤 했었다. 물론, 그때마다 얻었던 상처는 별도의 서비스였고. 하지만, 나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운전이 능숙해져 갔다. 이에 따라, 때로는 곡선주로도 능숙하게 운전할 수 있었고 브레이크나 액셀을 밟는 것에 대한 올바른 타이밍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어릴 적보다 운전을 하는 것 자체를 두렵고 망설이게 되곤 하였다.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비운전자 분들에게는 심심한 사과를 보내본다. 아까 운전을 하고 와서 그런지 운전과 사랑을 엮어서 비유를 만들어내고 싶었다. 자... 다시 돌아와서,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람을 만나는 것이 쉽지가 않다. 단순하게 눈이 높아졌다거나, 바라는 게 많다거나 하는 정도 수준이면 오히려 해결이 쉽다. 하지만 난 그와는 좀 결이 다른 것을 바라고 있는것 같다. 사랑을 사랑하는 것이 아닌, 사람을 사랑하는 . 그리고 그에 걸맞은 사람을 찾는 것이 현재 나의 지상과제이다.


 대부분의 나의 연애는 사랑을 사랑하는 것에 치중해왔었다 ‘사랑은 삶을 풍족하게 만들어 주는 것, 이는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구름위를 떠다니는 듯한 행복을 만들어 줄 것이다.’ 이 말을 신봉하며, 말 그대로 사랑을 사랑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사람은 1순위가 아니었다.


이러한 개똥철학의 결론은 명확했다. 구름이 흩어지듯 즐거움이 시들어지자 마자, 사랑을 사랑하는 것도 지쳐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냉정하게도 지침은 사랑과 어울리지 않기에, 이별이란 단어로 그 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보통의 결론이었다.


 다양한 관계를 포기하고 / 포기당하면서 어떻게 하면 지속적인 사랑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 고민했다. 장기간 예쁘게 연애를 하는 커플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오랜 기간 사랑을 유지해나갈 수 있을까. 그리고 또한 결혼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한참 동안이나 답을 찾지 못했었다. 그러던 중 이제는 구태의연한 비유 그대로, 니체의 아포리즘에서 한줄기 빛을 찾게 되었다.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과는 완전히 정반대의 삶을 사는 사람을 그 상태 그대로, 자신과는 반대의 감성을 가진 사람을 그 감성 그대로 기뻐하는 것이다. 사랑을 이용하여 두 사람의 차이를 메우거나 어느 한쪽을 움츠러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 모두 있는 그대로 기뻐하는 것이 사랑이다.

니체 _ 방랑자와 그 그림자


 문장으로 뒤통수를 맞는다면 이런 기분일까? 머리가 얼얼해질 정도였다. 수십, 수백 번 문장을 되읽으며 다시금 생각을 정리해나가기 시작했다. 여태까지의 나의 사랑은 상대방이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게끔 하는 사랑이었던 것 같다. 물론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 건 어렵기에, 애초에 최대한 비슷한 사람을 만나려 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러한 경우에도 80%의 사람을 99%의 사람으로 변모시키기 위해 이기심을 부렸었다. 그리고 그 이기심에 대한 변명으로 나 또한 상대방을 위해 변모해가는 것 이 나의 연애방식이었다.


 상대방을 변모시키려 하는 것, 그 자체가 실수였다. 80% 사람을 99%로 만드는 것이 아닌, 그 80%를 99%라고 생각하도록 나 자신을 바꾸어야 했다. 진정 바뀌어야 하는 것은 상대방이 아닌, 나 자신이었다. 그리고, 변명 또한 그만해야 했다. 상대방이 내가 변모해나가는 걸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행동한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사랑을 사랑하기 위한, 이기심에 발로였다.


 어떤 사람을 만약 사랑한다면,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야 한다. 사랑하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이나, 내 만족대로 변해가는 상대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고 말이다.


 물론, 이렇게 생각은 변화되었지만 여전히 사랑은 쉽지가 않다. 상대의 세계를 그대로 받아들일 만큼 매력적인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것은 동일한 과제이기에 그런 건지, 더 깨달아야 할 것이 있어서 그런 건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언젠가 기회가 반드시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각만으로도 빛나는 그 날. 나에게는 너무나 과분한 사람, 단점조차 아름다운 사람.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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