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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커뮤니티'
혹은
'소통'과 '공감'
이라는 그럴듯한 단어
이는 마치
어둡고 그늘진 곳이
밝고 화창하게 공개되어 그 안에서
신선하고 긍정적인 것이 탄생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신세계 혹은 광명이 도래할 것처럼...
하지만 사실
그것은 그렇게 도덕적인 뜻이 아니라
알고 보면
당신의 존재를 노출하라는 뜻이고
공개하라는 의미이며
드러내라는 것.
그런데
이러한 '소통'이나 '공감'의 구호는 누가 외치는가
개인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거대기업들 그리고
개인들의 '표'와 '관심'을 노리는
정치조직이나 인플루언서들이다.
나 자신조차도 잘 모르는 나의 프로필을 작성하고
난생 알지도 못하는 무수한 친구를 추가하면서
하루 종일 SNS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내가 마치 열린 세상에 온 것 같은가?
아니다
거대 기업들이 깔아놓은 소비의 덫에 걸려서
알게 모르게 저지른 충동구매로
나의 통장은 조금씩 털리고 있고
정치조직이 만들어놓은 선전 선동,
그리고
인플루언서들이 낚시질하는 눈요기 때문에
좋아요나 공감 버튼만 누르게 된다
그러면 그 뒤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줄어든 자산과
타인과의 비교에서 패배한 박탈감
그리고 하루 종일 디지털 화면에 노출된
정신적 피곤함과 허무함 뿐일 것이다
소통과 공감을 외쳐대는 스마트폰의 중독성과
FOMO를 악용한 인터넷 미디어 때문에
단 몇 초라도 놓치지 않고
폰을 들여다보아야 할 것 같은 착각이 들지만
그것은 마치 목이 마를 때
허겁지겁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 같아서
마시면 마실수록 더 목마르게 되어 있고
들여다 보면 들여다 볼수록
계속 더 들여다볼 수 밖에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렇다면 과연 들여다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그것이 당신을 거꾸로 들여다 본다는 뜻이다
당신을 관찰하고 파악하고 결론 내어
먹기 좋게 요리한다는 뜻이다
'선악의 저편'에서 니체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심연을 오랫동안 쳐다보고 있으면,
오히려 심연이 당신을 쳐다보게 될 것이다.
이쯤 되었다면 이제는...
소통과 공감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스마트폰이라는 그야말로 스마트~한 족쇄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는 뜻
봐도 봐도 끝이 없이 쇼츠와 릴스의 쳇바퀴는
더욱 짧은 시간 속에서 계속 쳇바퀴질하게 만든다
어지럼증으로 그 쳇바퀴에서 내려오면
그 즉시 다시 올라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시간을 단축하는 장치들이라는 것은
결국 불쾌한 방식으로 속도만 빠르게 하여
이전보다 더욱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도록 만든다는
카를 융의 충고는
지금 쇼츠와 릴스로 대변되는 단축가속의 시대의
씁쓸한 자화상으로 다가온다.
지금 이 시대의 소통과 공감은
내가 볼 때, 진정한 소통과 공감이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목적이고
나 자신이 하나의 도구로 전락하는 상술이다
그 도구는 너무도 정교하여
더욱 시간이 없는 듯 갈급하게 만들며
자기 스스로를 채찍질하도록 하여
저절로 쳇바퀴로 기어 올라가도록 만든다
지금 이 시대는
과거 성현들이 기품으로 가꾸어놓은 단어조차
자신의 이익에 맞도록 변형하고 가공되어
경제적 착취와 정치적 폭력의 도구로 전락해버렸다
소통과 공감이라는 단어조차
그렇게 나락으로 빠질 줄이야...
그러므로 나는 과감하게 말한다
이제는 거짓된 소통과 공감에서 벗어나라
그 모든 미디어와 SNS, 인터넷에서 벗어나라
당신의 책장에 오랫동안 방치되어 먼지 쌓인
지식인들의 종이 책을 펼치라
가벼운 나무로 만들어진 연필을 들고
두꺼운 도화지를 꺼내어 자신만의 스케치를 하라
선이 그어지는 마찰감을 느끼며 그 소리를 들으라
그러고는 아무런 생각도 잡념도 없이
멍하게 하늘을 쳐다보라
새가 날아가거든 마음속으로 행로를 물어라
집 안의 모든 휴대기기의 전원버튼을 끄고
무모할 정도로 느린 호흡을 하라
잠시 눈을 감으라
그리고
눈으로는 안 보이는 것들을 보도록 노력하라
타인과 소통하지 말라
그대 자신과 소통하라
그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보라
그대 자신이 무엇을 싫어하는지 들어보라
모르는 사람에게 함부로 공감하지 말라
그대 자신의 슬픔에 공감하라
그대 자신의 기억과 회한에 한 표를 주라
그대 자신의 통증을 어루만지고 위로해 주라
어느 날,
햇살이 비치는 것을 확인하였다면
느린 걸음으로 골목으로 나아가
작은 구멍가게로 들어간 후
며칠 전 보았던 주인에게 눈인사를 건네라
그러고는 별다른 뜻도 없어 보일 정도의
심심한 안부를 물어라
나오면서 그 사람의 오늘 하루의 평안을 기도하라
그리고 나 자신의 평안을 구하라
사람 냄새를 맡으라
얼굴 속 굴곡진 주름을 기억하라
모든 위선과 가림막을 걷어내라
가려진 자의 운명과
가린 자의 오명을 구분하라
갈급함의 유혹을 피하라
느릴수록 켜켜이 쌓이는 것을 확인하라
침대에 몸을 눕히고 잠들기 전
미소를 지으며 자기 자신에게 칭찬하라
오늘 하루를 감사하라
내일은 더 나을 것이라고 희망하라
천천히
아주 천천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