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강요

by 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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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은

삶을 하나의 시장처럼 생각하는데서 기인한다


하루가 하나의 진열장이고

하루가 하나의 상품이 된다

그리하여

어느 하루는 높은 값을 받아서 기분이 좋은 것이고

어느 하루는 높은 리뷰를 받아서 기분이 좋은 것이다

사람의 일상은 상품의 가격과 타인의 평가로 채점된다.


그것은 또한

마치 유명한 여행지들을

정해진 시간 내에 모두 관람해야 하는 듯한 초조함에 기반한다.

그러한 여행은 머무름의 사색을 허락하지 않고

이동과 떠남의 수치적 기록만을 추구한다


그 무엇이 당신을 억지로 행복해야 하도록 떠미는가

그것은 아마도

당신이 과거 행복을 누려보지 못했다는 기억일 수 있다

그리하였으니 밀렸던 행복을 되찾고

모두 회복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덮친다

그러므로 행복은 하나의 저당이자 밀린 이자로 둔갑한다


감정, 기억, 행복 그리고 심지어 고통조차도

하나의 사물, 혹은 계산할 수 있는 숫자로 환원된다면

행복은 느껴야 할 것이 아니라

거래하고 소비해야 할 것으로 변모한다


그리하여 그것이 인스타그램 속에서

누군가의 자상하고 유장한 댓글대신

좋아요의 숫자와 팔로워의 숫자로만 표현된다면

행복이라는 것은

누려지는 것이 아니라

기록되고 측정되는 것으로만 남게 되는 것이다


행복은 진열장 속에 담을 수 없다

계산기로 두드려 파악할 수 없다

거래가 불가능하고

소비가 무의미하다


행복해지고 싶은가?

그러면 행복해지고 싶은 강박에서 벗어나라


행복에서 멀어지면

비로소

그 때 행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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