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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규인 May 29. 2024

나만 아는 걸레질

살림 일기

가정주부로 지낸 지 십 년이 훌쩍 넘었다. 시간이 흐르면 능력이 쌓여 집안일을 척척 잘 해내게 될 줄 알았으나, 나는 여전히 초보 주부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저질 체력 덕분에 집 전체를 청소기 돌리려면 중간에 쉬었었는데, 그나마 이제는 한 번에 돌릴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그나마 나아졌다고 할 수 있으려나. 아무튼 집안일에 젬병인 나는 남편의 도움으로 근근이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 평일에 집안일은 오로시 나의 몫이지만, 주말에 남편은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고, 설거지도 한다.


그나마 요즘 이상하게 집착하게 된 집안일이 생겼는데 바로 걸레질이다. 헌 수건들을 새 수건으로 교체한 시점이었다. 기존에 쓰던 수건들을 어디에 쓸까 하다가 삼등분해서 걸레봉에 끼워 온 집안 바닥에 밀고 다니기 시작했다. 젖은 걸레는 힘을 줘야 하기에 힘드니 마른 채로 한다. 하루에 두 번씩 닦는데도 무슨 먼지가 이렇게 많이 나오는 건지 의아하다. 하루에 한 번씩 로봇 청소기로 물걸레질을 하고, 낮 시간에는 주로 나 혼자 시간을 보내는데도 말이다.


로봇 청소기의 도움을 받은 반쪽 짜리 걸레질이긴 하지만 오늘도 걸레질 루틴을 마쳤다. 숨을 돌리고 차 한잔 들고 식탁에 앉아서 글을 쓴다. 햇살에  잠겨 반짝이는 마룻바닥을 보고 있으려니 내 마음도 반짝이는 듯하다. 발에 닿는 촉감이 끈적이지 않고 보송보송하다. 이 맛에 걸레질은 당분간 계속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집안일은 왜 해도 티가 잘 나지 않는 걸까. 덕분에 아직까지 매일 행복을 느끼는 걸레질은 나만 아는 비밀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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