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바지가 흘러내렸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시간이 지나면 제 모습을 잃고 변하게 마련이다. 그것이 사물이건 사람이건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이건 간에... 고무줄도 시간이 지나면 힘이 빠진다. 쫀쫀했던 탄성이 빠지면 늘어지고 만다. 걸으면서 몇 번을 추켜올리다가 영 불편하여 집에 오는 길에 다이소에 들렀다. 전에 엄마가 고무줄을 사서 끼우면 새 바지처럼 된다는 말이 떠올랐다. 고무줄을 끼워 넣는 대신 새로 바지를 구입하곤 했는데, 이 바지만큼은 너무 편한 나머지 내 곁에 오래도록 두고 싶었다.
다이소에서 사 온 고무줄 세트에는 고무줄과 기다란 고무줄 끼우는 바늘이 함께 동봉되어 있었다. 커다란 바늘귀에 고무줄을 동여매고 바지 허리춤에 끼워 넣었다. 허리 한 바퀴를 빙 둘러 빼고 풀어지지 않게 단단히 묶었다. 바지 허리가 2-3인치 줄어들어 보였다. 재빨리 입어보았다. 오, 더 이상 흘러내리지 않았다. 집에 있는 실내복 바지들을 꺼내왔다. 대부분 고무줄이 들어있는 옷들이었다. 고무줄을 한 줄씩 넣어주었다. 그래도 고무줄은 잔뜩 남았다. 앞으로 몇 년은 거뜬할듯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시간이 흐르면 늘어지는 관계가 있다. 하지만 인간관계 속의 늘어짐은 바지 고무줄처럼 항상 쫀쫀한 상태로 만들 필요는 없는 듯하다. 한때는 비슷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지낼 때는 가깝다가도, 각자의 길을 걸을 때는 좀 떨어져서 지내기도 하고, 또다시 가까워지기도 멀어지기도 하면 되니까.
대신 시간이 너무 흘러버리면 고무줄은 삭아서 끊어지기도 한다. 긴 시간 동안 소원했지만 다시 가까워지고 싶은 이가 있다면 살짝 당겨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