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과의 가족들
컴퓨터에서 '새 폴더'를 자동 생성했더니 자꾸 새 이름이 튀어나와 난감했던 적이 있습니다. '알집' 프로그램 때문인데 뻐꾸기, 딱따구리, 직박구리, 논병아리 등 자동으로 새 이름이 만들어져 급하게 비밀스러운 파일을 숨기기에 좋고 새 부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요. 그러다 보니 직박구리의 계보는 어디쯤인지 알리 없고 오해로 가득 차서 생김새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수렵면허시험을 준비하면서 보니 직박구리는 참새목 직박구리 과에 속하는 새로 참새보다 체급이 훨씬 크고 개체수로도 압도적입니다. 참새가 "짹짹짹' 귀여움이 느껴진다면 직박구리는 비둘기의 2/3 정도의 사이즈로 "삐삐삐삐' 우는 소리가 무척이나 시끄럽습니다. 직박구리의 어원도 '시끄럽게 우는 새'라는 의미입니다. 주택으로 이사 오면서 아침마다 새소리에 잠을 깨고는 해서 당연 참새인 줄 알았는데 수다스러운 직박구리였습니다. 직박구리는 가로수의 꽃과 열매를 따먹으면서 달달한 꿀도 좋아하지요. 참새는 여름에는 해충을 잡아먹고 가을에는 쌀알까지도 쪼아 먹는 터라 벼농사를 짓던 때에는 식량이 부족해서 유해조류로 여겨 사냥이 가능했습니다.
사격술에서 새들이 나뭇가지에 일렬로 가지런히 앉아있을 때 백발백중으로 모두 잡을 수 있습니다. 총알이 빗나가면 소리에 놀라 '푸드덕' 날아오릅니다. 하지만 명중했을 때에는 '폭'하고 소리가 납니다. 옆의 새들은 볼일을 보는지 그르릉 거리는 소리인지 분간할 수 없지요. 명사수는 새가 상하로 앉아있을 때는 아래쪽에 앉은 새들부터 차례로 쏘아 감쪽같이 떨어뜨릴 수 있다고 합니다. 꾀꼬리는 참새 목 꾀꼬리 과에 속하는 새로 인도차이나 반도나 동남아 등 열대지방에서 겨울을 나고 봄이면 우리나라로 날아오는 여름 철새입니다. <황조가>로 널리 알려져 고대가요에도 자주 등장하는 이 녀석은 황금빛과 검은색의 대비가 아주 화려하지요. 서울시 보호 야생동물로 2015년 지정되었습니다. "꾀꼴꾀꼴" 곱고 아름답게 목청을 높여 웁니다. '꾀를 부리는 새'라는 뜻으로 이름 지어졌고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새입니다. 그러고 보니 조용필의 노래 <못 찾겠다 꾀꼬리>에서 "꾀꼬리 꾀꼬리 꾀꼬리~"라고 하울링 하는 가왕의 목소리를 다시 들으니 꾀꼬리 울음소리와 무척 잘 어울립니다.
翩翩黃鳥 펄펄 나는 꾀꼬리는
雌雄相依 암수가 서로 정다운데
念我之獨 외로운 이내 몸은
誰其與歸 뉘와 함께 돌아가리
- 황조가 <삼국사기> 13권 고구려본기 1, 유리왕 지음
원래 자연에서 새들은 둥지를 만들 때 마른 나뭇가지나 풀뿌리 등으로 골조를 만들고 동물의 깃털을 모아서 쿠션으로 사용합니다. 가늘지만 튼튼한 거미줄로 나뭇가지에 엮어 달아맵니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그런 재료들이 흔하지 않아 요즘에는 비닐이나 플라스틱 조각으로 만든 둥지가 흔히 발견되고 있다는 사실에 참 마음이 아픕니다. 직박구리는 덩치가 있다 보니 가로수 높은 나뭇가지에 둥지를 트는 반면에 작은 참새는 처마밑에 둥지를 틀어야 하는데 도시의 거주형태가 고층아파트가 대부분이라 결국 서식지를 농촌으로 옮기는 처지가 되어버렸죠. 직박구리는 현재 서울에서 비둘기보다도 개체수가 많은 새입니다. 원인으로는 공원이나 화단에 유실수를 집중적으로 심다 보니 먹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서 천국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조경을 하면서 이왕이면 열매가 있는 산수유, 벚나무, 모과나무, 감나무, 은행나무 등 과실수를 선호했는데 인간의 선택으로 참새가 사라지고 있다니 반성해야 하겠습니다.
일본어 표현 중에서 '스즈메노 나미다 (すずめの淚; 참새의 눈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어로 풀자면 '병아리 눈물만큼'에 아주 작은 양을 가리키는 말에 해당하겠고요. 동명의 엔카 노래도 있고, 최근 국내에서
개봉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에서는 배경음악으로 쓰였습니다. 물론 영화에서 '스즈메'는 참새가 아니라 소녀 주인공의 이름입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참새고기, 알, 뇌의 효능에 대해 언급하고 있으니 귀한 몸이 분명합니다. 야생참새는 수명이 3~4년에 불과하고 부화 1년 전후로 생존율이 매우 낮은 편입니다. 반면 사육상태로 곱게 길러진 참새는 다른 참새목에 속한 조류들처럼 6~16년을 산다고 합니다. 과거 포장마차에 참새구이 메뉴가 있었는데 점차 개체수가 줄어서 지금은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추억이 되어버렸죠. 일부에서는 불법으로 잡은 멧새나 메추라기로 속이는 일도 허다하다고 합니다. 불현듯 양계장이나 오리농장이 아니라 귀농해서 <약이 되는 참새농장>을 하고 싶어지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