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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법 앞에서 01화

진실이 드러나는 윤달

by YJ
2025년 7월 25일 윤달이 시작되었다


언젠가부터 양력이 아닌 음력을 보기 시작했다. 양력과 달리 음력은 신기하리만큼 바이오리듬에도 잘 들어맞는다. 어제 윤달이 시작되면서 어떤 기운을 감지했다. 예로부터 윤달은 24 절기에서 벗어난 틈새시간으로 '귀신도 쉬어가는 손 없는 기간'이라고 했다. 묵은 책장이 한 장 넘겨지듯, 일의 흐름이 달라졌다. 날씨는 하루 전과 다름없었지만, 운이 바뀌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서울중앙지검에 최초 고소장을 제출했는데 종로경찰서로 이송되어 다시 서울경찰청에 계류 중이던 한 사건은 ‘피의자 특정 불가’로 수사중지 처분을 받았다. 고소인으로서 두 번이나 출석해서 피해진술을 했는데 영장을 청구하려면 검사와 판사를 설득해야 하는데 이게 도대체 쉽지 않았다. 경찰에서는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는데, 검사도 재설득을 거쳐 죄가 된다고 판단했는데, 판사가 죄가 안된다며 두 차례 영장을 기각했다. 법이 나일론인지 감정이 복잡해졌다. '수사중지'라 나중이라도 다른 증거가 나오면 범인을 잡을 수 있다고 담당 수사관은 심심한 위로를 했다. 한편에서는 끝났고, 다른 한편에서는 시작이었다.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에서는 또 다른 사건, 전직 대통령을 상대로 한 집단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나왔다. 나는 스마트폰 화면을 응시했다. 알림 창에 뜬 판결문자를 읽으며, 몇 해 전 기억이 떠올랐다. 휴대전화 성능저하 집단소송에서 다수의 사용자가 문제를 제기했지만, 법원은 결국 대기업의 손을 들어주었다. 나는 그날의 패배를 오래도록 기억했기에 다시 소송을 하기 꺼려졌다. 법에 대해 느꼈던 실망과 무력감이, 오늘 판결에 희석되면서 떠올랐다. 그리고 또 내란 관련 사건 두 건이 ‘특검 송치’로 이송되었다. 이 나라에서 살면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문구였다. 그래도 대한민국엔 아직 희망이 있구나! 내 이름이 적힌 우편물이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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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일본에서 작가 데뷔해 미국, 독일, 중국 등 글로벌 기획자로 활동했습니다. 구독은 하고 댓글을 쓰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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