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중학생의 코로나 일기

설마 걸리겠어? 혹시 걸렸으면?

by 이동수

“일어나 학교 가!” 폭발 직전 엄마 말을 대여섯 번을 넘게 들으며 버티고 버티다 침대에서 겨우 내려왔다. 엄만 아침부터 왜 저렇게 화를 내는 걸까? 내가 어련히 알아서 할까. 그나저나 오늘따라 몸이 더 무겁다.


코로나로 계속 학교에 가지 못하다 오랜만에 학교에 갈 수 있게 된 지난주 월요일에는 친구들과 선생님 만날 생각에 엄마의 말을 듣자마자 일어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며칠뿐이었다. 매일매일 가다 보니 오늘처럼 엄마가 악을 쓰며 깨워야 겨우 일어나는 예전으로 돌아가 버렸다.


엄마의 잔소리는 이빨을 닦고 세수하는 동안에도 쏟아졌다. 엄마의 잔소리는 얼마 전 학교생활 문제로 담임선생님의 전화가 온 이후 부쩍 더 심해진 것 같다. 담임선생님께서는 내가 수업시간 집중도 못하는 것 같고, 쉬는 시간엔 마스크도 제대로 안 쓰고 이 반 저 반 돌아다니며 놀기만 해 걱정이라고 하셨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원격 수업을 하다 정상 수업을 하니 뭔가 어색하고... 하여간 집중이 잘 안 된다. 얼마 전엔 수업시간에 핸드폰을 하다 영어 선생님에게 걸려 혼나기까지 했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엄마가 잔소리할 때는 가만히 있는 게 최고다. 괜히 대구 하면 잔소리는 더 길어질 뿐이다. 그저 “알았어. 알았다니까.”로 적당히 넘기는 것이 최선이다. 밥 먹고 가라는 엄마의 말에 “늦었어.”라고 대답하고 집을 나오는데, 엄마가 따라 나오며 마스크 쓰고 가라며 마스크를 주었다. 효과도 없는 마스크를 왜 쓰라고 하는지... 어쩔 수 없이 받아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려니 엘리베이터 안에 사람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아직 마스크를 쓰지 않은 나를 경계하는 눈빛에 마지못해 마스크를 썼다.


늦었다고 하고 집을 나왔지만 난 학교로 바로 가지 않고 늘 그렇듯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학교 앞 편의점으로 갔다. 편의점 유리문에 붙은 ‘자신과 다른 사람의 건강을 위해 마스크 착용을 부탁드린다.’는 문구는 간단히 턱스크로 패스했다. 마스크를 벗고 빵을 먹고 음료수를 마시며 신나게 떠드는데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조용히 해달라 했다. 우린 기분이 상해 편의점을 나와 버렸다.


오늘도 등교 지도 선생님이 서서 마스크 똑바로 쓰고, 신체 접촉하지 말고 생활하자고 하셨다. 저 선생님도 매일같이 고생이다 싶었다. 매일 같이 고생하시는 선생님을 봐서 대충 썼던 마스크를 코끝까지 올려 썼다. 난 참 착한 학생이다.


열 체크 카메라 앞에서 보건 선생님이 자가진단을 했는지 학생들 핸드폰을 확인하고 있다. 안 했는데... 등교할 때 매일 확인하는 데 매일 잊어버리는 나도 참 대단하다 싶었다. 부랴부랴 데이터를 켜고 읽어보지도 않고 습관적으로 체크를 하고 자가진단 결과를 선생님에게 보여 드리고 통과했다. 열 체크 카메라를 지나니 내 체온이 34.5도로 나왔다. 보건 선생님은 기온이 많이 내려간 밖에 있다 오면 그렇다고 하시며 들어가라고 하셨다. 그러고 보니 나 말고도 많은 아이들 체온이 낮게 나오고 있었다.


교실에 가니 담임선생님이 체온 체크를 하고 있었다. 뭘 두 번씩이나 하나 속으로 투덜거리다 내 차례가 되어 머리를 내미니 담임선생님은 37도라고 다시 한번 재자고 하셨다. 5분 정도 있다 다시 재니 역시 37도였다.


“○○아, 열이 좀 있구나. 기침이 나거나... 어디 아픈 데 있니?”

“아뇨, 선생님 괜찮은데요. 저 안 아파요.”

“그래, 그럼 3교시쯤 다시 한번 재보자. 그전에라도 수업받다 조금이라도 아프면 보건실 가야 해. 알았니?”

“네. 그렇게 할게요.”


사실 어제부터 기침이 나긴 했지만, 사실대로 말하면 코로나도 아닌데 엄마한테 연락하고, 소독하고, 병원 가고... 여러 귀찮은 일이 벌어질까 아니라고 했었다.


마스크를 쓰고도 쉬지 않고 열정적으로 수업하시는 모습에 차마 딴짓을 할 수 없어 나름으로 열심히 수업을 들으려는데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자꾸 졸음이 쏟아졌다. 졸음도 깰 겸 여러 반을 돌아다니며 큰소리로 친구를 불러내 떠들고 치고받고 복도를 뛰어다녔다. 그러다 선생님에게 걸려 혼났지만 선생님을 피해 계속 장난을 치며 돌아다녔다. 뭔가 살아 있는 것 같고 졸음도 싹 가셨다. 주위를 둘러보니 역시 선생님 말 잘 듣는 아이들은 마스크도 잘 쓰고 신체 접촉도 자제하는 게 눈에 보였다. 저런다고 코로나 안 걸리나...


3교시 끝나고 담임선생님에게 가 열 체크를 했더니 계속 37도였다. 담임선생님은 일단 더 지켜보자고 하셨다. 왜 안 떨어지지 슬슬 걱정됐지만 신나게 뛰어다녀서 그러겠지, 설마 코로나겠어했다.


점심시간 식당으로 가려면 또 한 번 발열 체크를 위해 중앙현관을 지나가야 한다. 몸도 안 좋고 귀찮기도 해서 굶기로 했다. 밥을 먹으러 가지 않고 앉아 있는데 친구가 물었다.


“너 밥 안 먹어?”

“응, 안 먹을래? 너나 가서 먹어. 콜록”

“오늘 돈가스던데... 왜 안 먹어?”

“그래? 몸도 안 좋고 그냥 안 먹을래. 콜록콜록”

“기침도 하네. 너 혹시 코로나 걸린 거 아냐?”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안 꺼져.”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지만 왠지 몸 상태가 안 좋았다. 정말 친구 놈 말대로 혹시 코로나 걸렸으면 어쩌나 싶었다. 엄마, 아버지, 그리고 지난주 병원에 입원하셨던 할머니에게 옮겼으면 어떻게 하지? 내 친구 놈들은, 선생님들은... 겁이 덜컥 난다. 성남 △△중학교와 포천 무슨 초등학교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와서 전체 학생과 선생님들을 전부 검사한다는 뉴스가 떠올랐다. 안 되겠다 싶어 보건실에 가서 보건 선생님에게 열이 37 도고 기침이 자꾸 난다고 하니 선생님은 혹시 모르니 바로 병원에 가라고 하셨다.


보건 선생님의 연락을 받은 엄마가 울상이 돼서 학교로 왔다. 엄마는 감기일 거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난 걱정돼 죽을 거 같았다. 병원에 도착하니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여러 명 있었다. 모두 잔뜩 겁먹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 검사를 기다리며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특히, 귀찮다고 마스크 안 쓰고 돌아다닌 것이 너무 후회가 되었다. 설마 내가 걸리겠어라고 생각했던 내가 너무 한심했다. 이번에 코로나가 아니기만 하면 앞으로는 선생님과 부모님 말씀대로 모든 방역지침을 꼭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지옥 같은 시간이 지나고 잠시 후 다시 체온을 재니 36.8도다. 조금 떨어졌다. 얼마나 기뻤는지. 의사 선생님은 콧물감기인데 혹시 모르니 약을 먹고도 열이 계속 37.5도가 넘으면 그때 선별 진료소로 가라고 하셨다. 일단 코로나가 아니라니 너무너무 기뻤다. 엄마도 그제야 활짝 웃었다.


혹시 몰라 집에 와서도 마스크 쓰고 내 방에서 꼼짝도 안 하고 있었다. 밥도 따로 먹었다. 새삼스레 가족과 같이 밥 먹고, 같이 텔레비전을 보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깨달았다. 그나저나 난 그냥 감기겠지. 불안하다. 내일은 정상이 돼서 학교에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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