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내 편
‘3년 반...’
1분이라도 더 버티려던 잠자리에서 억지로 일어나며 나를 달랠 때,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쉽게 받아들여지는 것을 볼 때, 같이 분노했던 사람들이 현실적인 이유로 무기력하게 물러설 때 그리고 그렇게 그들 중 하나가 된 ‘나’를 마주할 때, 눈에 빤히 보이는 거짓말을 반복적으로 하는 아이들을 볼 때, 학교에 대한 피해 의식과 자신과 자식에 대한 존중만으로 가득 차 선생님 앞에서 마구잡이 배설(?)을 하는 학부모들을 볼 때... 언제부터인지 나도 모르게 내 입에 붙은 말이다.
몇 년 전 명예퇴직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 주변에 많은 사람들은 ‘정년이 보장된 교사 생활을 그만둔다고?’, ‘더 하고 싶어도 쫓겨나는 회사원들을 봐. 복에 겨운 소리 하지 말고 감사하며 다녀.’, ‘아이들 학비, 결혼 비용, 생활비... 돈 들어갈 일이 얼마나 많은데... ’라며 내 계획을 세상 물정 모르는 철없는 소리로 단정하고 나의 퇴직 계획의 철없음을 비난했다. 설령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퇴직하면 할 일 있어. 지금 힘드니까 아무 계획 없이 그만두는 건 아닌 것 같아.’, ‘할 일 없이 시간 보내는 건 만큼 사람을 망치는 일은 없는 거 같아.’, ‘꼭 경제적인 이유 아니더라도 건강과 자존감을 위해서라도 할 일을 꼭 있어야 하는 것 같아.’라며 농도만 다르지 내 계획을 비난하는 것은 같았다. 물론 그들 중 몇몇은 퇴직에 대한 내 의지를 확인한 후 퇴직 후 할 일을 마련해 두는 것을 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무튼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 내 주변 모든 사람들이 내 명예퇴직에 반대했다. 지금도 그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누구보다 든든하게 지원하고 응원해주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 ‘아내’다. 몇 년 전 조심스레 퇴직 이야기를 꺼냈을 때 아내는
“그래, 당신 하고 싶은 데로 해.”
“정말? 나 그만둬도 돼? 우리 돈 들어갈 일도 많잖아. 노후 대비도 전혀 돼 있지 않고...”
“응, 진짜야. 당신이 얼마나 고생했는지는 내가 잘 알아. 그만두고 당신이 하고 싶은 일 했으면 좋겠어. 돈? 언제는 있었나? 뭐 어떻게든 되겠지.”
당연히 반대, 최소한 걱정할 것이라 예상했는 데... 나의 고달픔을 인정하고 더욱이 지지까지 해 주다니... 나는 순간 울컥했다. 사실 아내가 반대한다면 내 계획은 말 그대로 계획일 뿐이었다. 퇴직하고 뭔가 새로운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은 컸다. 그렇다고 아내를 나에게 맞추려던 내가 아내에게 나를 맞추는 것이 편하고 좋은 것이라는 것을 아는 나이가 돼서인지는 몰라도 아내와 싸우면서까지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아무튼 아내의 찬성은 예상하지 못했고 그만큼 고마웠다.
아내의 지지를 얻었지만 퇴직 준비는 전혀 돼 있지 않았다. 중요한 결정인 만큼 경제적인 문제, 여가 시간 활용 등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최소한의 준비는 해야 했다. 막막했다. 뭐 부터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