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

by 이동수

길 옆 꽃들도 모른 체하고

내 볼을 간지럽히는 바람도 못 본 척하고

시골 아가씨의 미소도 못 들은 척하고

그냥 걷고 싶다.


흐르는 물을 따라 몸을 담가 구름과 친구하고

구름 속 수줍은 별은 내 옆구리에 끼고

술 한 잔 기울이고

그냥 그렇게 걷고 싶다.



모세가 되려나?

심청이가 되려나?

오누이처럼 해와 달이 되려나?

로빈슨 크루소, 걸리버?

이도 저도 아니면 물고기 밥이 되려나?


아무튼 뭐든 되겠지?

걷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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