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분투기(6)
잔뜩 긴장해서 다른 사안을 처리하고 있는데 옆 학교 학교폭력 책임교사 선생님으로부터 학교폭력 신고가 들어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왜 힘든 일은 한꺼번에 오는지... 하나도 힘든 데...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숨 한 번 크게 쉬고 사안 접수를 받았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자신보다 어린 옆 학교 학생을 으슥한 곳으로 불러내 욕을 했다는 것이다. 다행히 때리지는 않았지만, 상급생 여러 명이 하급생 한 명을 위협한 것은 분명 문제라고 학부모가 학교에 신고했다고 했다.
난 신체적 폭력 행위는 없었다는 말에 안도했다. 하지만 곧 아이들의 이름을 듣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아이들은 내가 한두 달쯤 전에 옆 학교에 데리고 가 피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던 아이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나하고 다시는 안 한다고 했는데... 그것도 한 학기도 지나기 전에 또 그랬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심한 배신감이 들었다.
전화를 끊고 아이들을 불러 조사할까 하다 하지 않았다. 먼저 내 감정부터 다스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안 좋은 감정으로 만나면 아이들은 자신을 감추거나, 때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공격성을 띠기도 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바왔기 때문이었다. 내 감정의 배설이 아니라 바람직한 문제 해결을 위해선 아이들을 불러 조사하기 전에 최대한 감정을 삭혀야 했다.
학생부실을 나와 운동장을 걸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내가 너무 성급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옆 학교 선생님이 정확히 조사했겠지만, 난 아직 아이들에게 실제로 그랬는지 확인도 하지 않았으며, 또 왜 그랬는지, 어떠한 사정이 있었는지 묻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저 또 그랬다고 단정하고... 그래 놓고 아이들이 나를 ‘배신’했다고 탓하기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수업 종료 후 두 아이를 불렀다. 선생님이 왜 부르는지도 모르고 그저 오라니까 해맑게 웃으며 학생부실로 들어서는 아이들을 보자 슬그머니 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가 아무 말 없이 자신들을 보자 아이들은 지레 겁을 먹고 금세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이들의 위축된 모습을 보며 난 아직도 수양이 부족하구나 자책했다.
“○○아, □□아, 너희들 ◇◇중 아이 불러서 뭐라 했니?”
“... 네... 선생님, 걔가 지보다 선배인 제 친구한테 욕을 먼저 했어요.”
“그렇다고 너희들보다 어린아이를 여러 명이 불러서 뭐라 하면 그 아이는 무서웠지 않을까?”
“그래도 저번에 선생님이 절대로 때리지 말라고 해서 안 때리고 말로만 했어요.”
“그래 그건 정말 잘했다.”
때리지 않고 말로만 한 것을 선생님과의 약속을 지킨 것으로 생각하는 ○○이를 보며 내가 너무 막연하게 지도했구나. 또 지난번 일 있고서 등교하는 날이 적다는 핑계로 아이에 대한 지도를 소홀히 했구나, 좀 더 세심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지도했다면 오늘 같은 일은 없었을 텐데... 후회스러웠다.
조사를 마치고 며칠 후 아이들을 데리고 옆 학교에 피해 학생 학부모에게 사과와 다짐을 하러 갔다. 창피했다. 언제까지 이래야 되나 싶었다. 그런데 이번이 끝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지금처럼 해선 또 이런 일이 생길 것 같았다. 그동안 나는 일이 터지면 아이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게 하고, 다시는 안 그런다는 약속을 받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교육청 학교폭력 심의까지 넘어가 징계 처분을 받지 않도록 가해 학생 측에 지도 선생으로서 머리를 숙이는 일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면 잘하는 것인 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
사과와 다짐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오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웃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이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꾸준히 지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책상 위에 놓인 또 다른 사안을 보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제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과 육체적,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