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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중얼 Mar 01. 2022

[영화]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 윌리엄 니컬슨

의지가 없으면 관계는 없다.

! 스포일러에 주의하세요 !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의 원제는 <Hope Gap>이다.


Hope Gap은 그레이스(아네트 베닝)와 제이미(조쉬 오코너)가 산책을 자주 다니던 곳으로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번 작품은 원제보다 새로 붙인 제목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하지만, 제목이 그래서 그런지 한국 포스터들은 너무 따수운 느낌이 가득이다.

영화에서 받은 인상은 원래 포스터가 더 잘 담고 있는 것 같다.


영화에서 두 인물이 Hope Gap에서 같이 있던 적은 없다.

(기억 오류가 있을 수 있으니 아니면 알려주세요��)

원래 포스터의 Hope Gap이라는 같은 공간에 있으며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는 저 모습이야말로 영화를 너무나 잘 담고 있다.


영화에서 그레이스와 에드워드(빌 나이)는 같은 곳에 있으면서도 다른 곳을 바라보고, 등지고 있거나 한 공간(집)에 있으면서도 각자 다른 공간(거실과 부엌, 혹은 부엌과 개인 침실)에 존재한다.


물론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모든 것을 공유하고, 항상 마주 보고, 매번 둘이 아는 얘기만 나누고, 언제나 붙어 다닐 수는 없다.

그렇지만 사랑하는 사람과는 함께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어느 좋은 순간을 공유하고 싶고, 같은 공간에서 서로의 호흡과 온기를 나누고 싶고, 그런 좋을 것들을 함께 쌓아올리고 나누고 싶다.

그런 것들이 쌓이며 관계가 견고해진다.


엄마랑 매번 싸우면서도 또 같이 앉아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사랑은 미웠다가도 좋은 것들은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그런 것이다.


그레이스와 에드워드도 그런 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시간들은 지나가버렸다.




아들 제이미가 보고 싶다는 그레이스의 말에 에드워드는 제이미에게 연락해 주말에 오라고 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섬세한 남편인 걸까? 생각했지만

그레이스에게 떠나겠다는 말을 하려던 에드워드는 제이미가 그 빈자리를 조금이라도 채워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이건 무슨 마음일까.

사랑했던 사람에게 조금 남은 배려하는 마음일까.

에드워드는 갑작스레 끝을 말하지만, 나름의 노력을 한다.


하지만 그 노력이란 것이 항상 상대에게 가닿는 것은 아니다.

제이미와 그레이스 모두 갑작스러운 통보는 충격적이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우리 모두 공감할 가닥이 많다는 점이다.


결혼기념일을 앞두고 계획을 세우며 시작된 말다툼에서

그날은 특별했으면 하지만, '뭐든 괜찮아'라는 에드워드에 태도에 나만 특별한 날이라 여기는 것 같아 화가 나는 그레이스도 이해되고,

당신이 원하는 걸 해서 기분이 좋다면, 나는 어떤 걸 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에드워드도 이해가 된다.


뭐든 마음대로 하려는 엄마 때문에 지치지만, 그래도 그녀를 끝내 애정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떠나는 아버지도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제이미도 이해가 된다.


우리 엄마를 두고 바람피운다면 아버지를 죽여버리겠다는 제이미의 친구 데브(라이언 맥켄)도 이해가 되고,


불행한 사람 3명 중에 이제 한 명만 남았죠. - 안젤라


라 말하는 에드워드의 그녀, 안젤라(샐리 로저스)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혼자 남아 삶의 의미를 잃어가는 그레이스도 이해가 가고, 내가 나일 수 있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 에드워드도 이해가 된다.




Unfair. isn't it? - 그레이스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절대 무너질 것 같지 않던 관계가 와장창 깨지기도 하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다.



우리가 함께 극복해야 한다는 것만 알아둬. 당신한테 의지가 없으면 우리 결혼은 죽는 거야. - 그레이스



이미 영화의 초입에서 그레이스의 입을 통해 복선처럼 나왔던 이 대사는 우리 삶에서도 적용된다.

함께 극복해야 하고, 의지가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그레이스는 마지막까지도 이 관계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관계가 아닐까 기대했지만, 안젤라의 집에 가서 그녀를 마주하고 알게 되었다.


그래도 그녀는 자신의 눈으로 마주해 속이 시원했을지도 모른다.


미지의 어떤 것에 내 앞이 가로막혔을 때와 그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된 이후는 다르다.

그레이스의 다음 걸음이 조금은 가벼워졌을 것이다.




당신들이 영원히 강인하길 바라는 저를,
 당신들의 고통을 두려워하는 저를 용서하세요. - 제이미



자식들에게 부모의 존재는 언제나 크다.

어려서는 세계의 전부이기도 하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그들의 영향력이란 너무나도 크다.

그 커다란 존재감만큼 강인하고 흐트러짐 없길 바라지만, 그들도 우리처럼 매 걸음이 초행길인 한 사람일 뿐이다.

그걸 이해하는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삶의 의욕을 잃은 그레이스에게 제이미는 말한다.



하지만 엄마가 멈추지 않고, 버티면서 살아간다면
저도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될 거예요. 엄마도 해내셨으니까요. - 제이미



그레이스는 제이미를 키웠고, 제이미는 자라났다.

제이미는 그레이스를 일으켰고, 그레이스는 다시 걸어나간다.

서로가 서로를 살게 한다.




유희로 즐기는 영화도 있지만, 영화를 본 뒤 곱씹어 생각해 볼 것들이 많은 영화를 좋은 영화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은 좋은 영화였다.


인물들을 이해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배우들의 호연도 그랬고, 어떤 이를 죄인 삼아 욕하는 게 아니라 각자의 입장을 바라보게 만드는 연출도 좋았다.

영화 속에서의 풍경과 영화의 흐름을 잘 담고 있는 음악도 좋았다.

나오는 OST들도 찾아보려고 엔딩 크레디트 올라갈 때 찍으려고 했지만, 아이폰 야간 장노출이 자동으로 켜져서 실패

흐르륵 이거 자동으로 안 켜지게 못하나ㅠㅠ


쿠키는 없었고, 감동은 남았다.

감독 윌리엄 니컬슨 본인의 1999년작 희곡 <The Retreat from Moscow>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시를 모아 책을 엮는 그레이스는 특히 윌리엄 예이츠를 좋아하는  같다.

그래서 그의 시가 영화에서도 인용된다.

윌리엄 예이츠의 시를 잘 아는 분들은 반갑고 더 깊이 있게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씨네21에서 진행하는 시사회에 당첨돼서 씨네큐브 광화문으로 영화를 보러 다녀왔다.

입장 전에 네이버에서 하트와 보고 싶어요를 누르면 선물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해서 참여했는데, Tetley 티였다.


그래서 영화에 차가 많이 나오나 했는데, 정말 그랬다.

영국 배경이라 차가 더 많이 등장했던 것 같은데 나도 차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정말 센스 있는 굿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그레이, 민트 퓨전,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라즈베리&석류, 캐모마일, 레몬&진저


이 중에 민트 퓨전과 레몬&진저 빼고 지금 다 마셔본 상태인데, 오늘 먹은 라즈베리&석류가 정말 새로웠다.

다른 차들은 많이 익숙한 차였는데, 라즈베리&석류는 히비스커스 차와 색깔은 비슷한데, 라즈베리 때문인지 달콤한 향이 가득했다.

옛날 풍선껌을 입에 한가득 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히비스커스 차도 좋아하긴 하는데 가끔 너무 셔서 힘들 때도 있는데, 이건 달콤함이 가득해 기분도 좋아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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