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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중얼 Mar 14. 2022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박동훈

신선한 소재에 오래된 연출


! 스포일러에 주의하세요 !

사전투표 마지막 날에 <더 배트맨>을 보고서 사전투표를 하려 했지만, 줄이 너무 길어서 포기했다.

혹시라도 당일이 되서 나가기 귀찮다고 투표를 안 하면 안되니까 강제성을 띄려고 개봉일이었던 선거 날 예매했다. (친구가 예매해줌 땡큐)

무사히 투표권을 행사하고 돌아옴. 좋은 선택이었다.

그닥 내가 좋아할 것 같은 영화는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최민식 배우를 스크린에서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약간의 기대는 하고 있었다.

줄거리는 이렇다.


탈북한 천재 수학자 이학성(최민식)은 신분을 숨기고, 자립형 사립고인 동훈고등학교의 경비원으로 살아간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한지우(김동휘)는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으로 동훈고에 입학하지만, 입학 전에 이미 고등학교 3학년 수준의 동급생들을 따라가기는 역부족이다. 성적만이 전부인 지우의 담임 김근호(박병은)는 일반고로의 전학을 권유하지만, 지우는 어머니의 기대를 놓아버리기 어렵다. 그러던 어느 날 지우는 학성의 수학 실력을 알게 되고, 수학을 알려달라고 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재는 굉장히 참신했다.

수학을 소재로 쓴 점도 그랬고, 그것을 탈북 소재와 연결하고, 자립형 사립고의 사회적 배려 대상자까지 연결됐다.

신선한 소재를 사용하고,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려 한 점이 매력적이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리만 가설은 실제 존재하는 가설로, 1859년 천재 독일 수학자 리만(1826~1866)이 제기한 것으로, "2, 3, 5, 7, 같은 소수(1과 자기 자신으로만 나누어떨어지는 수)들이 어떤 패턴을 지니고 있을까?"라는 질문이다.


리만은 가설의 증거를 공개하지 않고 죽을 때 모든 서류를 불태우는 바람에 전 세계 수학자들이 이 가설에 도전했으나 풀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리만 가설은 지난 2000년 클레이 수학연구소(CMI)가 수학 분야의 중요한 미해결 문제 7개를 대상으로 그 해결에 각각 100만 달러씩의 상금을 건 '밀레니엄 문제(7대 수학 난제)' 중의 하나이다.


나도 용어로는 많이 들어 봤는데 어떤 내용인지는 몰라서 이번에 찾아봤다.

영화에서도 증명을 불태운 리만을 오마주한 것인지 이학성도 서류를 불태웠지만 학성의 유일한 조력자인 안기철(박해준)이 어렵게 되살려 놓았다.

리만 가설 뿐만 아니라, 영화에 나오는 파이송도 굉장히 신선하고 좋았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양하게 연주한 버전들이 있다.

지금도 그중 하나를 들으며 글을 작성 중이다.


수학과 음악은 연결되는 것들이 정말 많다는데 아주 신기했다.


파이송 커버 이벤트도 참여했는데, 기간이 지나고 알았는데, 그냥 올리고 끝이 아니라 링크를 넘겼어야 하는 것 같더라.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그러고 보니 오늘이 3월 14일 모두들 말하는 화이트데이인데, 3.14 파이의 날이기도 하다.

의도한 것은 아닌데, 이렇게 의미 있는 날 이 영화의 후기를 적게 되니 기분이 좋군.


진짜 수학을 전공하는 분들은 어떻게 봤을지 궁금할 정도로 수학을 소재로 사용하고, 음악도 함께 사용한 부분들은 참 좋았다.

(주변 수학 전공인에게 물어봤는데 아직 안 봤다고 해서 오히려 더 궁금해졌다.)

정말 있을 것 같은 현실의 나쁜 선생님을 연기한 박병은 배우도 좋았고, 이학성의 아들 태연 역의 탕준상 배우도 사랑의 불시착에서 이미 북한군으로 좋은 연기를 보여줬어서인지 위화감 없이 역할에 몰입되는 등 좋은 구석이 많이 있는 영화였다.

칠판을 활용한 연출이나 전체적인 미술 세팅 같은 미장센(프랑스어로 '무대 위에 배치한다'는 뜻으로 장면 내에 놓인 모든 것들)도 좋았다.

자연광이나 소품 조명 등 빛을 사용하는 부분에서도 굉장히 세련되어서 좋았다.




하지만 좋았던 것들이 많았던 것만큼 아쉬운 것도 많았다.


특히 신선한 소재나 미장센을 선택한 것에 비해, 클리셰(판에 박은 듯한 진부한 표현)가 너무 많았다.

그것도 너무나 올드한 클리셰.


정말 너무 많았지만, 가장 경악했고 참담했던 한 가지를 대표해서 말하자면,

피타고라스 어워드 시상식가 진행되는 중에 떠났던 이학주가 돌아와 연설 중이던 주진모 배우와 서로 만년필을 꺼내 들며 서로를 기억하는 장면이었다.


제발..제발 그러지 마..

마음속으로 외쳤는데, 결국 꺼내든 만년필을 보고 소리를 지를 수 밖에 없었다.

한국 영화가 또 한국 영화 했네 했다.


그리고 보여주고 싶은 게 너무 많았던 터라 펼쳐 놓은 것들은 정말 많았는데, 하다만 느낌이 많이 들었다.

학주와 아들 태연의 이야기라던가, 김원해 배우가 얘기하는 이야기라거나 지우 친구 보람(조윤서)의 에피소드나, 안기철의 이야기들이 전부 그랬다.

러닝타임이 길었던 것에 비해서 펼쳐놓고 많이 수습하지는 못한 것 같다.

조금 더 과감하게 쳐낼 것들은 쳐냈으면 오히려 장점이 더 많이 부각되는 영화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좋은 것들이 워낙 많이 있었기에 더 아쉬운 것이 많았던 영화였다.


쿠키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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