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더 잘 보여야 한다

1장. 인왕산은 가장 높은 자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본다

by lisiantak

사람들은 높은 자리를 꿈꾼다.

보이는 것이 많아지기 때문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자신이 얼마나 잘 보이는지도 아는 것이다.

인왕산은 높은 산은 아니다.

해발 338.2미터,

청와대와 북악산.jpg

한나절이면 오르내릴 수 있는 길.

하지만 그 위치는 특별하다.

서울 중심을 향해 열려 있고,

도심의 흐름을 한눈에 내려다본다.

그리고 그 중심 자리에

언제나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권력은 조망의 자리다.

많이 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

많이 보이는 자리다.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만큼

누군가에게 어떻게 보이고 있는지도 알고 있어야 한다.

인왕산에 올라 도시를 내려다보면,

그 풍경보다 먼저 느껴지는 건 자신의 위치다.

나는 얼마나 높은가가 아니라,

내가 보이는 사람이 되었는가를 묻게 된다.

그 자리에 있었던 이들은,

자신이 늘 관찰받고 있다는 걸 잊을 수 없다.

하지만 동시에,

그 감시가 끊긴 순간부터

진짜 자신이 드러나기도 한다.

등을 보일 때, 태도가 나온다.

산은 그걸 보고 있다.

높은 곳에 앉은 이의 얼굴뿐 아니라,

그의 걸음, 말투, 머뭇거림, 눈빛까지도.

높이 오른 자리는

자신을 감출 수 없는 자리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하고,

그래서 더 단정해야 한다.

높다는 이유만으로 존경받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얼마나 정직하게 보이는지가 존경의 조건이다.

인왕산은 늘 거기 있다.

누가 그 자리에 앉든,

그가 누구든 간에

똑같은 거리에서 바라본다.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용기만큼,

그 자리에 보일 수 있는 겸손도 함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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