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경치인가, 감시인가

1장. 인왕산은 가장 높은 자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본다

by lisiantak


인왕산에 오르면,

서울이 펼쳐진다.

누구든 사진을 찍고,

"풍경이 정말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산이 오랫동안 바라본 건

단지 경치가 아니었다.

움직이는 행렬, 오가는 차량,

하루에도 수없이 교체되는 경계 인력,

그 틈을 비집고 흘러나오는 권력의 공기.

인왕산은 수십 년간

감시의 자리였다.

청와대 뒤편의 산.

철제 울타리, 군사경계선,

군인들의 시선이 얽힌 능선.

이 산은 도시를 내려다본 것이 아니라,

도시를 지켜봤다.

‘경치 좋은 곳’이란 말은

한쪽만 보는 시선일 수 있다.

경치란, 보고 싶은 걸 보는 사람의 언어다.

감시는, 보아야 할 것을 보는 산의 자세다.

한때 이 산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존재했고,

동시에 누군가를 바라보기 위해 존재했다.

지금은 산책로가 되어

누구나 쉽게 오르내릴 수 있지만,

그 자리에 깃든 감각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바위 위에 앉아 도시를 내려다볼 때

그 시선은 단순히 경탄이나 감상이 아니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모른 척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정치는 감시를 부담스러워한다.

하지만 감시 없는 권력은 곧 자만이다.

감시란 비판이 아니라,

투명함을 요청하는 응시다.

인왕산은 그 응시의 자리에

오래도록 서 있었다.

우리는 지금

인왕산을 걷는다.

풍경을 보기 위해서도 있지만,

한때 감시의 산이었음을 기억하며

스스로를 돌아보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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