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인왕산은 가장 높은 자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본다
인왕산에 오르면,
서울이 펼쳐진다.
누구든 사진을 찍고,
"풍경이 정말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산이 오랫동안 바라본 건
단지 경치가 아니었다.
움직이는 행렬, 오가는 차량,
하루에도 수없이 교체되는 경계 인력,
그 틈을 비집고 흘러나오는 권력의 공기.
인왕산은 수십 년간
감시의 자리였다.
청와대 뒤편의 산.
철제 울타리, 군사경계선,
군인들의 시선이 얽힌 능선.
이 산은 도시를 내려다본 것이 아니라,
도시를 지켜봤다.
‘경치 좋은 곳’이란 말은
한쪽만 보는 시선일 수 있다.
경치란, 보고 싶은 걸 보는 사람의 언어다.
감시는, 보아야 할 것을 보는 산의 자세다.
한때 이 산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존재했고,
동시에 누군가를 바라보기 위해 존재했다.
지금은 산책로가 되어
누구나 쉽게 오르내릴 수 있지만,
그 자리에 깃든 감각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바위 위에 앉아 도시를 내려다볼 때
그 시선은 단순히 경탄이나 감상이 아니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모른 척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정치는 감시를 부담스러워한다.
하지만 감시 없는 권력은 곧 자만이다.
감시란 비판이 아니라,
투명함을 요청하는 응시다.
인왕산은 그 응시의 자리에
오래도록 서 있었다.
우리는 지금
인왕산을 걷는다.
풍경을 보기 위해서도 있지만,
한때 감시의 산이었음을 기억하며
스스로를 돌아보기 위해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