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인왕산은 가장 높은 자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본다
모든 권력자는 앞을 본다.
기자회견장의 플래시,
지지자들의 함성,
카메라 앞의 표정과 발언.
앞은 항상 밝고, 분명하고, 정돈되어 있다.
하지만 등 뒤는 다르다.
정제되지 않은 말,
의도치 않게 흘러나온 숨결,
주변 사람들의 눈빛.
권력의 뒷모습에는 진심과 무의식이 묻어난다.
인왕산은 앞을 보지 않는다.
항상 뒤에서 지켜본다.
경복궁의 임금,
청와대의 대통령,
누가 그 자리에 앉았든
산은 그들의 뒷모습을 오래 보았다.
앞은 연출이고, 뒤는 본능이다.
앞은 연설이고, 뒤는 침묵이다.
앞은 보이고 싶었던 것,
뒤는 숨기고 싶었던 것.
산은 그것을 기억한다.
한 나라의 리더는
말로 평가되지 않는다.
그 자리를 떠난 뒤,
어떤 기억을 남겼는가로 평가된다.
인왕산은 그런 평가의 언어를 갖고 있지 않다.
다만, 한결같은 거리에서 바라볼 뿐이다.
말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으며,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결론을 기다린다.
그런 의미에서 이 산은
리더에게 가장 냉정하고도
가장 따뜻한 시선을 주는 존재다.
냉정한 건 숨길 수 없다는 사실이고,
따뜻한 건 감추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다.
권력은 언제나 연출을 원한다.
그러나 인왕산은 늘 그 연출의 반대편에서
진짜를 본다.
그래서 그 진짜를 알고 싶다면,
이 산의 시선을 먼저 떠올려야 한다.